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문제라고? 30년 전 이미 경고

교육을 하는 사람이거나 교육 일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간에 우리의 교육이 실제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을 비판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 듯 잠잠하기만 하다. 인간의 생명을 가꿔가는 일보다 더 어렵고 문제 많고 힘든 일이 없을 터인데, 이렇듯 두려운 일을 아무런 논란도 비판도 없이 조용하게 그야말로 질서 정연하게 하고 있다면 이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도대체 어찌된 셈인가? – 책을 내면서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였던 이오덕 선생이 1978년 11월, 수상집 <삶과 믿음의 교실>을 처음 낼 때 썼던 머릿글입니다. 여기에서 선생은 ‘교육은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사랑은 아이들에게 대한 믿음에서 생겨난다’고 썼습니다.

대구 중학생 자살을 비롯해 잇따른 청소년 자살로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습니다. 그렇지만 원인과 처방이라고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것들을 살펴보자면 30여 년 전 이오덕 선생이 던진 화두에서 한국 교육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탄식이 나옵니다.

아래는 ‘인간의 가르침과 자연의 가르침’이라는 글입니다. 오늘날 벌어지는 학교폭력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동안 학교는, 교육은, 우리 사회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요?

“그저께는 교문 근처에서 아이의 비명 소리가 들리기에 가보았더니 세 아이가 한 아이를 가운데 두고 두들겨 패고 있었다. 세 아이를 데려와 물어봤더니 때릴 만한 이유가 없었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그 맞은 아이가 저들보다 가난한 집의 아이고 또 약해서 아무리 해쳐도 반항을 못한다는 것밖에 없었다.……모두가 어른들 때문이다.”(책 71~72쪽)

이미 선생은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기계가 되고, 그러면서 약삭빠르게 살아가는 꾀를 익혀 남을 해치기를 예사로 아는 교활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면서 “믿음만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 믿음은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그것뿐 아니라, 아이들 자신에게 그들의 삶을 믿게 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사실 1978년에 이 책이 나오고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참교육’을 주창하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했을 때 이론적 뒷받침이 됐으며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필독서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 폭력정권은 이 책과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금서로 지목하고 이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처벌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끼친 영향력은 엄청났습니다.

선생은 지금부터 30년도 더 전에 쓴 ‘노동과 교육’이라는 글에서 ‘교원=노동자’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원=노동자’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노동이라는 말의 참뜻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이란 공부를 못해 무식한 사람, 머리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나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란 생각이 마음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노동이 인간과 역사를 만들어 내고 문화를 창조하는 위대한 행위라는 것, 그래서 그것은 자본주의 국가든지 공산주의 국가든지 모든 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해야 하는 인간의 권리요, 의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노동자라고 할 때 오히려 영광스럽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지요.

이 책은 선생이 학교에서, 삶에서 겪은 이런저런 일에서 교훈을 찾아낸 글로 돼 있습니다.

1부에는 일과 놀이와 배움이 하나 된 ‘삶의 교육’에 대해 썼습니다. 이어 2부에서는 시험점수에 눈이 팔려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여러 가지 잘못된 교육현장을 고발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믿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행동하는 참교육을 실천하는 학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3부는 문학과 교육의 관계에 대한 글입니다. 잘못된 문학공부에서 벗어나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을 자기반성과 함께 솔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마지막 4부는 생활에서 보고 느낀 단상과 시평으로 채웠습니다.

30여 년 전 이오덕 선생이 던졌던 질문, ‘지금 학교에 사랑이 있는가? 지금 학교에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21세기라는 지금도 여전히 엄중하게 다가옵니다.

<삶과 믿음의 교실> 이오덕 지음, 469쪽, 고인돌,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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