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언제까지 쌓아두기만 할 건가요?

독자님은 포인트카드를 몇 개나 갖고 있나요? 쌓여 있는 포인트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나요?

20여 년 전이었습니다. 갓 결혼해 이것저것 계획을 세울 무렵 문득 당시 PC통신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전세로 사는 2년간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매일 밤 장롱 뒤편으로 던져넣었더니 이사할 무렵 침대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모여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티끌 모아 태산’인 셈입니다. 당장 실천해보기로 하고 그날부터 동전은 죄다 장롱 뒤편으로 던져넣었습니다. 아내에게도 뜻을 설명하고 함께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그리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원시적인 저축인데, 맹점이 이자가 전혀 붙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이 아무리 저금리시대라고는 해도 은행에 돈을 맡기면 어쨌거나 이자가 붙습니다.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마이너스 금리라거나, 예금 평균잔액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이자가 붙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기본은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다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입니다. 많든 적든 동전을 쓰거나 저축하지 않고 장롱 뒤에 던져두면 급할 때 쓰려고 해도 꺼내기가 어려워 쓸 수 없게 되니 합리적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스템이 포인트입니다. 포인트라는 게 처음에는 항공 마일리지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일정 정도 쌓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이 많았지요. 하지만 요즘 포인트는 서로 다른 업소에서 쌓은 포인트를 또 다른 업소에 가서 쓸 수도 있게끔 호환성(!)도 강화됐습니다.

회사 근처 자주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한 잔에 도장 1개를 찍어주는데, 8칸을 다 채우면 한 잔을 줍니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카드가 6장을 넘기고 7장째로 넘어가려 하자 주인이 포인트는 언제 쓸 거냐고, 어서 쓰라고 재촉하는 겁니다. 처음 생각은 경제부 식구들 함께 가서 커피 한잔 할 정도로 모아볼 생각이었지만 모으다 보니 그렇게 많아졌더군요. 한꺼번에 다 못 쓰고 두 번에 나눠 포인트카드를 소진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쓰는 신용카드는 그야말로 아무런 혜택이 없는 듯 보입니다. 주유 할인도 안 되고 영화 할인, 교육비 할인 등등 어떤 할인 혜택도 없습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정말 착실하게 쌓아줍니다. 서너 달에 한 번 정도는 10만 단위로 포인트를 쓰고 있습니다. 사보는 책이나 영화는 대부분 쌓인 신용카드 포인트를 쓰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포인트 말고도 주유 포인트, 각종 마트 포인트, 카페, 죽집, 패션, 항공 등등 매우 많은 포인트카드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있다 보니 어느 카드에 얼마만큼 포인트가 쌓여 있는지 알기도 어려웠고 쓰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앱으로 포인트카드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고, 카드별 포인트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 포인트를 계속 쌓아두고만 있어야 할까요? 사실 포인트는 내 ‘돈’입니다. 가격 할인을 해줘도 될 일을 단골이나 충성고객으로 만들고자 할인해준 만큼의 포인트로 가게에서 맡아두고 있는 내 ‘재산’이죠. 이자도 붙지 않고, 오래 맡겨두거나 포인트가 많다고 내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 내 ‘재산’을 가게에 맡겨둘 이유가 있을까요?

장롱 뒤 동전은 얼마나 모였느냐고요? 당시 이사 비용이 50만 원쯤 했는데 이사 비용 내고도 조금 남았습니다. 하지만 경험에 비춰보면 권장할 방법은 아닙니다. 동전이 수중에 없으니 자판기 커피 200원 넣고 뽑으려고 1000원짜리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게 되고, 남은 800원은 장롱 뒤로 넘어갑니다. 결국 안 써도 될 1000원을 쓰게 되더군요.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5년 10월 7일 자에 게재됐습니다. 기록차원에서 블로그에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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