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는 울산전에 선발출전할까?

지난 2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상주상무 33라운드 경기.

2-0으로 경남이 리드하고 있던 후반 38분. 경남 골키퍼 이범수가 공을 잡은 후 킥을 하려고 발 앞에 공을 던져놓았을 때, 이범수 뒤에 있던 상주 박용지가 이범수 앞으로 뛰어나오며 공을 앞으로 밀어줬고 송시우가 달려들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다행히 경남이 추가 실점하지 않으면서 승리는 지켰지만, 정말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조기호 경남 대표는 이범수 들으라는 듯 “이범수에게는 승리 수당 주지 마라”라고 말했다.

이날 애초에는 구단이 이른바 ‘베팅’을 하지는 않았다. 승리하면 승리 수당을 2배로 주는 ‘베팅’은 없었지만, 경기가 끝나고 조 대표는 선수들에게 승리 수당을 2배로 주겠다고 했던 만큼 이범수는 ‘멘붕’에 빠질 만했다.

경남FC 주전 수문장 이범수 선수./한국프로축구연맹

들리는 얘기로는 락커에서 이범수는 얼굴이 하얘져서는 아무 말도 못 하더라고 한다.

경남 김종부 감독은 불성실하거나 실수한 선수에게 철저히 응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16일 전남드래곤즈 원정경기에서 경남은 전반 4-3-3 시스템을 처음 시험하면서도 2-0으로 경기를 리드했다. 하지만 후반 내리 3골을 내주며 역전당했고, 다행히 말컹이 극장골을 터뜨리고 비기면서 승점 1점이나마 챙겼다.

이후 2경기에서 말컹의 찰떡 파트너 김효기 이름이 출전 선수 명단에서 지워졌다. 전남전에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김 감독의 응징이었다.

예전의 사례를 보면 이범수는 28일 울산전에서 그 ‘응징’으로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범수는 출전하지 못할까?

김 감독은 이범수를 ‘최애’한다. 선방 등 방어력으로 본다면 손정현이나 이범수나 거기서 거기다. 심지어 지난해 이범수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을 때 팀 승리를 이끈 수문장은 이준희였는데, 올 시즌 R리그를 전전할 뿐 K리그1 출전 기회마저 잡지 못하고 있지만, 이준희 역시 이범수나 손정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이범수를 최애할까? 그건 바로 골킥의 정확도이다.

경남은 말컹의 ‘뚝배기’가 굉장히 중요한 팀이다. 골 킥한 공이 정확히 말컹 머리로 향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이범수가 제일 낫다는 것이다.

울산전에서 말컹의 활약 여부에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말컹을 활용한 페인트 전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말컹의 움직임이 중요한데,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게 이범수의 킥력이다.

김 감독으로서는 계륵 상황이다. 응징은 해야겠는데, 빼고 가자니 부담이 너무 크다.

김 감독은 이범수를 안고 갈 것 같다.

최근 훈련장에서 만난 김 감독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이범수 얘기에까지 이르렀다.

“허허, 그런 정신 나간 실수를 할 줄 몰랐어요.”

정신 나간 실수 맞기는 맞다. 하지만 김 감독은 더 멀리 보고 있는 듯했다.

“경기 끝나고 락커에서 범수한테 말했어요. ‘마, 어? 어찌 그런 실수를 하노? 다행히 이겼으니 망정이지 졌으면 어쩔 뻔했어? 니 커리어에 치명적이야. 잘못한 줄 알면 코치부터 해서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아메리카노 한잔 씩 쏴!”

그걸로 끝이다.

아마도 이범수는 울산전에 여전히 장갑을 끼고 나올 것 같다.

아, 첨언. 이범수 승리 수당 깎이지 않고 제대로 다 받았다고 한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