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치인의 사이버 소통

의회 홈페이지는 다 있다…소통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지금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최근의 금융 위기상황은 외래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만, 지금까지의 소란은 결국 ‘소통부재’ 때문이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소통’이 무엇인가. 내가 가진 정보를 내어놓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것.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처음부터 잘 못한 것이 이 ‘소통’이다. 소통만 제대로 됐더라도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같은 일은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수입개방했을 수도 있다.

대운하 문제는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는데도, 들을 귀가 막혀 있었는지 정부와 한나라당 같은 추진 세력들은 국민의 반대 여론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공식적으로는 ‘운하’를 정부 추진 사업에서 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을 만들었던 국민의 마음은 이미 떠나고 말았다.

도내 지방의회와 도의원은 홈페이지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살펴봤더니 ‘역시나’였다. 의회 홈페이지는 모두 있었지만, 소통하는 의회 홈페이지는 없었다. 도의원도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의원은 9명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운영하는 의원 사이버 공간도 ‘소통’이라는 관점에서는 낙제점이었다.

근래 블로그가 사이버 세상에서 대안 미디어로 급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활발한 소통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성이나 현장감 있는 글이 게시되고,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활발하게 유통되고, 내용에 공감하거나 반대하는 누리꾼은 댓글이나 트랙백을 통해 공감이나 반대 글을 게시하고, 원저자는 이에 대해 다시 답변하는 구조를 통해 공감대를 확산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또 트랙백은 그것대로 새로운 소통 구조로 순환하게 되면서 대면 접촉은 아니더라도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글이고 공감 받을 수 있는 내용이더라도 피드백이 없으면 곧 수많은 인터넷 콘텐츠 홍수 속에 묻혀 잊히고 만다.

그런데도 도내 지방의회 홈페이지는 답변에 무척 인색했다. 누리꾼이 올린 수백 개 글 가운데 답변이 달린 글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곳이 있는가 하면, 도의원 홈페이지나 블로그에도 댓글에 대한 주인장 댓글이 달린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야 할 정도였다.

또 다른 아쉬움은, 도의원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미니홈피·블로그가 대부분 ‘알고 찾아오는’ 누리꾼을 위한 공간으로만 작용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의정 활동 소식을 지역구 주민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역구를 넘어 자신의 주장을 알림으로써 여론을 형성하고 의정 활동에 뒷받침으로 삼을 수도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자세가 부족했다.

최근의 인터넷 기술 발전은 내가 굳이 알리려 하지 않더라도 rss 기술 등을 활용해 수많은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자신의 글을 퍼뜨릴 수 있다. 돈을 더 들이거나 시간을 더 내지 않고도 널리 알리고 전국의 누리꾼과 소통하는 속에서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로 성장할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의정 활동을 잘하고 잘 못하고를 홈페이지 운영 잘하는지로 따질 수는 없다. 주민과의 소통 수단이 온라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노장층 유권자들은 온라인에 익숙지 않아 대면접촉으로 의정 활동을 홍보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온라인을 통한 소통의 증대가 자리하고 있다. 적극적인 활용을 기대한다.

<경남도민일보> 2008년 10월 30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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