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이 지면파업을 하는 까닭
지역 언론계에 떠도는 소문이 흉흉하다. 열악한 지역신문 중 그나마 괜찮게 운영돼온 ㄱ일보, ㄴ신문, ㄷ일보 등이 부도설이나 사주 교체설에 휩싸여 있다.
지역 신문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은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몰려드는 실물경제 위기 탓에 지역 언론은 쓰나미 앞에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방치된 꼴이다.
‘2% 가진 자를 위한 정부’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는 변화된 환경에 대한 고려나 최소한의 균형감각마저 상실한 채 오로지 ‘수도권·대기업·가진 자’의 발전만 되면 우리나라가 잘살게 될 듯 허구에 가득 찬 ‘돌격 앞으로’ 구호만 남발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고, 녹색성장을 하겠다면서도 허파와 같은 녹색띠(그린벨트)를 풀어 공장이고 뭐고 막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단다. 방송을 장악하려고 온갖 모리배보다 못한 술책을 쓰더니 이제는 지역 언론마저 말려 죽이려 든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최시중 씨가 위원장으로 앉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방송관련법 제·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4대 신문지원기구를 통폐합하고 2010년 시한 만료를 앞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자동폐기 되게 내버려두는 등 지역신문을 고사시킬 최악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체 예산을 전년 대비 5.0% 증액하면서도 지역신문발전지원 관련 예산을 57억 6400만 원이나 대폭 삭감한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정부는 아무리 균형발전 없이는 국가 성장이 기형적으로 되거나 사상누각으로 될 것이라고 떠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될 때, 당장은 눈에 띄는 성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해서 거기서 거둔 남는 세금으로 지역에 투자할 여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집중됨으로써 생겨나는 혼잡과 불합리를 해결하는데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고 지역은 지역대로 고사할 것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지역 발전도 경제적인 풍요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잘산다’는 것은 경제적 풍요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치, 문화 향유, 여가생활 같은 인간 삶에 연결된 모든 분야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산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역의 여론 소통 기구로서의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입이 아프게 떠들어도 이 정부는 보고도 못 본체, 듣고도 못들은 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이게 26일 자 전국 16개 지역신문이 이례적으로 1면에 성명서를 게재하고, 오늘 11개 지역신문이 ‘지면파업’을 벌이는 까닭이다.
<경남도민일보> 2008년 11월 27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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