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송덕비는 내가 제막한다!!!”

참, 살다 살다 별 일을 다 봅니다.

강신화 전 경남도교육감의 송덕비를 제막했다고 〈경남도민일보〉가 25일자에 보도했습니다. ‘송덕비’가 무엇인지 국어사전을 찾아봤더니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라네요.

누군가가 어떤 사회의 발전이나 안정 등에 큰 공이 있다면 사람들이 그 공을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비를 세우곤 했지요. 조선 후기에는 때때로 전혀 공적이 없고 악행을 일삼은 고을 원의 공덕(송덕)비를 세워 아부함으로써 학정에서 벗어나려 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원내 강신화 전 경남도교육감과 왼쪽 모자쓴 정필근 전 국회의원 등이 강 전 교육감의 송덕비를 제막하고 있다.

원내 강신화 전 경남도교육감과 왼쪽 모자쓴 정필근 전 국회의원 등이 강 전 교육감의 송덕비를 제막하고 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강신화 전 경남도교육감의 송덕비 제막식에 그 ‘송덕’의 대상인 강 전 교육감이 참석해 제막 끈을 함께 당기고 있네요.(사진 속 붉은 원 내) 왼쪽에 모자 쓴 이는 정필근 전 국회의원입니다. 사진으로는 아직 정정해 보이네요.

물론, 그가 직접 송덕비 제막을 주도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진 속 모습으로 보면 자신의 송덕비를 스스로 제막하는 꼴입니다.

내가 김해지역을 담당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2005년 4월이었네요. 사적 73호로 문화재인 김수로왕릉 경내에 김해김씨랍시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공적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그달 말께 있을 춘향제례 때 제막식을 할 예정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그래서 취재를 했고 잇따라 이어지는 보도(속보)를 해 결국 비석을 철거하게 했습니다.

김해 김수로왕릉 경내에 2005년 세워졌다가 철거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공덕비.

김해 김수로왕릉 경내에 2005년 세워졌다가 철거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공덕비.

당시 나는 김 씨가 공적을 추앙받을만한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락 종친회 고문이기에 종친회에서 공적비를 세우는 것을 나무랄 것까지는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그 일은 가문 내에서 그들의 사유지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유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그 중에는 가락 종친이 아닌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국가 사적 내에 종친의 비석을 세웠기에 적절하지 않다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문화재 관련 현행법을 어기고 비석을 세웠다는 것도 확인했구요.

좀 고지식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살아 있는 사람의 공적·공덕·송덕비를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살아있는 사람의 송덕비를 그 사람을 데려다 두고 직접 제막하게 하는 ‘짓’은 결국 그 사람에게 ‘알랑방귀’를 뀌어 무언가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몹쓸 사람의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송덕비를 세운 장소가 동중학교라고 하니 더 부적절한 일이었습니다. 진주시 금산면에 있는 동중학교는 아직도 강 전 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친인척이 주도하는 사립학교입니다. 사립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교육의 장입니다. 학교 안이라고 하면, 설령 그가 사재를 털어 터를 내놓고 세운 학교라 할지라도 그의 ‘사유재산’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떻게 이런 곳에 두 눈 멀쩡히 뜨고 살아있는 이의 송덕비를 세울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강 전 교육감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전력도 있는 사람입니다. 대선과 도교육감 선거, 내년 4월 총선 등 잇따르는 정치 ‘이벤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는  의도로 이런 ‘섭천 소가 웃을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요?

정필근 전 의원이 강 전 교육감과 예전부터 친한 사이였다 할지라도 이렇게 나란히 서서 살아있는 사람의 송덕비를 함께 제막하니 오해를 살만도 하지 싶습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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