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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 출처 밝히겠다” 약속 어긴 KBS

지난달 20일 자 본란을 통해 KBS 프로그램 개편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이 있다. 지난달 17일부로 프로그램 개편을 한데 대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진행자 솎아내기’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당시 바뀐 프로그램 중에는 <미디어 비평>이 있다. <미디어 포커스>가 조·중·동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줄기차게 비평을 해왔다는 점에서 바뀐 <미디어 비평>이 예전의 포커스만큼 역할을 해낼 것인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미디어 비평>은 그런대로 예전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하다.

하지만, <미디어 비평>은 다른 관점에서 걱정스럽다. 지난 12일 밤 방송된 <미디어 비평>은 ‘경쟁 택한 미디어 법안, 이의 있습니다’와 ‘눈물은 가리고 희망만 노래하나?’라는 2꼭지를 내보냈다. ‘이의 있습니다’는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안을 개악하려는 일련의 시도에 대한 미디어 업계의 우려를 다뤘다. 특히 지역 언론의 문제도 깊이 있게 다루면서 11월 27일 전국 11개 지역 신문이 ‘지면파업’을 했다는 내용을 주요하게 처리했다. 지역 언론 종사자로서 다행이고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 사용된 자료화면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다. 지난달 27일 지면 파업에 앞서 26일 오후 2시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합원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역신문 여론다양성 사수’ 결의 대회를 열었다. <경남도민일보>는 대회 과정을 1시간 정도 비디오로 촬영했으며 일부 편집해 온라인으로 공개한 일이 있다.

이후 KBS <미디어 비평> 팀에서 연락이 와서 당일 비디오 화면을 구할 수 없겠느냐고 해 ‘경남도민일보 제공’을 밝힌다는 조건을 달고 KBS 측에 제공했다. 그러나 12일 방송에서는 <경남도민일보> 제공 화면을 2차례 1분 가까이 내보내면서 어디에도 <경남도민일보>가 제공했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경남도민일보>는 촬영한 비디오를 방송 등에 제공하면서 저작권료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료’를 주면서 비디오 자료화면을 받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공익성 등의 기준을 따져 ‘경남도민일보 제공’을 밝힌다는 조건을 달고 제공하곤 했다. 이번에도 지역 신문이 처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려 여론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저작권료 없이 제공했지만, KBS는 최소한의 약속마저 어겼다.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되면서 뉴스에 시청자가 제공한 비디오나 사진을 쓰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대부분 뉴스나 신문에는 제공자를 밝히는 관행도 정착돼가고 있다. “미디어가 그 역할을 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며 건강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미디어 비평>이지만, 저작권에 소홀 해온 그간의 미디어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제 눈의 들보’인가 보다.

<경남도민일보> 2008년 12월 18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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