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부 감독 속에 열불이 터진다

K리그1 경남FC가 정규라운드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상위스플릿을 확정했다. 김종부 감독이 시즌 시작 전 ‘강등권 탈출과 1부리그 잔류’가 목표라고 밝혔던 데 비하면 엄청난 성과다. 

최근 3경기에서 1무 2패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3위 울산현대에 승점 2점 앞선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김종부 감독은 속에 열불이 터진다. 지난 겨울 동계훈련에서 김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5m를 치고 나갈 수 있는 순발력과 체력, 눈치’였다. ‘한 발 빠른 움직임으로 공간을 파고드는 공격축구’를 올 시즌 구사할 것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드러냈다.

최근 김종부 감독이 부쩍 강조하는 부분은 ‘멘탈’이다. 영어 단어 ‘mental’은 ‘마음의/정신의/심적인/내적인’ 뜻이라는 게 프라임 영어사전의 뜻풀이다. 축구나 스포츠계에서 ‘멘탈’이라고 하면 그건 거의 ‘정신력’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라는 뜻도 있다.

김 감독이 ‘멘탈’을 강조하는 까닭은 선수들이 자만심이나 위축 같은 정신적인 태도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따지 못한 승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 경남은 올 시즌 4번 정도 이른바 ‘배팅’이란 걸 했다. 경남이 승리할 경우 지출되는 승리 수당이 경기당 6000만 원 가까이 된다. 여기에 배팅을 하면 1억 2000만 원 가까이 승리수당을 지급해야 하니 빠듯한 예산의 시도민구단으로서는 굉장한 투자인 셈이다. 물론 배팅한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승리수당은 안나가도 되니 예산 차원에서는 이득이지만, 구단이 지출을 감수하고 배팅했다는 것은 그만큼 꼭 이겨야할 중요한 경기라는 뜻이다.

경남이 올 시즌 배팅한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단 한 경기 뿐이다. 상주상무를 상대로 했던 홈 개막전에 배팅을 걸었고 승리했다. 전북현대와 1차전에 배팅했지만 0-4라는 처참한 패배를 당했고, 강원FC와 리그 2차 홈경기에도 배팅했지만 졌다.

김 감독이 ‘멘탈’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 닿아 있지 싶다. 전북과 1차 홈경기를 앞두고 경남 선수단 분위기는 한껏 고조돼 있었다. 말컹의 내기가 화제가 되면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고, 개막 4연승을 내달린 뒤 대구FC에 덜미를 잡히며 첫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ACL일정과 병행하는 전북도 충분히 잡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결과는 경남의 대패로 끝났다. 단순히 0-4라는 스코어가 문제가 아니라, 경기 내용 자체가  경남이 준비한, 자신있는 경기를 전혀 풀어내지 못하면서 패했다는 것이었다. 전북전 대패 이후 한동안 경남이 헤맸던 배경이기도 하다.

경남이 하반기 시작되고 11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2위 자리를 확고히 굳히는 듯 했지만 전북과 3차 홈 이전경기(진주종합운동장)에서 다시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이후 3경기에서 1무 2패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6일 순천 팔마운동장에서 열린 광양드래곤즈의 홈이전경기 상대는 경남이었다. 말컹과 최영준을 벤치에 앉힌채 시작한 경남이 전반에만 기대하지 않았던 2골을 만들어내며 승리를 가져가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후반 23분~33분 사이 집중력이 흐트려진 경남 수비진의 틈새를 파고 든 전남이 3골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말컹이 후반 추가시간에 극장골을 작렬시키며 3-3 무승부라는 결과는 만들어냈지만 김 감독 처지에서는 울화병이 도질만 한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고 김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후반전에 3실점 한 것은 프로선수로서 90분동안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느슨해지면서 그리 된 것”이라며 “전북전에서 실점도 많이 했고 패한 원인도 멘탈적으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오늘 경기도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하반기 들어 11경기 연속 무패 경기를 해오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선수들의 멘탈을 유지하게 하는 것도 감독의 책임”이라며 “오늘 무승부도 엄격하게 따지면 감독인 내 책임”이라고 쉽지 않은 표현까지 썼다.

김 감독 생각으로는 “경남의 장점은 절실함”이다. 그 ‘절실함’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선수 개개인이 가진 기량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밑바탕인데 계속 지지 않는 경기를 하다보니 선수들이 상대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불만이다.

사실 경남 선수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두엇을 빼고는 리그 탑급이라고 할 선수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정규라운드 5경기를 남겨두고 벌써 상위스플릿을 확정한 경남이다. 선수 개개인이 죄다 아픔을 갖고 있고, 경남에서 설욕과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내 축구’보다는 ‘팀 축구’, ‘경남 원 팀’으로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는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경남에 ‘멘탈’은 다른 팀보다 훨씬 강력한 팀의 경쟁력이다.

경남이 남은 정규라운드에서 승점을 얼마나 획득하느냐도 결국은 그 ‘멘탈’에 달려있다. 김 감독이 그렇게 ‘멘탈’을 강조하는데도 한번씩 털리는 그 멘탈이 오는 22일 FC서울과 홈경기에서 어떻게 재무장하고 나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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