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습지 회복이 따오기 복원 성공 열쇠”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129개 람사르협약 당사국 및 2배 옵서버 국에서 온 16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7월 1일에는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람사르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총회 개최 이후 지속적인 환경경남의 브랜드 구축’ 등을 목적으로 했다.

재단 설립으로부터는 1년여, 총회로부터는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자 박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3월 마산MBC 사장에서 물러난 방송인이어서 자연스레 지금의 언론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습지·철새 관한 국제협약 이행 해법 “유기농 실행”

남해안 관광벨트사업, 지리산과 얼음골 케이블카 설치 논란, 4대 강 사업, 상수원 광역화 사업……. 현재 도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환경관련 이슈다. ‘환경 재단’으로서 뭔가 역할을 해야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온갖 환경문제가 미래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첨예한 현안입니다. 방관만 할 수 없는 처지지요. 광범위하게 환경문제를 인식시키고 목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

박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

그러면서도 현안에 직접 부딪힐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환경문제 전반보다는 람사르 협약이 습지와 철새에 관한 국제협약이기에 우선은 습지와 새, 특히 논 습지 결의안에 따라 논을 습지로 간주하는 속에서 유기농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재단 위상이 확고해진 다음에는 행정기관과 비판세력인 NGO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중재하거나 상호 입장을 전달하고 교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내 습지네트워크 참여하는 민간단체와 공동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 교사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네트워킹을 통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으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재단 위상을 잡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니 이렇다 하게 언론에 홍보하고 할 일은 거의 없었지요. 그렇지만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결의문>을 번역 출판한 일은 보도될 만도 했는데 도민일보에서도 보도해주지 않더라구요.(웃음)

1년 동안 뭘 했는지 언론에 보도된 일이 거의 없더라고 물었다가 한 방 맞았다. 람사르 창원 총회에서 모두 32개의 결의문이 채택됐는데 모조리 영어로 돼 있어 국민 대부분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는데 이제 누구나 속시원히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재단은 지난해 7월 설립돼 총회 준비와 총회 진행은 경남도의 람사르총회 기획단과 함께 했지만, 이후의 설거지는 도맡아 했다.

우선 총회기간 활동했던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대두했다. “총회가 끝났다고 모두 해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어요. 그래서 자원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데 초점을 두고 지속적인 만남을 주선했지요.” 그렇게 해서 지난 2월 습지의 날 행사 때 ‘람사르 코리아’라는 시민단체로 출범했다고. 앞으로 재단 인력만으로 사업을 벌여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들 자원봉사자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가 개소한 것도 기념할 일이다. 환경부와 경남도가 함께 제안하고 신청한 사안이다. 지난 3월 람사르총회 상임이사회서 승인을 받고 지난 7월 21일 개원했다. 조직상으로는 람사르총회의 지역센터지만 재단이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 첫 사업으로 지난 19일부터 여드레 동안 개발도상국 15개국 습지관리자 50여 명을 비롯해 국내 습지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11월 말이면 지난해 총회에서 채택된 ‘창원 선언문’이 구체적으로 각국에서 어떻게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창원 선언문 네트워크’ 행사도 열린다.

그러나 지난해 람사르 총회 당시 20여 개 기업이 습지 기업서포터즈로 총회 성공에 이바지했는데, 이들 기업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참여시켜 나갈 것인지는 과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이사는 총회 선언문 중 ‘인간의 행복과 습지에 관한 창원 선언문’과 ‘습지로서의 논의 생물다양성 강화’ 선언문을 주목하고 있었다.

창원선언문은 ‘창원’ 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걸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주목할지 행동 지침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관심사다. 또 논 습지 선언문은 논을 습지로 간주하면서 논에서의 생물 다양성을 복원시켜 나갈 과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논을 습지로 볼 때 생명 종의 보고로서의 습지로 논을 복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근 주목하는 것이 고성군에서 추진하는 생명환경농업이라고.

고성군이 생명환경농업을 추진하기 전에도 생각 있는 농민들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왔지만, 그것을 지역 단위로 확대시킨데다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과 홍보 등을 행정에서 지원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였지요.

특히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생명이 깃들어 살 수 있는 유기농 논을 실천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또 봉하마을 오리 쌀 농법도 그런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고성이나 봉하마을 논에 가보면 많은 생물종이 살아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그가 논 습지에 주목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따오기 복원사업과도 밀접히 관련 있다.

우포늪에서 따오기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2세가 태어났고, 그 중 몇 마리가 죽었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100여 마리로 개체가 늘어나면 자연 방사할 계획인데, 그때 따오기가 자연상태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따오기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는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따오기 주된 먹이가 미꾸라지나 개구리 같은 것인데 농약 범벅이 된 논에 먹잇감이 살 수 없고, 그렇다면 따오기도 야생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당연한 논리다.

고성이나 봉하마을 같은 생명농법이 확산해야 합니다. 당장은 우포 일대, 넓게는 경남 전역의 논이 농약 범벅 이전 상태로 되돌려져야 따오기도 살 수 있고, 인간이 농약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언론 관련 질문엔 “종편 허용 콘텐츠 질 떨어뜨려

박 대표이사는 지난해 3월 마산MBC 사장에서 퇴임했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지역 MBC 광역화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고, 실제로 그는 부산·마산·진주 MBC 통합을 위해 노력해 노조의 조건부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언론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하고 퇴임했다.

최근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마산MBC에 와서 강연하면서 “내부에서 변해야 한다. 자율적인 개혁이 없다면 외부에서 강제된다”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강조하더라고 전했더니 박 대표이사는 “내부적인 몸부림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밖에서 크게 흔들어버리니 문제”라고 말했다. 외부 여건이 급변하다 보니 내부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식의 좌절감 내지는 무기력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 최근의 방송법 개정에 대해 “디지털 시대 맞아 다양한 채널 즐길 수 있다는 홍보 많이 접했는데 시청자들이 어느 선까지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다채널로의 변화가 시청자의 요구에 의한 것인가 상업적 필요에 의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일반적인 생활인의 라이프 스타일로 볼 때 시간 쪼개 쓰는데 매체 앞에서 즐기고자 하는 시간이 몇 시간이나 되는지, 지금 나와있는 매체가 그런 욕구에 부족한 상황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내부 종사자 처지에서 볼 때 IMF 이후 한국 경제가 전진-후퇴-전진-후퇴 되풀이하고 있으며 한국경제의 볼륨이, 광고시장이 팽창하는 시기 아닌데도 매체만 팽창할 때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는 것밖에 안될 것이라는 우려도 했다.

지금 현재의 매체만으로도 광고시장 풍족하지는 않습니다. 지상파만 있었던 정도까지가 어느 정도 풍족했던 시기였습니다. 제작비 투입하고 장비도 도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상유지만으로도 숨이 찬 정도인데 이걸 나눠 갖자는 것이지요.

결국, 종편 허용 등 채널을 늘이게 되면 기존 미디어 종사자의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할 밖에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전망에 대해서는 “사장 재임할 때 광역화와 함께 케이블(SO)과의 결합 논의가 좀 있었다. 당시는 신문 방송 겸영이 엄격히 금지돼 있을 때여서 신문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아무 실험 없이 신방 겸영의 빗장을 여는 것보다는 지역단위에서 테스트 거쳐 검증하고 공감대 속에서 중앙 언론의 참여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2 Responses

  1. 천부인권 댓글:

    행동하지 못하는 양심이 양심일까요? 현제 일어나는 현안도 말 하지 못하는 환경 단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쩝~~~

  2. 크리스탈 댓글:

    저도 람사르와 관련 있는지라 박진해이사님을 자주 뵙는데
    이렇게 뵈니 더 반갑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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