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발등 찍게 될 미디어법 개악

끝내 그리 됐다.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도 원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방식으로 언론관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여론 독과점 우려나 지역 언론이 말살될 것이라는 걱정도 깡그리 무시됐다.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을 갖다바치고야 말겠다는, 그리해서 영구집권을 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욕심 앞에서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일이 애초 청맹과니(시각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앞에 두고 손가락 셈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길게는 1년 넘게, 짧게는 지난해 말부터 그토록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것이요, 조·중·동 족벌 기회주의 신문과 거대 재벌에 방송마저 주겠다는 것이며, 여론 다양성과 지역언론을 죽이는 일에 다름아니라고 외쳤다. 아무리 막가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라 할지라도 한가닥 인간으로서의 양심, 역사와 민족앞에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은 남아있기를 바라서였다.

결국 이런 기대가 얼마나 허무맹랑했는지가 22일 국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부의장, 한나라당이 이날 오후 보여 준 것은 상식과 도리를 아는 정치집단의 그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목적을 이루고자 달려드는 동물 근성, 뒤통수 때리기는 사기꾼·협잡꾼에 비유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비열하기 그지 없었다.

그토록 ‘국민과의 약속 이행’을 외치더니만, 국민의 눈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MB와 청와대의 명령에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지는 뒷골목 ‘똘마니’만 있을 뿐이었다.

‘역사는 직권상정을 허용한 김형오 국회의장, 실제 사회를 본 이윤성 부의장, 날치기에 참가한 160여 명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기억할 것이다’는 한가한 말놀음을 할 여유마저 없어졌다. 역사보다는 엄혹한 ‘미디어 권력’이 그들을 먼저 응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미디어 권력은 기존의 신문·방송사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미디어 권력을 갖다 바치지 못해 안달복달했던 그 조·중·동과 재벌이 연합한 새로운 방송 권력이다. 그들이 언제까지고 한나라당의 영구집권을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날 언론관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일단 신문과 재벌의 방송 진입은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될 때까지는 몇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종합편성PP에 진입하는데는 초기자본금과 3년간의 운영자금 등을 합쳐 1조 2000억 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정 방송법이 허용하고 있는 지분의 최대치를 적용할 경우 종편PP의 경우 30%지분 4000억 원이 필요하다. 기존 신문업계에서 조·중·동이 아니면 넘볼 수 없는 큰 자본이다.

여기에 재벌이 가세해 새로운 종편PP를 설립하고나면 상황은 역전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조·중·동의 언론 권력에 재벌도 정부도 눈치를 보고 있지만, 매체 다양화에 따라 신문 권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등한 지분으로 방송에 참여한 재벌이 언제까지나 조·중·동에 끌려 다닐리는 없다. 신문법과 방송법에 따라 다양한 매체를 무차별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돼 앞으로 지분율 폐지나 상향조정 여론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벌의 신문권력 접수 시도도 잇따를 것이다. 신문은 광고시장 위축과 여론 주도력이 점차 축소되면서 결국 미디어 시장은 재벌에게 장악되는 수순만 남은 셈이다.

자본과 여론을 장악한 재벌이 무엇이 두려워 한나라당이라는 일개 정치집단을 위해 충성하겠는가. 결국 10년, 20년 후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재벌을 대변하는 미디어 권력의 결재를 받지 않고는 그 어떤 정책도 소신껏 시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미디어 악법의 본질이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2 Responses

  1. 경자라슈 댓글:

    파비님 말처럼 정말 웃기지도 상식도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니…
    이거 참 답답하고 개탄스럽습니다.

  2. 파비 댓글:

    그런데 불법으로 법을 만들면 그게 법이 맞습니까? 어떻습니까? 참 황당한 일이네요. 불법으로 법 만들어 놓고 그 법에 대해 준법을 강요하면 이것 참 헷갈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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