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고 가위바위보를 했다
010-4444-4444.
이 번호를 아시나요?
좀 왔다갔다 하는 글을 쓰렵니다.
지난주 토요일(2008년 3월 15일) 이었습니다. 학교 갔다 온 아들 녀석이 초등 5학년인 지 동생에게 뭔가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를 했습니다. 가만 듣고 있자니 귀신이 어쩌고 괴기가 어쩌고 하는게 은근히 관심이 갔습니다. 바로 전화를 걸었지요.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했다. 내가 졌다. 어쩌고 저쩌고.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했다. 내가 이겼다.”
그 뒤로도 몇가지 얘기기 이어졌지만 잘 생각나지 않네요. 하여튼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했다는 건데, 이겼건 졌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근데도, 멍청하게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몰랐습니다. 전화를 끊고 ‘무슨 말이야’하고 곰곰 생각해보니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지요. 거울에 비친 것은 ‘나’이므로 당연히 이기거나 질 수 없는 것이지요.
아끼면 똥된다
기자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입니다. 나만 알고 있겠거니, 아무도 모를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미루다 보면 경쟁 매체의 기자가 기사를 먼저 쓴다든지, 상황이 정리 돼 기사거리가 안된다든지 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4444 전화에 대해 우리 공장 사건기자에게 한번 알아보라고 토스해줬는데 아직도 기사를 쓰지 않고 있네요. 심지어는 내 나름대로 취재 해서 결과까지 알려줬는데도 그렇습니다. 그 기자를 나무래려는 것은 아니구요, 어찌된 일인지 그 전화번호가 계속 통화중이 걸리면서 전화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금요일(21일)이었습니다. 결국 기사 못쓰고 말았지요. 지식인 검색해보고 하니 정보 이용료가 엄청 나온다는 얘기도 있었고, 도움센터 전화해보니 그때까지 정보이용료 청구 된 것은 없지만, 외부 업체 정보이용료는 바로 청구되지 않으므로 다음번 전화요금 낼 때까지는 조심하고 전화 안하는게 좋겠다는 얘기까지 전해 줬는데도 기사를 안 쓰더군요.
금방 전화를 해보니 연결 되네요. 언니가 응아를 할려고 화장실 갔다는 얘기하고, 밤 늦게 부모님이 돌아오지 않아 채팅방에 들어갔던 무시무시한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거울은 빛을 반사할 뿐이다
한 2~3년 된 것 같네요. 일본 프로야구의 어느 선수가 재미있는 것을 발명했다고, 보통 거울은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어 보이므로 실제의 문제를 거울로는 알 수 없다고, 그래서 왼쪽과 오른쪽이 제대로 보이는 거울을 만들어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모 스포츠 신문에 면 탑 기사로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아침 그 기사를 보고 나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니, 그게 뭐 어쨌다는거야? 거울이야 당연히 좌우가 바뀌어 보이는게고, 오목거울이나 볼록거울로는 상이 이지러지니 타격 연습하는데 도움이 안될거고, 거울 두 개를 직각으로 배치하면 당연히 실제 모습을 보는 듯이 좌우 상하가 그대로 보이는거지라고 행각했지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면, 지금 당장 거울 앞에 가서 가위 바위 보를 해보세요. 나는 분명히 오른손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거울 속의 나는 건방지게도 왼손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울 두 개를 직각으로 세워두면 이상하게도 내가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면 거울 속의 나도 오른손을 내밉니다. 그냥 평면 거울에서는 당연히 왼손을 내밀죠. 요즘 엘리베이터 내부는 거의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돼 있어 거울 비스무리한 효과를 냅니다. 엘리베이터 모서리를 보면서 악수를 청해 보세요. 그러면 비친 상도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합니다. 빛의 굴절과 반사에 대해 잘 모르면 까무러칠 만 한 거죠.
그렇습니다. 거울 속의 나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거나 질 수는 없지만, 거울 속의 내가 오른손을 내거나 왼손을 내밀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오늘밤 늦은 시각, 거울 속의 내가 평소와 달리 나와 같은 쪽의 손을 내밀면서 악수하자 하더라도 놀라지 마시라는 말씀. 거울은 오로지 빛을 반사할 뿐, 거울 속에 귀신이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but, 나는 바위를 냈는데 거울 속의 내가 가위나 보를 낸다면, 바로 까무러치는게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바위를 냈는데 왜 너는 가위를 냈느냐고 부득 부득 우기다가는 정신병원에 감금되거나, 고혈압으로 저승 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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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추가
우리 기자가 기사를 썼는데도, 내가 토욜 일욜 집에서 쉬다 보니 기사 쓴 줄을 모르고 기자를 나무라는 투로 글을 썼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기사가 나왔네요.
한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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