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 15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캡처.내가 속한 정당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습니다.선거끝난 이튿날 한다는것이 무소속복당시켜 제1당될려고 시도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습니다. 민심이 제2당으로 만들었는데 그에대한 반성은 하지않고 무소속 끌여들여 무리하게 제1당이 될려고하는 저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153석 과반수가 넘을때도 야당눈치보느라 법안처리하나 못한 여당수뇌부가 이제 자신들 국회감투분배에 유리한고지 점하기위해 당에서 내친 무소속을 다시 끌여들일려고 하는짓은 참으로 후안무치합니다. 153석일때도 선진화법 핑계대고 일하나 하지않던 분들이 무소속 끌여들여 129석이 되어본들 안하던 일을 하겠습니까? 정체성이 맞지 않다고 내친사람이 선거과정에서 반성하고 이제 정체성이 동일해졌습니까? 시간을 갖고 냉혹한 자아비판을 한후 해도 될일을 자신들을 감투보존을위해 선거가끝나자마자 무소속복당 운운하는것은 참 어이없는 짓들입니다. (강조는 필자)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222석으로 223석인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면서 원내 제2당으로 밀리자, 공천 과정에서 정체성이 맞지 않다고 내쳤던 유승민 등을 복당시키겠다는 데 대한 비판입니다. 일단 홍 지사의 비판 내용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민심이 나타난 선거 결과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이런 비판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경남에서 치러진 지난 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홍준표 도정에 대한 심판 요소가 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습니다.

지난 8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창원문화원에서 4.13총선 사전투표를 하는 홍준표 경남지사. ⓒ경상남도
홍 지사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날, 경남도지사 보궐 선거에서 당선했습니다. 이후 홍 지사는 줄곳 ‘불통 행정’으로 지탄을 많이 받았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이 대표적입니다. 진주의료원은 보궐 임기동안 일이고, 무상급식은 2014년 지방선거 당선 이후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독단과 고집으로 반대세력을 밀어붙이고 자신의 뜻을 관철했지요.
문지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마저도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에 대한 도민의 반감을 무마하지 않고는 당선할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양산을에서 서형수 후보가 당선한 것도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앵그리맘1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결과에서 창원성산, 김해갑, 김해을, 양산을 이렇게 4석이 야당에게 돌아갔습니다. 나머지 12석은 새누리당이 차지하긴 했지만 역할구도로 보면 홍 지사가 안심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홍 지사와 잘 통했던 창원성산의 강기윤 의원이 낙선했습니다. 반면 홍 지사와 껄끄러운 사이였던 진주갑·을에서는 박대출·김재경 의원이 재선과 4선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홍 지사는 이른바 ‘홍준표 키드’로 불리는 윤한홍(마산회원)·최구식(진주갑)·오태완(진주을)·조해진(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을 국회의원 후보로 내보냈지만 윤한홍 후보만 최종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머지는 예선 탈락했지요. 또한, 진주의료원 폐원에 1등 공신인 박권범 전 도 보건복지국장이 거창군수 재선거에 출마했지만 무소속 양동인 후보에게 졌습니다. 홍 지사에게 울이돼 줄 선출직 공무원이 거의 없다는 얘깁니다.
지난 19대 선거와 비교를 해보면, 마산회원에서 19대 때 안홍준 후보는 53.85%로 민주통합당 하귀남 후보 38.45%를 제치고 쉽게 당선했습니다. 하지만 윤한홍으로 대표선수 교체 후 20대 총선에서는 윤한홍 후보 47.80%로 더민주 하귀남 후보43.66%를 간신히 따돌렸습니다. 무상급식 앵그리맘의 영향력이 컸던 내서읍 지역에서 하귀남 후보에 거의 몰표가 쏟아져 나왔다는 데서 홍 지사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원을 결정했을 때 진주의 박대출 의원은 새누리당 대변인이었고, 김재경 의원도 뭔가 당직을 맡고 있었는데, 둘 다 의료원 폐원에 대해 최소한 신중론자였습니다. 홍 지사 손을 전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후 홍 지사는 노골적으로 이 두 의원을 비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홍준표 키드인 최구식 오태완을 진주에서 띄우려고 애를 썼고, 심지어 도청 서부청사 개청식을 비롯한 진주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행사에 두 의원을 아예 초청하지 않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홍 지사와 박대출·김재경 의원은 ‘앙숙’이라고까지 표현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선출직 공무원 분포로 볼 때, 홍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사면초가에 처했습니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홍 지사 역시 도민 표로 당선된만큼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고, 정치권의 잘못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홍 지사 처지가 그리 한가롭지 않습니다. 당장 주민소환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지난번 홍준표 주민소환 투표 절차 5월께 시작될 듯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다음달이면 주민소환 절차가 본격화됩니다. 주민 소환으로 지사직을 잃는데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90만 명 안팎으로 예상)이 투표에 참여해야하고, 투표한 사람의 과반이 소환에 찬성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 결과로 볼 때 3분의 1 이상이 투표장으로 가는 것도 달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찬반 여부야 각 진영의 조직력에 달렸겠는데,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인 홍 지사 소환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야말로 중립을 지킨다면 홍 지사 소환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돼 있습니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3월 18일 오전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가지는 ‘성완종 리스트’ 재판입니다. 6월이면 1심 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여기서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르면 8월 말께 치러질 주민소환투표에 큰 영향을 미칠 소재입니다.
더구나 홍 지사 소환에 맞불을 놓고자 시작했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투표 불법 서명운동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는 불법 서명운동에 동원된 명단 유출처를 찾는데로 정조준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미 박치근 전 경남FC대표이사가 지난 15일 열린 첫 공판에서 허위서명을 지시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이미 구속된 박 전 대표나 수사 중 사임한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에 이어 홍 지사 최 측근이 관여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홍 지사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한다면, 홍 지사는 지금쯤 중앙당에 민심을 왜곡 말라고 핏대 세울 게 아니라, 스스로가 어떻게 하는 게 민심을 받아 안고 위무하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 홍준표 경남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으로 학교 현장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되면서 초·중·고 학생을 두고 있는 엄마들이 분노했고, 그런 분노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하게 표출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하는 엄마들을 부르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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