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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프로그램 개편 ‘땡이방송 될라’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라는 말이 있다. 겪어보지 않더라도 뻔히 결과가 보일 때 하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지금까지 진행돼온 언론 정책에 대해 현직 언론인·단체는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까지 끊임없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더니, 결과는 결국 걱정이 옳았다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KBS는 17일부터 1·2TV, 라디오 등 전면적인 프로그램을 개편해 방송하고 있다. 예산을 아끼겠다며 외부 진행자를 내보내고 자체 인력으로 진행한다는 데야 따로 토 달 일은 아니지만, 그럴 듯한 명분 이면에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진행자 솎아내기가 있었기에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병순 사장이 지난 8월 취임하면서 “대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겠다”고 한 데 이어 <미디어 포커스>와 <시사 투나잇>이 폐지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KBS는 <시사 투나잇>을 폐지하고 <시사 360>을 신설했으며 <미디어 포커스>는 <미디어 비평>으로 바꾸었다. 17일 처음 방송된 <시사 360>은 KBS의 개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첫 방송은 누리꾼 사이에서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네르바’ 때리기로 채워졌다. 미디어 다음의 토론 광장인 ‘아고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 온 ‘미네르바’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취해왔다. 프로그램은 비판 의견과 지지 의견을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듯 동등하게 배치하기는 했지만, “저런 분석은 거의 자해행위에 가까운 분석”이라거나 “익명의 허울 뒤에 숨어 허황한 괴담을 퍼뜨리고”라는 식의 진행자 발언은 이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가 ‘미네르바 때리기’에 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병순 사장을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임명한 것은 ‘땡이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이 거세자 정부나 한나라당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정부·여당의 말이 허황한 것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조·중·동과 대립각을 세우며 방송에서의 미디어 비평 영역을 개척해 온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도 아직 첫 방송이 송출되지는 않았지만, 먹어보지 않고도 알 만하다.

KBS뿐만 아니다. 아직도 출근저지투쟁에 시달리는 YTN 구본홍 사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전무 자리를 신설하는 등 친정체제 구축에 나서는 한편 조합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련의 방송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이명박 정부의 끝 모를 언론장악 욕구에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예산안에서 삭감됐던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원상회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국회에서 했는데, 이것도 혹시 신문·방송을 분리해 방송부터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경남도민일보> 2008년 11월 20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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