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d PRO는 PC를 대체할 수 있을까?

iPad PRO 10.5인치를 20만 원 할인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애플펜슬과 전용 키보드까지 덜컥 구매해 쓴 지 한 달쯤 됐다.

사기 전까지 계속 구매를 망설였던 것은 과연 ‘가성비’가 있을지였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가 주로 에버노트를 취재 장비로 활용하는데 녹음과 메모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이 욕심났다. 게다가 전용 키보드 커버까지 더하면 노트북을 반쯤은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실제 아이패드를 사고 한 달여 동안은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기간이었다.

몇몇 앱의 도움과 꼼수 등을 동원해 지난 열흘 정도는 실제로 노트북 없이 아이패드만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아직은 익숙지 않아 조금은 버벅대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업무 처리에 지장을 받지도 않았다.

이에 내가 어떻게 아이패드 프로(앞으로 ‘아이패드’로 칭하겠다)로 노트북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는지를 몇 차례에 걸쳐 공유하고자 한다.

① 원격 접속

아직 아이패드’만’으로 완벽하게 업무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Windows 기반에서 회사 업무가 이뤄지므로 아이패드로 Windows 용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는 원격접속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있다.

내 업무 기반은 이렇다. 회사에 iMac이 놓여 있고, 거기에는 VMware Fusion으로 구축한 가상머신에서 Windows 10이 돌아가고 있다.

노트북은 MacBook Air(MBA) 2014 Later를 쓰고 있고, 여기에도 역시 뷈웨어와 윈도가 설치돼 있다.

회사 업무는 외부에서는 기사 작성과 전송, 내부에서는 통합데스크(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프로그램으로 기사를 편집할 수 있게 손보고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하는 기사 작성과 전송은 역시 전용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데 이게 아이패드에서는 구동이 안 된다.

맥북에서는 기본으로 회사로 원격접속이 가능하지만 이건 회사 보안 정책상 포트가 막혀 있어 접속할 수가 없었다. 

아이패드에서 원격 접속 앱을 찾다 보니 Jump Desktop 라는 게 있었다. 이건 서버와 클라이언트로 구분되는데, 원격으로 접속할 컴퓨터(맥용과 피시용이 따로 있다)에 설치하고 몇 가지 설정을 해주면 접속을 기다리는 서버가 된다. 서버용은 무료다. 홈페이지(https://jumpdesktop.com)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제 클라이언트용을 앱스토어에서 찾아봤더니 유료다. 한국 앱스토어에서 한화로 1만 9000원이다. 이걸 설치하면 된다. 맥용도 있는데, 이것도 유료인데, 멍청하게 이것마저 구매하고 말았다. 더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여튼 회사 아이맥에 서버용 앱을 설치하고 아이패드와 맥북에어로 각각 원격접속을 시도해봤는데, 회사에서 포트를 막아놓은 것과 상관없이 원활하게 접속된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맥북에어로 접속했을 때보다 아이패드로 접속했을 때 훨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었다. 맥북에어로 접속했을 때는 마우스 클릭하고도 1초 남짓 딜레이 시간이 있는데 아이패드에서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기사 작성과 전송, 사내에서 데스킹 작업 외에는 메일이나 웹서핑 등등 거의 모든 업무를 맥OS 환경에서 처리해왔던지라, 원격접속으로 기사 작성·전송만 된다면 나머지 일은 아이패드로 다 처리할 수 있으니 다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덜컥 ‘특수문자’ 입력에서 벽에 부닥쳤다.

기사에서 많이 쓰이는 가운뎃점(·), 단위(㎏, ㎞ 같은 것), 화살표(↔, ← 같은 것), 분수(½, ⅔ 같은 것) 등 특수문자를 아이패드에서는 거의 입력하기 어려웠다. 폭풍 구글링도 해보고 여러 앱도 설치해서 써봤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영 죽으란 법은 없었다. 그건 바로 ‘텍스트 대치’였다. 아이패드 설정☞일반☞키보드☞텍스트 대치로 들어가 설정할 수도 있고, 맥과는 iCloud로 공유되므로 맥의 시스템환경설정☞키보드에서 ‘설정’ 탭에서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주 쓰는 특수문자는 물론, 다양한 대체 텍스트를 설정해둘 수 있다. 이를테면 나는 ‘ㄱㄴ’이라고 입력하면 ‘경남도민일보 기자 정성인입니다. in@idomin.com으로 연락 주십시오.’라는 문장이 입력되게 해뒀다. ‘ㅈㄱㅈ’은 ‘지금 가는 중!’으로 대체된다. ‘크레딧’을 뜻하는 ⓒ 은 ‘(ㅊ)’이나 ‘(c)’를 입력하면 된다.

맥북이나 아이맥에서는 기사를 작성한 후 한글 맞춤법 검사를 거치는데, 나는 부산대에서 만든 한글맞춤법 검사기 for 아래한글 유료버전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었기에 대부분 기사를 아래한글에서 작성하면서 맞춤법 검사까지 끝낸 뒤 기사 전송기에 복사해 붙여서 전송했다. 

아이패드에서도 맞춤법 검사가 가능할까 싶어 앱스토어를 검색해봤더니 고맙게도 있었다. 맥 환경에서 아래한글로 기사 작성 후 맞춤법 검사 후 기사 전송기에 복붙하고 전송하던 것을 아이패드 맞춤법 검사기에서 바로 기사 작성 후 맞춤법 검사 후 내용 복사해서, 점프 데스크톱으로 원격 접속한 뒤 통합데스크에서 새 기사로 붙여넣으면 끝. 아이패드와 원격 컴퓨터 간에 클립보드가 공유되기에 복잡한 과정도 필요 없었다.

나의 이런 업무 패턴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Windows 환경에 최적화된 회사 업무 흐름에서 별스럽게 MAC OS를 쓰고 있고, 거기에다 iOS 아이패드까지 업무에 도입하려다 보니 겪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는 훨씬 기민하게 업무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아무리 맥북이 뚜껑만 열면 항상 켜져 있다지만 아이패드를 꺼내서 구동하는 것보다는 번거롭다. 마음먹고 기사를 쓰려면 아이패드보다 더 안정적인 자리가 필요하다. 

아이패드로 회사 업무를 처리하면서 장소를 가리지 않게 됐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고속도로 휴게소나 심지어 국도변 주유소 귀퉁이에서도 언제든 필요한 기사를 작성해서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결론을 내리자면, 회사에 원격접속 서버를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아이패드만으로도 충분히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소심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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