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사생활 범위는?

공인의 사생활 범위는?지나친 사생활 공개 반대에도 국민 알권리 충족이 우선인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에게서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인이라는 데에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가 그다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에는 기자 20여 명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사저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14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것으로 오인한 기자들이 사저에서 나온 승용차 등을 추격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추격전은 20여분만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노 전 대통령을 촬영하려는 기자들과 이를 피하려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얼마나 집요한지를 보여줬다. 더구나 지난 11일 권양숙 여사의 부산지검 출두 현장을 놓친 기자들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출두 현장마저 놓칠 수는 없다는 태세다.

그러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근황을 촬영·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차원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공인이라 할지라도 사생활을 지나치게 노출시키는 것이므로 자제해야 할까.

이는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임박한 가운데 14일 노전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 뒷편 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15일 자 많은 일간신문이 사저 뒤뜰에서 산책하는 노 전 대통령 부부 사진을 게재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산책 나온 노 전 대통령 부부’라는 사진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4일 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봉하마을 사저 뒤편 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남신문>, <조선일보> 등도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그 전에도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사저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종종 보도돼왔다. 언론은 이러한 일련의 보도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용인돼야 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는 지난 14일 블로그에 ‘공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나’라는 글을 포스팅하면서 정색하고 비판했다. 그는 블로그에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도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한다.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명백하게 자기의 사생활 공개를 반대하는데도 지속적인 공개를 한다면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라고 썼다.

또 “사저 앞에 장기간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언론의 상업적인 가치를 추구함이지 공익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확대해석해도 공적인 영역이 아니며 더구나 공중의 관심사도 아니고 바로 언론사 내지 언론인들의 관심사”라며 “국민의 알권리가 상업성과 충돌하고 공인을 핑계로 과잉보도를 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려는 시도도 분명 있다”고 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김종숙 변호사는 “사저 앞에서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어보인다”면서도 “정원에서 산책하거나 거실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망원렌즈로 촬영해 보도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측이 법적인 조치를 할지와는 관계없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사진을 보도하면서 ‘소환을 앞두고 초조해하고 있다’는 식의 해석을 덧붙인다면 국민의 알권리하고는 상관 없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인의 사생활’이라는 주제는 우리 나라에서 거대 이슈가 터질 때마다 되풀이해온 해묵은 논란이다. 그럼에도 이번 역시 명쾌한 결론 없이 “노 전 대통령은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조금 참아야 하고, 언론도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는 미적지근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남도민일보> 2009년 04월 16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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