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로 MB 정부가 얻은 것
인터넷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명쾌한 경제 전망으로 인기를 끌었던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무죄로 풀려났다. 일단 검찰은 체면이 말이 아니게 구겨졌다. 지난 2월 박 씨가 검찰에 구속될 때부터 누리꾼을 중심으로 무리한 ‘끼워 맞추기’ 수사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1차 판결 결과만 두고 보면 검찰이 판정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검찰이나 정부·여당은 미네르바 구속을 통해 밑지기만 했을까? 손익계산이 복잡하긴 하지만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점을 빼면 국내 상황으로는 크게 밑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여당은 지난해부터 ‘최진실 법’이니 해가며 누리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여러 시도를 해왔는데, 미네르바 구속은 그런 노력의 절정이었다. 지난해 촛불 집회가 그토록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온·오프라인의 환상적인 결합에 있었다. 블로그와 다음 ‘아고라’는 촛불 문화제 상황을 생생하게 중계하고 의미 부여를 했으며 활발한 토론장이 됐다. 사람들을 오프라인의 촛불문화제로 끌어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집권 초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려던 정부·여당에는 치명적타를 먹인 것이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됐으며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는 직격탄을 날린 미네르바를 구속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 ‘봐라 여차하면 이렇게 구속되는 수가 있다’는 공공연한 협박을 한 것이며, 그런 협박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 설령 무죄로 풀려난다 하더라도 적어도 석 달 남짓한 기간을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국민 대부분은 인터넷에서의 발언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덧붙이자면 인터넷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발언들이 알고보면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을 수용자들에게 심어줬다는 것도 전리품 목록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해박한 지식으로 경제 현상을 난도질했던 미네르바가 알고 보니 ‘전문대졸 백수’였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고질적인 학력 지상주의 사회에서 그의 권위를 시궁창에 처박은 것이다.
다음으로는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의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더는 ‘미네르바 불러다가 강만수 과외 시켜라’는 식의 비아냥을 듣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물론, 당장은 온라인에서 미네르바가 ‘영웅’처럼 부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 씨가 경제 분석 전문가로 대기업 등에 특채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해킹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이 처벌을 받고 나서 보안 전문가로 기업 등에 특채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경제분석 전문가로 억대 연봉을 받게 되더라도, 지난해 그가 누렸던 ‘경제 대통령’이라는 권위는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능력은 ‘억대 연봉’이라는 돈벌이 수단으로만 활용될 뿐,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한 한 예전의 파괴력을 상실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크게 밑지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이라는 공동정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네르바 진위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학력과 경력이 볼품없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떠벌림으로써 미네르바의 글마저도 별 볼일 없는 것이라고, 미네르바의 글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번 미네르바 사건이 현재진행형인 이른바 ‘노무현 게이트’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뜩한 현기증이 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고 처벌을 받느냐와는 관계 없이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도덕성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MB정부로서는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내세운 전 정권이 그렇게 도덕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 것만 해도 많은 것을 얻었다. 2MB의 비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컴플렉스가 중화되기 때문이다. 또, MB정부와 거대 족벌 언론 등도 성과를 챙겼다.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사건과 장자연 성접대 사건이 국민의 기억속에서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에게 은근히 겁을 준것은 MB정부의 학습효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MB정부가 얻은 것보다도 잃은 게 아무래도 많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