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중 중계카메라 그라운드 난입.ssul

K리그 울산현대와 경남FC 경기가 열린 2019년 4월 28일 울산문수구장에서 특별한 ‘사건’이 벌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하지만 철저히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었다. 나는 미리 밝히면 jTbc3/FOX TV(이하 jTbc)의 이런 기획에 찬사를 보낸다.

전반 38분께 김태환의 도움을 받은 주니오의 첫 골이 터졌다. 그러자 높다란 안테나를 장착한 짐벌 카메라를 어깨 위에 걸친 카메라맨이 그라운드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후반 울산 김인성의 추가골이 터졌을 때도 이 카메라맨은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진입했다. 중계화면에는 잠시 그 화면으로 잡은 듯한 영상이 송출됐지만, 심판의 지적을 받은 카메라맨이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았다. 

2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9라운드 울산현대와 경남FC의 경기 후반 울산 김인성의 골이 터지자 카메라 촬영기사가 그라운드에 들어와 심판의 제지를 받고 있다. 2019.4.28/뉴스1
http://m.news1.kr/photos/view/?3620975

쿠니모토와 하성민 부상에 2실점까지 했으니 ‘경남빠’인 나로서는 화가 났지만 이 시도를 보면서 ‘참 쌈빡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TV 중계로 이 경기를 ‘집관’한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지 못 했을 것이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jTbc가 이 장면을 송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카메라맨이 금방 심판 지적을 받고 그라운드 밖으로 빠져나왔기에 실제 이 카메라로 잡은 영상이 송출됐는지는 의심스럽기도 하다.

K리그도 유럽 여러나라 하키 경기처럼 중계카메라의 그라운드 진입을 허용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떠올랐기에 쌈빡하다는 생각을 했다..

북·동 유럽이나 인도 등 하키 강국은 오래전부터 경기 중 중계카메라의 그라운드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on game 상황에서도 공과 먼 지역에서는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가 선수 간단 인터뷰도 한다. 숨을 헐떡이며 굵은 땀방울로 얼굴이 뒤덮인 선수가 카메라가 아니라 공에 초점을 맞춘채 진행하는 경기중 육성 인터뷰는 TV 시청자의 현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려 준다. 이는 곧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고 리그 흥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유럽 축구의 강풍 속에서도 하키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그동안 사람이 하지 못 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또한 할 수 있었던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이 날 뿐만아니라 축구 중계화면을 되새김 해보면 그렇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이 터진 순간부터 길어야 1분이다. 현장의 흥분과 열기를 전해줄 수 있는 화면은 골이 터지는 순간의 슬로비디오, 열광하는 서포터석, 골 셀레브레이션 등이다. 

대체로 운동장 높은 곳에 있는 중계카메라로 슬로비디오와 서포터석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라운드 바깥에서 선수 눈높이에 위치한 카메라가 셀레브레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때 그라운드 안으로 생생카메라가 들어갈 수 있다면, 대부분 선수는 이 카메라 앞으로 달려와 셀레브레이션을 펼칠 것이다. 이날 김인성은 손 하트를 만들었는데 김인성 콧구멍이 보일 정도로 낮은 앵글로 손하트와 얼굴을 잡아 송출했더라면 그 현장감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을 것이다.

카메라 앵글에 따라 똑같은 장면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같은 경우 극도의 로우 앵글로 화면을 잡아내기도 한다. 농구장은 경기장 면적이 넓지 않고 코트 안 선수도 많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구도 홈베이스 부근에서나 로우앵글 영상을 제작하지 외야나 주루 같은 경우는 대부분 하이앵글이다.

반면 축구장은 면적도 넓고 그라운드에 선수들이 얽혀 있기에 로우 앵글을 잡기가 어렵다. 기껏해야 골 셀리브레이션 정도가 가능할 뿐이다. 만약 off game 상황에서 그라운드 내로 중계카메라가 들어갈 수 있다면 훨씬 생생한 화면을 잡아낼 수 있다. 이날은 짐벌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들어갔기에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현대 장비 발전은 굳이 중계에 무겁고 큰 ENG 카메라를 쓸 이유도 필요도 없게 됐다. 한 손에 뙀!!! 들어오는 full HD 짐벌 카메라도 쌔고 쌨다. 굳이 어깨에 걸치지 않으면 운용하기 어려운 ENG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게 높은 위치에서 잡은 중계화면이다. ⓒ K리그

이날 jTbc의 시도는 매우 좋았으며 의미가 있었다. off game 상황에서 첨단장비로 무장한 중계진이 운동장 안으로 달려들어간 것. 내가 기대했던 화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 만해도 좋았다.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간 짐벌 카메라가 이 장면을 잡아 중계로 송출했으면 어떤 그림이었을까 상상만 해도 기쁘다. ⓒ K리그

그라운드 밖 라인 바깥 평면에 있는 카메라 줌으로는 여러 선수가 얽힌 상황에서 목표하는 선수를 당기기에 여러 현장 변수가 많다. 높은 위치 카메라는 줌기능 향상으로 충분히 당겨서 보여줄 수 있지만 평면 눈높이에서 보는 화면과는 감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 중계를 보던 눈치빠른 ‘축빠’였다면 미묘하게 바뀐 카메라 앵글을 보고 ‘이건 뭐지?’라고 할 만한 화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짐벌 카메라로 잡은 화면이 아닐까 의심되기도 하는 모습. 내 상상으로는 짐벌로 이 장면을 잡았더라면 이보다는 더 로우 앵글로 더 확 당긴 모습, 그러니까 땀방울로 법벅이 된 선수 얼굴만으로 풀 화면을 채울 수도 있었지 싶다. ⓒ K리그
그리고 후반전 울산 김인성의 추가골이 터진 후 망연자실하는 경남 수문장 이범수 모습을 짐벌 카메라가 잡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송출됐다. 공식적으로 중계카메라가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아마 이범수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정면의 모습을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경남과 이범수가 느끼는 상실감의 크기는 훨씬 현실감있게 전달됐을 것이다. ⓒ K리그

아마 이날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중계진이 아니었더라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벌컥 뒤집혔을 것이다. 아마 울산구단은 상벌위원회에 제소되고 제재금이나 무관중경기 등 꽤나 무거운 징계를 받을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연맹은 이렇게 진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논란이 좀 더 커지고 시끄러워졌으면 좋겠다.

이 일로 당장 내일부터 중계 카메라진이 그라운드 생중계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구리다’는 평가를 받는 K리그 중계 질 향상을 위한 촉매제가 됐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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