직불금 보도에 나타난 동업자 정신

이봉화 차관이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취임 직전 부정하게 받았다는 데서 시작된 공무원 쌀 직불금 부정 수령 문제가 열흘 남짓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다.

더구나 단순히 쌀 직불금 자체를 욕심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작한 것처럼 꾸밈으로써 나중에 논을 팔 때 양도세를 안 내려는 노림수까지 있었다니 가관이다.

도내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은 서울이나 국회 중심의 정쟁을 중계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화해 도내에서는 얼마나 많은 공무원이 직불금을 부정하게 받아갔는지를 밝히고자 노력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6일 자 1면 머리로 ‘서류만 쌀농사 도내 3년간 288건’이라고 보도한 것을 비롯해 17일자 사설 ‘직불금 사태 낱낱이 밝혀야’와 바튼소리 ‘쌀 직불금 멍들게 한 짝퉁 농부(農婦) 얘기’, 21일자 칼럼 ‘공직의 탈을 쓴 도둑의 무리’ 등 보도와 논평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경남신문>은 18일자 ‘쌀 직불금 문제 국정조사하라’는 사설에서 “쌀 직불금 문제는 여야가 정치적 손익계산을 따질 사안이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으며 <경남일보>도 16일자 ‘경남 쌀 직불금 중복 수령 516건’을 비롯해 연일 보도를 쏟아냈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정쟁화해 물타기를 시도해봤지만 분노한 국민 여론을 어쩌지 못해 결국 여야간 국정조사를 합의했으며 도내에서도 경남도와 도교육청, 시·군이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된 데에는 끊임없이 보도·논평하면서 여론 형성과 전달에 애쓴 언론의 역할도 컸다고 하겠다.

그러나 쌀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가 마치 ‘공무원’의 문제로만 한정된 듯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더구나 부정한 방법으로 직불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중에는 언론인도 463명이 포함돼 있었고 보면 동종 업계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애초 감사원이 지난해 2006년도 쌀 직불금 수령자 99만 8000명을 조사했더니 이 중 28만여 명이 비경작자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중에서 직업이 밝혀진 17만 명 중 공무원이 3만 9971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공기업 직원 6213명,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2143명이 포함돼 있었으며 언론인 463명의 연평균 소득은 5696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직원이나 전문직을 보도한 언론은 꽤 있지만 ‘언론인 부정 수령’을 보도한 언론은 없는 듯하다. 이러니 누리꾼들이 나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블로거들은 ‘언론인의 동종업계 감싸기’라고 거리낌 없이 비판하고 있다. 공무원만 마녀사냥식으로 몰아칠 것이 아니라 내부의 치부는 없는지도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경남도민일보> 2008년 10월 23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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