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은 몇개?

“소유한 물건의 숫자는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이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집 안은 더 지저분해진다. 그뿐인가? 우리 내면의 좌절감도 더 커진다.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금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고, 물건을 더 많이 소유할수록 우리 주머니에서는 그만큼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주의가 빚어낸 폐단은 비단 집 안이 어수선해지고 빚이 쌓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소유하는 물건의 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많이’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비를 행복의 주된 방편으로 삼는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 ‘한국어판 서문’ 6쪽.

지금 내 책상 위를 살펴봅니다. 컴퓨터에 달린 온갖 것을 제외하고도 참 많습니다. 연필과 볼펜 등 필기도구가 20여 점은 되고 지우개, 칼, 가위, 자, 칫솔, 스테이플러, 연필깎이, 봉투 자르개, DMB 수신기, 아이패드, 아이폰 충전기, 이쑤시개, 스탬프 인주, 명함통, 점안액, 핸드크림, 500g 아령, 머그잔 4개……. 호주머니를 살펴봅니다. 담배, 라이터, 휴대전화, 만년필, 취재수첩, 명함지갑. 그 명함 지갑 속에는 면허증, 신용카드 몇 장, 내 명함과 받은 명함 몇 장, 자동차 스마트키……. 책상 서랍은 열어볼 엄두가 안 납니다. 집은 놔두고도 가방, 자동차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물건이 있을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지끈거립니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The New iPad’ 지름신이 강림하려 합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평생 실천하고 대중에게 그 정신을 널리 퍼뜨렸습니다. 사람이 무언가에 집착하고 가지려는 데서 번뇌는 생겨나고 소유에서 고가 시작된다는, 그리하여 소박한 삶이야말로 번뇌를 끊고 성불하는 길이라는 가르침은 참 훌륭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무소유로 갈 것인지 생각해보면 참 먹먹합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중에 ‘만 원의 행복’이란 게 있었습니다. 만 원으로 하루를 살아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낭비했는지를 깨우치고 화폐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보통 사람이 따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 실제로 1년 동안을 100개 미만으로 세상을 살아본 한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살던 저자는 어느날 뒤죽박죽 엉망진창으로 쌓인 물건들에 갇힌 제 모습을 깨닫고 1년 동안 100개 물건만으로 살아볼 것을 결심합니다. 가족과 함께 실천한 1년 기록인데, 뜻밖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100개 만 가지고 나머지 물건을 죄다 처분하기까지 고충도 많았고, 가족 간에 분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처분하고 났을 때 저자에게는 96개의 물건이 있었습니다.

21세기 현란한 소비주의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건에 지배당하며 삽니다. 저자는 이런 예로 자녀 학예회 공연, 첫 걸음마, 졸업식 장면을 떠올려보라고 말합니다. 사랑스런 자녀 무용 발표회에서 조차 그 순간을 포착하는 카메라에 그 장면을 담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그 순간 자체를 즐기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내 아이와 공유할 소중한 추억도, 함께 공연하는 다른 아이들의 익살스런 모습도, 무대 아래서 뿌듯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는 선생님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도 느끼지 못합니다.

디지털 기기에 얽매인 나머지 정작 중요한 ‘행복’을 놓치고 있다는 자각에서 100개 미만으로 살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한 저자는 100개도 많더라고 합니다. 석 달이 지났을 때 93개 물건이 있었는데 그 중 2개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었습니다. 또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14개에 불과했습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서커스 구경하러 가고 부부가 ‘최고’의 날을 보내는 데 필요한 물건이 고작 스무 개였다는 데 이르면 사람들이 왜 ‘더 많은’ 물건에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저자의 이런 실천이 단순히 물건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소비주의 자체에 대한 실천적 비판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이 갑니다. 삶의 방향을 ‘소유’에서 ‘만족’으로 바꿈으로서 호텔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는 대신 집에서 가족들과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기고, 옷 한 벌도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삽니다. 쇼핑몰에서 헤매는 대신 아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눴고, 쇼핑 시간 대신 다른 일을 할 시간을 벌었으며, 지출을 줄여 가계에도 훨씬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도전이 거둔 또 하나의 성과는 단순한 삶을 원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욕구를 확인하고 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로 블로그로 저자의 도전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호응한 까닭은 결국 물건이 아닌 대상에서 기쁨을 찾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저자는 100개만으로 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1년 경험을 통해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얻게 된 저자는 ‘잡동사니로부터 자유를 되찾’으려면 많은 것을 가지려 하지 말고 많은 것을 버리라고 충고합니다.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데이브 브루노 지음, 이수정 옮김, 304쪽, 청림출판, 1만 3000원.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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