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떡국을 먹으면 부자 된다고?

 

우리는 설날이면 만두를 빚고 떡국을 먹는다. 하지만 왜 설날 떡국과 만두를 먹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할 필요조차 없었다. 당연히 먹은 것이니까, 그리고 옛날부터 조상들이 먹었다고 하니까 지금도 계속 먹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의문을 품다 보니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설날만 하더라도 왜 음력 1월 1일을 새해 첫날이라고 정하고 명절로 삼았는지 궁금하다. 음력 10월 3일을 새해 첫날로 삼으면 안 되는 것이었는지, 또는 동짓날이 새해 첫 날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인지. – <떡국을 먹으면 부자 된다> ‘책머리에’

20여일 전이 동지였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팥죽을 먹지 못했다는 사람이 훨씬 많더군요. 20여일 후면 설입니다. 음력으로 비로소 해가 바뀌게 되니 ‘임진년’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는 날입니다. 떡국 먹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어야 하는 날이니 마냥 좋아하지 않을 사람도 많겠군요.

설날과 추석은 민족의 명절로 설날이면 떡국과 만두를 먹고 추석에는 송편을 빚지요. 지금도 정월 대보름에는 부럼을 깨고 오곡밥을 지으며 동짓날이면 팥죽을 먹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더라도 단오와 칠석을 비롯해 달마다, 계절마다 다양한 명절과 기념일이 있으며 그 때마다 우리는 고유의 명절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설날이 명절이 됐고 왜 떡국과 만두를 먹는지, 추석은 어떤 의미의 명절이고 송편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또 복날은 어떤 날이며 복날 개고기를 먹는다고 비난만할 뿐 왜 한국인만 보신탕을 먹는지 이유는 잘 모릅니다. 고정관념에 젖어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을 뿐 명절과 음식에 담긴 진정한 의미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지요.

음식의 기원과 역사를 찾아 음식문화 스토리를 쓰고 있는 저자가 한국과 중국의 다양한 고문헌을 토대로 우리나라 전통 명절의 진정한 의미와 명절음식의 유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소망과 염원을 들려줍니다.

저자의 궁금증은 왜 설날이 음력 1월 1일인지, 엄동설한에 웬 입춘인지, 추석의 기원은 무엇인지……. 저자의 궁금증은 여기서 더 나가 왜 그 때 그 음식을 해 먹었는지로 확장됩니다.

이런 식입니다. “지금 사용하는 음력을 공식적인 달력으로 채택한 것은 기원전 104년이다. 그 이전에는 새해의 시작도 나라와 민족에 따라 각각 달랐다”라면서 중국 역사에서 은나라는 1년이 열석 달이었고, 주나라에서는 음력 11월부터 새해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동지가 정초가 되는데요, 진시황 시대에는 음력 10월이 새해 시작되는 정월이었다는군요.

그러면서 가래떡과 떡국을 먹는 까닭으로 궁금증이 퍼져나갑니다. <동국세시기>를 인용하면서 “다른 떡보다 더 힘든 노동과 정성을 더해 둥글고 기다란 떡을 만드는 이유는 가래떡이 설날 먹는 특별한 음식이기 때문”이라며 “차례 상에 올리는 떡국의 원료인 가래떡에 장수의 소원과 재복의 기원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떡국은 가래떡을 썰어야 하는데 옛 문헌에는 한결같이 가래떡을 동전모양으로 썬다고 표현했다네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중국 사람들이 춘절에 먹는 만두는 평소 먹는 만두와는 달리 원보라는 옛날 중국 돈 모양을 본 따 만들었고, 프랑스나 그리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새해에 동전을 숨겨놓은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답니다. 설에 먹은 음식은 ‘돈’과 관련이 있고 재복을 비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겁니다.

떡국이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설이 반갑지 않은 것일까요? “떡국을 몇 그릇이나 먹었냐?”는 물음은 “나이가 몇 살이냐?”는 것과 같은 뜻이랍니다. 그러면서 이(齒)와 떡국, 나이와의 상관관계를 <삼국사기>를 인용하면서 설명합니다.

또 설음식 중 중요한 만두에 대해서는 “휴머니즘이 넘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자는 입춘에 대해서는 엄동설한에 왜 봄이 시작되는지, 정월 대보름은 새해 축제를 마무리 짓는 날, 삼짇날에는 묵은 때를 벗기며 봄을 맞았다, 한식에 찬밥 먹는 진짜 이유, 단오는 좋은날이면서 나쁜날, 삼복은 음기가 숨어 귀신이 판치는 날, 유두절은 여름철 위생을 강조한 날……. 각각의 절기가 가진 의미에서 시작해서 각 절기에 먹던 음식 소개, 그 음식이 가지는 의미 등으로 확장해가면서 우리 민족의 1년 살이를 관통합니다.

복날은 우리나라 혹은 동양에만 있을 것 같지만 서양에도 복날이 있다네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시대 때부터 도그 데이즈(Dog Days)라는 서양식 복날이 있었답니다. 기간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7월과 8월 사이의 약 40일입니다. 우리 삼복기간에 비해 두 배지만 계산방법의 차이일 뿐 실제 더운 기간은 동서양 복날이 거의 일치한다네요. 동서양 복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보신탕은 한국과 베트남에서 먹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도 보신탕을 먹었지만 6세기 이후 중국 문헌에서 개고기 식용 기록이 사라졌습니다. 주로 북방 유목민족이 중국을 지배했던 남북조(南北朝)시대로 유목민족은 목축에 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국서 보신탕이 사라진 것은 유목민족 지배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일본은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아예 육식을 금지했습니다. 반면 유교 전통이 강한 농업국가인 한국과 베트남은 굳이 보신탕을 기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동지는 한자로 겨울 동(冬), 이를 지(至)자를 쓰니 겨울이 끝났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동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태양이 부활하는 날입니다. 고대인들이 태양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기뻐하고 축하하며 기념했던 축제일입니다. 동지에 얽혀있는 의미와 민속을 따져보면 모두 태양이 되돌아 오는 것, 태양의 부활과 관련이 있다네요.

한가지 재밌는 점은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신탕을 먹지 않지만, 동북지방과 같은 일부 지방의 한족이나 소수민족 중에는 보신탕을 먹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주로 한여름 삼복에 먹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한겨울, 특히 동짓날에 먹는다고 합니다. 민간에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옛날 한 고조 유방이 동짓날 번쾌가 끓여주는 보신탕을 먹고 맛이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한나라 개국공신 번쾌는 원래 개 장수였다지요?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도 보통 귀신이나 악운을 물리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는 양(陽)의 기운을 받아 들이는 것이며 전염병을 쫓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속담에도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고 했으니 새해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는 의식과 통하네요.

끝으로 현대에 와서 생겨난 풍습(?)인 수능 앞둔 수험생에게 귤을 선물하는 까닭이 과거시험과 관련 있다는 점,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먹는 메밀묵에는 ‘겨울에 먹으면 아들 낳는다’는 속설이 개입돼 있다는 데까지 재밌게 풀어썼습니다.

<떡국을 먹으면 부자 된다> 윤덕노 지음, 299쪽, 청보리, 1만 4000원.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