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생각법] 돈으로 되는 일과 안되는 일

아주 어렸을 적에 읽은 책이었습니다. 누가 지었는지,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는지를 다룬 것이었습니다.

백만장자의 딸은 아버지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에 반감이 컸고,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일도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딸이 한 청년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지만, 그 사랑을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일을 알고는 모종의 조치를 해서 딸은 사랑을 이루게 됐습니다. 하지만 딸은 아버지 돈의 힘으로 사랑을 이루게 됐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음악회 표를 두 장 사서 딸에게 줬고, 마차까지 내주면서 그 청년과 음악회에 가게 해줬습니다. 여기까지는 딸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아버지는 그 뒤에 다른 사람들을 돈을 주고 사서는 음악회장으로 가는 도로에서 사고와 싸움을 일으켜 마차가 몇 시간 동안 꼼짝을 못하게 함으로써 두 젊은이에게 단둘이 마차 안에서 사랑을 속삭일 시간을 벌어줬다는 얘깁니다. 돈으로 시간을 산 것입니다.

이 사례를 보면 정말 돈이면 뭐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이긴 합니다.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을 배경으로 비싼 선물을 한다거나 돈 자랑을 했더라도 사랑을 이룰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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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돈으로 해결 안된(돈을 잘못 쓴) 사례를 들어볼까요?

행동주의 경제학자인 유리 그니지(Uri Gneez)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이스라엘 탁아소에서 실험을 해봤습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아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게 10분 이상 늦으면 벌금 3달러를 매기기로 하고 그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것입니다. 어땠을까요?

3달러 벌금을 매기기로 하고 나서부터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급격히 늘었다고 합니다. 벌금을 매기기 전에는 늦게 데리러 가는 일은 굉장히 미안한 일이고 죄책감 때문에 늦었더라도 어쨌든 서둘러서 최대한 빨리 데리러 가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10분 이상 늦으면 3달러 벌금을 내기로 하고 보니 탁아소 보모들의 시간을 3달러라는 돈으로 산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보모의 초과근무 시간은 편의점에서 파는 초콜릿이나 캔커피와 같은 상품으로 전락했고, 부모는 정당한 대가를 낸 소비자가 된 것입니다.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 없이 3달러라는 비용을 내고 보모의 시간을 사게 됨으로써 그전까지 늦었을 때 느꼈던 죄책감은 사라지게 됐고, 굳이 서둘러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아도 대가를 내면 된다는 생각이 퍼지게 된 것입니다.

돈의 위력을 잘못 사용한 사례가 되겠습니다. 만약 10분 늦을 때마다 3달러씩 벌금이 누적되게 했더라면? 아니면 최초 10분 초과하면 얼마를 늦든 간에 300달러쯤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내가 알기에는 그런 실험은 한 적이 없으므로 어땠을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돈-화폐는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에서도 굉장히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자본주의 발전은 화폐제도 발전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돈-화폐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기업에서나 가정에서 돈을 유인책으로 내걸고자 할 때는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거나 너무 적게 주거나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적정한 방법’과 ‘적정한 수준’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5년 10월 21일 자에 게재됐습니다. 기록차원에서 블로그에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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