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자강? 엿장수에게 물어봐
사드? 싸드? 하여튼 그걸 배치하는 데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나는 기본적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안 할 수 없다면 좀 빡세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은 중국 포위 전략을 펼쳐왔다. 그 중국 포위전략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싸드를 배치하는 거라고 본다. 유럽부터 시작해 아시아, 특히 극동에 위치한 우리나라까지로 이어지는 중국 포위전략 중 하나가 싸드 한국 배치라고 본다.
북한이나 김정은이나(그게 그 말이네 쩝)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과는 별개로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려고 한다. 미국 처지에서는 중국이 G2로 불리는 것 자체가 불편하니 ‘까불지 마라’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좀 벗어난 얘기지만, 지난 7월 일주일간 몽골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주몽골 한국대사를 비롯해 몽골상공회의소 회장, TV와 신문, 통신 기자들, 심지어 술집 써빙 여성들과도 대화를 해봤다.
공통점은 몽골이 안보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경찰이 군대보다 더 파워집단이라는 데 대해 대부분이 공감했다.
그 근저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파워게임이 있었다. 몽골에 러시아가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중국이 견제하고, 중국이 지나치다면 러시아가 견제한다는 것이다. 결국 몽골 국경은 몽골 군이 지키는 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 지켜주고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이날 추가로 반입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2017.9.7 [국방부 영상공동취재단 제공=연합뉴스]이걸 우리 상황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사실 중국이나 미국이나 우리 남북이 통일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는 순간 중국은 ‘친미 정권’이 한반도에 또아리 틀면서 마치 미국에 쿠바 같은 상황이 될 걸 우려한다. 미국은 혹시 통일되고 ‘영세중립국’이 되면서 중국 포위전략에 벗어날까 걱정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 민족에게 파멸적인 핵무기를 남쪽을 향해서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야말로 ‘낭만적’인 꿈을 꾸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나라와 민족의 안위에는 눈꼽만큼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그나마 한가닥 희망을 걸 수 있는 건, ‘우리는 통일되면 영세 중립국으로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본다.
자존심 운운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나? 일제 강점기 35년 간, 우리는 자존심을 안 세웠던가? 우리가 미국 눈치 보며 빌빌 대는 건 어디 자존심이 없어서인가? 국제 정치 질서는 엄혹하다. 일차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그 다음으로는 일본과 러시아까지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기 전까지는 절대로 한반도는 안전하지 않다.
나라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민중을 도탄에 빠뜨린 게 어디 한두번인가.
나는 이번 싸드 임시 배치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 북한이 핵탄두로 수소폭탄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그게 우리를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믿을 수 없다. 반대로, 그런 북한을 미국이 선제타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낭만적’이긴 마찬가지다.
심지어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나는 굉장히 높다고 본다.(상황 판단에 대해서는 가진 정보와 평소 주관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논리적 귀결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통일되고 그 핵 전력이 우리 것이다?
북핵은 자위권이고 싸드 배치는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다?
핵 없는 한반도는 우리만 열심히 주장하고 노력하면 달성 가능하다?
내가 볼 때는 ‘꿈 깨시라’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에 가서 극동 관련 구상을 발표했다. 좋다. 부산서 출발한 기차가 런던에 도착하고, 러시아 천연가스가 관을 타고 북한을 거쳐 남한까지 오는 구상. 몽골 사막의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전력이 극동 지역에 고루 혜택을 주는 구상. 일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구상 자체는 좋다.
경제로 묶이다 보면 안보 문제가 희석될까? 나는 경제로 묶이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안보라고 본다. 미국이 허락할까? 미국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휘둘릴 게 없다고 하는 사람은 무뇌충이라고 본다. 허락이 아니라, 미국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나 있나 몰라.
쫌 거시기 하기는 하지만(이미 나는 전쟁에 총 들고 나서기에는 힘이 부치지만, 내 자식은 총들고 나서야 할 나이이기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북한에 대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까지 뼈에 사무치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우리 민족이 절멸할 불행이지만, 미국이나 중국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
한반도에서 정세 주도권은 항상 그랬듯이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 주도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 또는 치킨게임에 나서는 그 배짱, 패기를 우리도 배우고 써먹어야 한다.
중국이나 미국이나 한반도를 잃는 것은 세계 제패 주도권을 잃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수세적 상황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세로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필리핀에 쌩뚱맞은 대통령이 들어서서 인권 탄압이니 뭐니 말이 많은데, 사실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구멍이 생겼다. 인권 문제는 그대로 다뤄야겠지만, 우리도 호락호락 미국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결기’가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전략에서라면 싸드 배치라는 ‘전술’에서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로남불 타령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으려는 전략과 전술.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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