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너 있다
[예전에 회사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다시 포스팅 합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이동건인가 박신양인가 했던 말이죠.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조금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꽤 깊은 철학적인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오래 돼서 새삼스럽지도 않고 별로 재밌지도 않은 우스개부터 시작합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운영체제인 Windows 시리즈는 적이 많지만 세상을 석권했습니다. 그런 Windows 개발자 중에 ‘탐’을 무척 미워하는 사람이 있었다지요. 그래서 ‘탐’을 욕하는 말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기능에 넣어놨답니다. 이른바 ‘탐새끼(탐색기)’.
다른 하나는 개발자 중에 불교에 호감을 가졌는가 악감정을 가졌는가 하여튼 그래서 온갖 승려를 시스템에 심어놨답니다. ‘쓰는 중’ ‘읽는 중’ ‘인쇄 중’ ‘연결 중’ ….
그런 windows에서 재밌는 철학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윈도 시스템의 가장 상위 개념은 ‘바탕화면’입니다. 바탕화면 아래 큰 갈래로 ‘내문서’와 ‘내 컴퓨터’ ‘내 네트워크 환경’ ‘휴지통’이 있지요. 또 내 컴퓨터 안에는 하드디스크와 제어판, 공유문서 같은 분류로 돼 있습니다.
다시 시스템이 설치된 C 디스크 안에는 몇단계 폴더를 거쳐 ‘바탕화면’이 나타납니다. 컴퓨터를 켰을 때 맨 처음 만나는 ‘바탕화면’이 시스템 폴더 안으로 수렴된 것이지요. 실제 맨 처음 만나는 바탕화면에 파일이나 폴더를 생성하면 시스템 폴더 안에 있는 ‘바탕화면’에 생기게 됩니다. 결국 ‘바탕화면 안에 시스템 있다’도 맞는 말이지만 ‘시스템 폴더 안에 바탕화면 있다’도 말이 됩니다.
여기서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일체유심조’ 같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내 안에 온 우주가 있다는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랄까요. 내 안에 우주 있고, 내컴퓨터 안에 바탕화면 있다.
시스템 개발자가 이런 철학적 이해를 하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하다보니 그리 됐을까요? 내 안에 우주 있는데, 우주 안에 미국 있고 마소 있고 개발자 있는데, 내 안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내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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