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숨겨진 비밀

이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미국 국무부의 비밀 외교전문을 마음대로 꺼내볼 수 있게 됐다. 30년, 40년 된 옛날 기록도 아니다. 가까이는 불과 1년여 전에 작성된, 말 그대로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따끈한 기록들이다. 등장인물도 박정희·전두환·김영삼 등이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등 지금 TV나 신문에 매일같이 나오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모두 디지털 혁명과 ‘위키리크스’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언론매체가 출현한 덕분이다. – <그들만 아는, 우리만 모르는> 머리말 중에서

이른바 ‘케이블 게이트’라고 불리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http://wikileaks.org)가 지난해 9월 공개한 미국 외교문서는 모두 25만 1287건에 이릅니다. 전 세계에 전대미문의 충격파를 던졌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그 파장이 미약했습니다.

이 가운데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작성한 것은 1980건이며, 그밖에도 세계 각국의 미국 외교관이 작성한 문서에서 ‘대한민국’을 표하는 ‘ROK’ 또는 ‘KS’가 들어간 문서도 1만 4165건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에서 이처럼 큰 파장이 일지 않았던 까닭은 영문으로 작성돼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데다, 이를 적극적으로 취재·보도하는 언론도 흔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위키리크스 한국(http://www.wikileaks-kr.org)’을 통해 번역본을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힘을 합쳐 일궈낸 성과입니다.

한국 관련 외교전문을 보고 있자면 이 나라 정치권을 비롯한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는 이들이 행태가 어느 정도인지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를테면 “지난 2008년 1월 17일 당시 대통령 인수위에 몸담고 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버시바우 미 대사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현 장관은 버시바우 대사에게 총선 직후인 4월이 가장 적절한 방미시기라며 이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방문을 제안했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자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이명박 당선자가 미국을 방문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현 장관은 쇠고기 이슈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을 이 당선자가 잘 알고 있다며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화답했다는데서야 전국이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로 뒤덮였을 때도 이명박 대통령이 왜 그렇게 요지부동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한국을 어느 정도로 얕잡아 보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2006년 4월20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난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 대사는 “일본은 국제법 범위에서 움직이는 데 반해 한국은 비합리적으로(irrationally)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미친 짓을 해(do something crazy)’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까봐 염려하고 있다”는 발언에 이르면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미 KBS <미디어포커스> 담당기자로, 탐사보도팀 기자로 미국 정부기록보존소 등에서 한국 관련 문서 추적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김용진 기자가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이라는 부제를 붙여 책을 내놨습니다. 단순히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전문을 번역한 데서 나아가 주제별로 나누고 시대적·사회적 현상과 주변 여건 등과 교차시킴으로써 풍부한 해설까지 담아냈습니다.

주한 미 대사관 작성 비밀 외교전문을 통해 권력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한 비밀들, 미국은 알지만 정작 우리는 모르는 ‘대한민국의 실체’에 대해 심층 분석한 종합보고서인 셈입니다.

따라서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아프간 파병, UAE 원전 수주, 독도 문제, 론스타, 한미 FTA 등 한국 사회를 격동시킨 사건들의 뒤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밀담과 비밀협상들이 그 대상입니다. 비밀문서에 기록된 충격적인 내용들은 ‘공식적인 발표’ 뒤에서 굴러가는 ‘진짜 현실’을 통해 한국 사회 깊숙이 손길을 뻗고 있는 ‘미국’이라는 실체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그들만 아는, 우리만 모르는> 김용진 지음, 400쪽, 개마고원, 1만 6000원.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1 Response

  1. 아빠소 댓글:

    이건 정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필독서네요.
    전 드문드문 인터넷에서만 봐왔는데 체계적으로 책이 나왔었군요.
    말씀하신대로 미 비밀문건이 위키리크스로 인해 폭로되어 세상에 공개됐을때
    전세계적으로 충격에 휩싸였던데 반해 대한민국만 조용했습니다. 사람들이
    모르니까요. 언론에서 보도를 하지 않으니 알 턱이 없죠. 그런 사람들이
    이시대 언론인이라고 명함파고 목에 힘주고 다닌다니 할말을 읽을 지경입니다.
    정권을 두려워하고 할말을 못하는 언론, 인터넷 뒤적이다 연예기사나 작성하고,
    비판적인 시각은 아예 자체 차단해버리는 언론이 무슨 언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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