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그러나 진국인 김종부 감독
7일 오후 우연히 경남FC 김종부 감독을 만났어. 와 반갑다고 악수한 후 나는 내 길을 가려는데 (자기 볼 일) 마치고 차 한잔 하자네?
할 수 있나. 그 건물에서 일하는 지인과 옥상 가서 담배 하나 나눠 피고, 삼실 내려와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어영부영 한시간쯤 기다린 끝에 창원 가로수길에 있는 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씩 나눠 마셨다. 그 와중에 얼음 둥둥 뜬, 내가 모르는 거 마시는 (제3자) 너는 뭐니?
30분 쯤 함께 얘기했는데, 사실 대부분은 축구나 경남FC 얘기가 아니었어.
다짜고짜 팔에 차고 있는 시계를 보여주며 진짜 같냐고 묻더라. 난 명품에는 눈이 젬병이야. “뭐 좋아 보이네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멘트 전부였지. 근데 불만이 많더라. 흔히 그렇잖아. 금속성 시곗줄은 땀이 조금만 나도 팔목에 시커먼 녹물 같은 걸 묻혀놓기 일쑤잖아. 짜가라서 그렇대. 그래서 불만도 많대.
이번 괌-태국 전지훈련 가서 그냥 짜가 하나 샀대. 줘보라고 해서 내 팔에 차 봤더니, 쩝, 적어도 시곗줄 3칸 정도는 떼내야 맞겠더라고. 그냥 돌려 줬어.
그다음은 손가방이었어. 얼마짜리로 보이느냐대?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 눈은 명품 감정에서는 젬병이야. 솔직히 동네 전통시장에서 만 원이면 살 수 있을 것도 같더라고. 근데 그 가방 정품이 100만 원을 넘는대. 상표 이름은 들었는데 까먹었어. 원체 그런 데 관심이 없어서…
10만 원도 안줬대. 짝퉁인 거지. 그런데 거기 붙어 있는 열쇠 고리형 손고리는 정품이라네? 선물 받은 건데 30만 원 정도 하는 거래. ㅋㅋㅋ 아마도 올 시즌 내내 이 싸구려(?) 손가방에 붙은 정품 열쇠고리 손잡이를 볼 수 있을 것도 같더라.
가방이고 손잡이고 뭐 좀 있어보이긴 하더라. 마침 김 감독 뒤쪽에 창가에 전시된 조각품에 루이뷔똥 로고가 새겨져 있더라. 내가 그래도 루이뷔똥 정도는 알아본다구.
짝퉁 가지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불쑥 불뚝심이 솟더라? “에이 감독님. 그정도 연봉이면 이제는 짝퉁 말고 정품 사도 되지 않나요?”라고 물었어.
굉장히 겸연쩍어하면서 “아직은 그렇게 돈 쓰는게 익숙지 않더라. 그냥 편한대로 할려고요.”라고 대답하네.
참 이 사람 축구 말고는 암 것도 모르는 진국인 것 같아.
아, 뽀나스를 드려야지.
아래 동영상 두개는 김 감독이 최근까지 고심했던 영입 후보야. 근데 빠듯한 예산 사정이나 김 감독 전술 등을 고려해 후보 리스트에서 뺐대. 지금 노리는 선수는 따로 있는데 끝내 힌트도 안주면서 포기한 선수는 흘리는 이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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