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배려, 눈가리고 아웅하나
어제(15일) 마산 돝섬에 가려고 마산여객선터미널에 갔다가 본 것입니다.
입구에 ‘도우미 호출벨’이 있는데, 초인종 스위치 선이 끊겨서 아무짝에도 쓸 수 없더란 말입니다. 물론, 그 벨을 쓰는 사람이 지금껏 없었기에 고장이 났는데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방치된 것이므로 아무 문제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런 벨을 비롯해 비상 상황을 대비하는 설비는 평소에 주~욱 쓰이지 않더라도 어쩌다 한 번 쓰일 것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저렇게 방치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껏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시설물에 대해 사실 나도 좀 무관심했습니다. 으레 ‘저자리에 저런 게 있구나’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지나곤 했지요. 장애인, 임신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자세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앞으로는 더 유심히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은 지난해 6월에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경남도청과 마산시청, 창원시청 청사 안내 점자판도 엉터리였다는 보도입니다.
공공시설 점자안내도 ‘있으나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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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공공기관이 시각장애인의 불편에 눈을 감았다. 경남도청을 비롯한 마산시청, 창원시청, 마산역 등 공공시설물에 설치한 점자안내도가 시각장애인이 볼 수 없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은 도청, 시청 등에는 건축물의 주 출입구 부근에 점자안내판, 촉지도식 안내판·음성안내장치 또는 기타 유도신호장치를 1개 이상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시설물 위치 이전해도 안내판 내용 그대로 ◇점자안내판 찾아 해독 ‘첩첩산중’ = 점자안내판이 순전히 ‘비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용’ 안내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각장애인은 1층 현관에 있는 점자안내판을 찾기도 어렵고, 안내판을 찾더라도 방향을 알 수 없다. 3일 도청을 찾은 시각장애인 1급 이보미(26·창원시 상남동) 씨는 민원실 위치를 찾지 못했다. 정문에 점자안내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바닥에 유도 점자블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찾은 현관에서도 점자안내판을 쉽게 찾지 못했다. 로비 정중앙에 있어야 할 안내판이 왼쪽 엘리베이터 옆 구석에 놓여있었다. 겨우 안내판에서 각 부서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평면도 아래 범례로 현재 위치가 붉은 동그라미로 돼 있다고 점자로 표시돼 있지만, 평면도에는 점자 없이 작은 동그라미 모양만 있어 비시각장애인이 아니고선 현재 위치를 알기 어려웠다. 오른쪽에 있는 안내 벨을 눌렀더니 “도움이 필요하면 안내 도우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민원실을 찾아가서도 업무를 보는 것을 원천봉쇄당했다. 안내판 점자의 글자 간격이 넓고, 점자 높이가 낮아 손끝으로 제대로 읽기가 어려웠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벨을 암만 눌러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안내판을 만지작거렸더니,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았는지 손바닥에 시커멓게 먼지가 묻어났다. 마산시청, 창원시청 역시 이 씨가 접했던 안내판과 별반 차이가 없다. 2일 마산시청을 찾은 시각장애인은 시청에 들어서자마자 쇠로 된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과 맞닥뜨려야 했고, 현관 입구까지 가서도 점자안내판을 바로 코앞에서 가로막는 사진 전시물과도 한판 씨름을 해야 했다. 3일 창원시청을 찾은 시각장애인도 현재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안내판을 더듬으면서 울분을 느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용 안내도를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데 대해, 담당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마산시청 담당자는 “점자안내도를 이용할 시각장애인의 감수를 생각해보지 못했다. 5년 전쯤 만들어진 안내도를 직제 개편이 있을 때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청 사회장애인복지 담당자도 “그렇게 돼 있는 줄 몰랐다. 바로 고치겠다”고 말했다.
◇위치 안내 잘못 마산역 점자안내판 = 마산역의 점자안내판은 매표소 위치가 잘못돼 있어, 시각장애인은 안내를 따라가면 아예 표를 구입할 수 없다. 2일 시각장애인 1급 박은희(37·마산시 양덕동) 씨는 마산역을 방문했다 낭패를 당했다. 마산역 광장에서 입구까지 들어서는데, 점자 보도블록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입구에 내놓은 점자안내도만으로는 절대 기차를 탈 수 없었다. 2006년에 이미 매표소 위치가 바뀌었지만, 2003년에 만들어진 점자 안내도는 2년 전과 변함없는(?) 안내를 하고 있다. 청사안내도만으로 어디가 어딘지 확인이 어려운데, 그마저도 잘못된 것이다. 역 시설팀 담당자는 점자 안내가 잘못된 것을 시인하면서, 8월 증축개량 공사를 대대적으로 할 때는 바꿀 것이라고 했다. ◇비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판 = 기본적인 공공시설에서조차 이처럼 비시각장애인에게만 보이는 시각장애인 안내판이 설치되자 시각장애인단체는 ‘시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전혀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시각보조시설 중앙지원센터 이승철 연구원은 “현관이 아닌 구석에 놓여 있는 점자안내판은 방향을 알 수 없기에 무용지물”이고 “다닐 수 있는 점자블록 동선이 표시돼 있지 않은 안내판은 시각장애인이 관공서를 혼자서는 도저히 찾지 못하게 한다”며 점자안내판 시정을 촉구했다. 사단법인 경상남도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송재현 사무국장은 “마산시에만 시각장애인이 1700명이고, 경남도 전체는 1만 5000명이다. 시·도 관계자들이 시각장애인의 불편에 눈을 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왕에 만드는 시설물이라면 이용자를 고려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
경남도청은 지난해에 ‘단계적으로 시설 보완’을 약속했다는데, 이건 또 어떻게 됐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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