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은 개헌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처지가 뒤바뀐 여·야 정치권이 4·9 총선 공천 문제로 무척 시끄럽습니다. 시골에 눌러앉아 있으니 왜 그렇게 시끄러워야 하는지 깊은 속내야 다 알지 못하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까닭은 옳다 싶습니다.
다들 ‘개혁’을 들먹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혁’이란게 뭡니까. 새롭게 뜯어 고친다는 것이니,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거나 비효율을 없앤다는 것이니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개혁’을 외치면서도 하는양을 보자면 무시무시한 ‘인적청산’에만 몰두해 있는 듯합니다. 구태에 젖어 제 노릇도 못해낸 국회의원을 걸러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인적청산’에만 매달려 정작 정당 자체가 젖어있는 구태는 벗어날 생각을 안하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정치인, 정당이 하루빨리 벗어던져야 할 구태 중 하나가 한 말 뒤집기를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게 한다는 점입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그때그때 시류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우왕좌왕이었던게 어디 한두번이었습니까. 그러니 ‘일구이언 당연지사, 남아일언 풍선껌’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일쑵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에 각 정당은 ‘개헌’에 대해 일언반구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총선이 4월 9일로 한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도, 여니 야니 따질 것 없이 어떤 정당도 정책 비전, 공약이랍시고 내놓은게 없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정당별로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전투구를 실황중계하기 바빴지 차분한 공약 점검은 없습니다. 정당이 공약을 안내놓으니 검증할 게 없다는 변명은 말도 안되는 핑계입니다. 공약을 내놓으라고 다그쳐야죠.
나는 이번에 각 정당이 내놔야 할 가장 중요한 공약은 개헌 문제라고 봅니다.
지난해 이맘때 쯤 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 문제를 제기했고, 각 정당은 올해 총선 이후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해서 덮어뒀던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하자는 것이 노 대통령의 제안이었고, 대선을 1년도 안남았는데 개헌을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정치권의 반대로 타협점을 찾은 것이 ‘4.9 총선 이후 논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개헌 ’이 불거져 나오자 대통령 임기를 둘러싼 원포인트 개헌으로는 안된다는, 그리해서 의원내각제까지 포함하는 정체(政體)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헌법에 담긴, 또는 담아야 하거나 담길 수 있는 온갖 주장이 넘쳐흐를 것입니다.
각 정당은 공당으로서 대통령과 한 약속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개헌’에 대해 논의하는 일일 것입니다. 하고 말고는 그 다음이라 할지라도, 논의는 시작해야 하는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총선 공약에 ‘개헌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구태’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것이 됩니다. 바로 국민들이 표로써 배제해야 할 악습이자 구태지요.
공약에 ‘개헌을 하겠다. 그 방향은 이러저러하다.’ 이런게 들어가야 합니다.
대통령과 제 정치세력이, 결국 정치권과 국민이 한 약속이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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