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위, 언론 관계법 ‘기습 상정’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5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법을 비롯한 언론 관계법을 기습 상정함으로써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언론을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
신문발전위원회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예산 관련 식언이나 언론사에 대한 낙하산·외압 등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그러려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후안무치한 짓을 할 줄이야 몰랐다.

언론법 기습상정을 보도한 2009년 2월 26일 자 한겨레.
지난 참여정부가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 온 것과 차별화라도 하려는 듯 ‘프레스 프렌들리’를 외친 이 정부의 ‘립 서비스’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 들어 자행한 언론 장악 시도는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치 많다.
<미디어 오늘>이 25일 자에 보도한 바로는 이명박 대선 캠프 언론인 등 언론특보 출신 등 41명 중 29명(70%)이 ‘낙하산’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신재민 전 <주간조선> 편집장은 문화부 차관, 임은순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신문유통원장, 양휘부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옮겼다. 김인규 전 KBS 이사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MB정부 낙하산 인사를 보도한 미디어오늘.
그뿐 아니다. 언론에 대한 압력 행사로 기사가 빠지거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일도 허다했다.
YTN의 <돌발영상>은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으로 제작자들이 징계를 받으면서 폐지됐다. <국민일보>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땅 투기 의혹 기사를 삭제했으며 EBS <지식채널 e> 광우병 편 ’17년 후’ 결방, 이명박 대통령 미국산 쇠고가 발언 엠바고 논란 등 외압 시비를 숱하게 불러일으켰다.
그 밖에도 KBS 사장 선임 관련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변인이 참여한 대책회의나 KBS, 언론재단 등의 수장을 합리적인 이유도 법률적인 절차도 무시한 채 잘라낸 일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말하기에 숨 가쁘다.
그러나 이런 낙하산 인사나 외압 논란 등은 지나온 과정에 비춰 보면 약과였다. 신문사와 대기업이 방송사를 가질 수 있도록 신문법·방송법 등을 개정하겠다는 데 이르면 MB의 ‘통 큰’ 언론 장악 의도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이 정부의 언론정책은 ‘통제’와 ‘장악’만 있을 뿐이다. ‘소통’이 끼어들 틈은 전혀 없어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70년대식 개발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MB의 언론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검증된 ‘신자유주의’ 식 시장 체제에 언론을 내던지려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국 등 선진 민주국가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나 자본에 의한 소유지분 완화는 ‘악법’이라는 것이 이미 검증됐다. 단적인 예가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다. 그는 시청률 1위의 상업방송과 신문, 영화, 광고는 물론 금융까지 소유한 미디어 재벌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부패와 돈세탁, 범죄 혐의를 받고도 강력한 언론 통제를 바탕으로 무탈하게 집권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언론을 시장기능에 내맡기거나 특정 정파의 이익에 부합하는 언론 재벌을 키워내는 방식으로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그럴수록 정권이 언론을 통제·장악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경남도민일보> 2009년 02월 26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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