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순두부 된 사연

3월 18일 오전 7시 30분께. 아침 식사 준비에 바쁜 아내가 몹시 놀란 목소리로 부르더군요. 하던 일 제쳐두고 가봤더니.

이런 이런…

아내가 들고 있는 컵에는 순두부가 한가득 담겨 있네요. 별 요상스런 기계가 다 나오는 세상인지라 컵에 순두부 만드는 기계를 또 샀는가보다고 대수롭잖게 여겼더니 그게 아니랍니다.

평소대로 우유를 컵에 넣고 전자렌지에 1분 30초를 돌렸더니 그리 됐답니다. 그럴리가 싶어 이번에는 1분동안 데웠는데도 마찬가지라네요.

이건 아니다 싶어 아예 작정하고 동영상 찍으면서 전자렌지 1분 돌려도 결과는 마찬가지.

더욱 놀라운 건, 어제 저녁 아이들이 그 유유를 한컵씩 마셨다네요. 다행히 아무 탈이 없으니 감사 기도라도 드려야 할 판.

동네 슈퍼 문 열기 기다려 우유 통과 순두부 된 우유 컵을 들고 가서 말했더니 두 말 않고 교환해 준다는군요. 작은 동네서 다투기도 그렇고 해서 바꿔 준다기에, 그렇지만 지금은 같은 우유가 없으니 오후에 오면 주겠다기에 그러라 하고 그냥 집에 왔습니다.

곧바로 씼고 출근하면서 담배 사러 들렀더니 슈퍼 주인 말이 달라졌네요. 어제는 그 우유가 달린다고 두통 밖에 안받았다느니, 한통은 고등학생이 사가고 한 통은 아줌마가 사갔는데, 우리 집에 판 것 같지는 않다는 둥, 어제 같이 받은 그 회사 우유 다른 것에는 유통기한이 3월 27일까지로 돼 있었다는 둥…

이래저래 둘러대기 바쁘네요. 동네장사 하는 그 주인, 그렇게 둘러대려면 어지간히 독한 맘 품지 않고는 그러지 못하리라 생각도 들고, 어제 우유를 사왔던 아들녀석을 오후에 그 슈퍼로 보내면 의혹은 풀리겠거니, 내 출근 시간도 바쁘니 그냥 알았다 하고 말았습니다.

저녁에 아이를 보냈더니 군소리 않고 우유를 주긴 주더군요.

근데, 이 우유 상한건가요? 아님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그리 되는 건가요? 어떻게 우유가 순두부처럼 엉길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12 Responses

  1. 돼지털 댓글:

    이유는 모르겠는데, 저는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댓글 휴지통에 버려져 있더군요. 그래서 살려놨습니다.
    우유 위에 얇게 생기는 막이 아니고 이건 순두부처럼 엉겼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여튼, 관심 갖고 지식 검색까지 해서 알려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2. 돼지털 댓글: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3. 돼지털 댓글: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유를 팔팔 끓였다가 조금 식히면 위에 막처럼 생기는 것은 저도 몇 번 경험해봤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4. RAISON 댓글:

    우유에 열을 가하면 단백질 성분이 카제인 등과 결합하여 응고됩니다. 문틈사이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중탕을 하거나 약한 열로 가열하면 응고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5. 포야 댓글:

    컵에 담기전엔 괜찮았는데
    가열후 변한거라면 그럴수 있을껀데요

    예전에 시골에서 직접 젖을짜면 한번씩 끓여 먹었는데
    끓이면 그런 증상이 나왔던걸로 기억 됩니다.

    혹시 생우유 뭐 이런가 아닌가요?

    • 돼지털 댓글:

      통에 들어 있을 때에는 멀쩡하게 괜찮았고, 냄새도 별 이상이 없었는데 모두 4컵을 전자렌지에 1분이나 1분 30초씩 돌렸는데 모두 같은 현상이네요. 댓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6. RAISON 댓글:

    제가 올린 댓글이 사라졌네요.
    우유 속에 들은 카제인 성분이 강한 열을 받으면 응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얇은 막처럼 생기는 경우도 있고 열이 아주 강할 경우에는 동영상에서의 모습처럼 변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 돼지털 댓글:

      댓글이 지워졌다니, 저도 잘 모르겠네요.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7. RAISON 댓글:

    전자렌지에 우유를 넣고 돌리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군요. 우유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8&dir_id=80603&eid=dSp4OYzFqhvFfllYUr62ydTpnpSjrHWp&qb=v+zAr7imIMD8wNq3u8H2v6Egtbm4rrjp

  8. 문틈사이 댓글:

    저희집이 목장을 하고있습니다.

    우유를 끓이면 응고되는 경우가 있고 염분이 있다면 진짜로 두부처럼 엉깁니다.
    이렇게 소금을 넣고 일부러 엉기게 하여 먹으면 치즈와 같은 형태가 되고 맛도 먹을만하죠.

    위의 상황에서 정확한 정황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염분이 없는 상태에서는 심하게 엉기지는 않습니다. 물론 데우는 정도로는 그렇고 고열로 끓인다면 엉길 수 있습니다.(원유로만 확인된거고 시판되는 우유에서는 잘 모르겠군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냉장되어있는 상태에서
    우유가 엉겨있다면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끓여서 엉겼다고해서 우유가 상한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우유를 데워 드시고 싶으시면 가스불에 물로 중탕을 하여 드시는것이 제일 좋습니다. 드시기 전에 소금을 극소량 첨가하시면 맛이 더욱 좋아지고요.

  9. 이찬식 댓글:

    전자렌지에서 어떤반응이 있었길래 순두부가 될까요?

    • 돼지털 댓글:

      머그컵에 우유 넣고 전자렌지 1분정도 데우면 미지근하게 딱 마시기 좋더라구요. 매일 아침 그렇게 해왔는데, 이날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생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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