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는 숲길 ‘아홉산’ 그리고 철마연밥

지난 금요일 부산시 기장에 있는 아홉산숲에 다녀왔습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 (웅천리 26번지) 일대에 있습니다.

탐방을 하려면 예약해야 한대서 걱정했는데 9~12월에는 예약 안 해도 된다네요. 매주 월요일은 휴무하고, 피크철에도 토.일요일에는 예약 없이도 방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홉산’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순우리말로 된 산 이름이랍니다. 아홉개 골짜기를 거느리고 있다 해서 ‘아홉산’이라는데요, 해발 361m입니다. 숲길 산책 중 안내판에는

골짜기 아홉을 품고 있다는 아홉산은 전국적으로 몇 안되는 순우리말 지명이다. 사람들의 기억보다 훨씬 오래된 이 이름은 정부수립 이후 1961년에 최초로 시행한 지명고시때 공식적으로 등재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렇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길은 참 잘 닦여 있습니다.

맹종죽도 좋고 ‘혼효림’이라는 잡목 사이로 나 있는 길도 산책하기 좋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곳곳에 ‘관리용 도로’라며 들어가지 마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네요. 산책로를 가장 크게 돌았더니 4km 조금 안됐습니다.

맨 처음 만나는 것은 거대한 금강송 군락지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대나무밭을 지나오지만, 그냥 재목으로도 못 쓰는 잡대밭이고, 제대로 된 숲은 금강송 숲이죠. (사실, 처음 만난 대나무밭을 보곤 살짝 실망했더랬습니다. 에게, 뭐 이런 걸 두고 ‘대숲길’이라고 한단 말야 하고 말입니다 ^^)

그냥 사진으로 감상하세요.

아내 얼굴을 저처럼 처리한 것은 아내가 못생겼다거나 뭐 그런 속물적인 이유는 절대 아닙니다. ㅠㅠ

그저, 기자 가족은 일급비밀에 해당한다는 말같잖은 핑계로 그랬어요.

산책로 초입 또는 말미에는 아이들 놀기, 또는 체험학습할 수 있게 꾸며진 곳도 있었습니다. 세줄다리도 있었고, 원시 집 형태(이름이 있을텐데 내가 알지 못해서…), 그네 등등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세줄다리 건너는 내 모습 사진으로 찍어줬는데,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했더니 컴퓨터가 거부하네요. 아 어쩔. 기계도 거부하는 내 포스. 쩝.

우리가 간 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어린이집에서 대형버스 2대에 아이들을 태워서 현장학습을 왔더라고요. 서너살 되는 애들이다 보니 끝까지 오르지는 못하고 중간에서 도시락 먹고 놀더군요.

진짜 꼴불견은 내정도 또래로 보이는 여성 8명이었습니다. 어찌나 높은 옥타브로 떠드는지, 내가 지 남편이 잘해주는지 못해주는지를 왜 들어야 하며, 지 시누이 욕하는 건 또 왜 내가 들어야하는지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그들을 피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가면 그들도 온갖 포즈로 사진 찍는다며 천천히 가고, 빨리 지나가서 떨어뜨려놓으려 하면 그들도 빨리 오면서 한 2km 정도를 고문 당했습니다.

여성이 옥타브가 높은 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평일날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힐링하고싶어 온 사람들도 있는 곳(또는 뭐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좀 배려해주는 대화 문화가 참 아쉬웠습니다.

참다 참다 못해 한마디 하고 말았습니다. “이거 원, 온 산을 지들이 전세낸 줄 아나”라고 지나가면서 일부러 들으라고,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해줬죠.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만.

한시간 반쯤 산책을 마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네요. 근처에 있는 ‘철마 연밥’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것도 그냥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뭐, 진짜 맛있다거나 이따위로 식당을 운영해 이런 극단적인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먹을만 했고, 내 입맛에 안 맞는 것도 있었지만, 정말 맛있는 것도 있었으니까요.

연밥에는 찹쌀, 흑미, 밤, 해바라기 씨, 호두가 들었더군요. 맛있었습니다. 연잎은 어떻게 1년동안 보관하는지 살짝 궁금증이 일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떡갈비는 아래에 고체연료로 불을 피웠는데, 고체연료보다는 촛불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금방 부글부글 끓더니만, 식사가 끝나갈 때 쯤에는 식어서 별로였기 때문입니다. 은근히 오래가는 촛불!!

이날 메뉴에서 최고는 저기 녹두나물 무침이었습니다. 흔히 ‘숙주나물’로 불리는 녹두나물은 콩나물과는 달리, 자칫 잘못 데치면 물컹해서 영 맛이 안납니다. 뜨거운 물에 살짝 한바퀴 굴려내는 듯 데쳐야 사각사각 식감이 살아나죠. 이집 녹두나물은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중에서는 최상급에 속할 정도로 정말 식감이 잘 살아나게 데쳤더군요.

반면 최악은 녹두나물과 같은 접시에 담긴 산채였습니다. 참기름을 얼마나 부었는지, 참기름 고소한 향 말고는 아무런 향취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왕복 40분+40분, 산책 1시간 30분, 점심 1시간, 5시간 가까이 나들이는 끝났고,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습니다.

덧글.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종중 땅으로 ‘사유지’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아무나 와서 보고 여유를 즐길 수 있게 해준 데 대한 감사한 마음 한가닥 쯤은 챙겨서 가는 게 좋을 듯하네요.

9월~12월은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단, 월요일은 휴무라네요.

다 내려왔더니 나보다는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남자분이 “5천원 입장료가 아깝지 않던가요?” 하고 물어봅디다. 나는 “나는 아깝지 않았는데,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까울 수도 있겠지요.”라고 답해줬습니다.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개방하지만 오후 4시가 넘으면 새로 입장은 안된답니다.

입장료는 2017년까지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5000원입니다.

30명 이상 단체는 그렇더라도 사전 예약을 해달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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