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낙후 서부경남,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서부 경남 7개 시·군 통합 추진 김영기 교수 인터뷰

2009년 7월 현재 인구 68만 5387명, 2007년 기준 예산 규모 3조 원. 면적 4467.89㎢. 경남 서부 남북단을 종단하는 거대 지자체. 인구로는 경남 전체의 21.2%에 지나지 않지만, 면적은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2.5%를 차지하다.

서부 경남 7개 시·군(진주시·사천시·거창군·하동군·남해군·함양군·산청군)을 통합했을 때 생겨나는 지자체 모습이다. 이런 ‘통 큰’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중심에 김영기 경상대 교수가 있다. ‘행정구역개편 진주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출범하면서 위원장을 맡았다. 추진위에는 진주포럼과 진주YMCA, 진주참여연대, 이성자미술관 건립을 위한 진주시민 모임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지방자치를 전공한 나로서는 ‘지방자치구역’이라고 쓰고 싶다”라는 그를 지난 1일 진주의 한 찻집에서 만나 이런 통 큰 제안을 하고 나선 배경과 전망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구(2009. 7월 기준) 면적(㎢) 재정규모(2007년 현재)
하동 51,585 675.23 423,366,000,000
남해 50,199 357.66 342,223,000,000
산청 35,069 794.69 366,794,000,000
함양 40,489 725.09 320,259,000,000
거창 63,332 804.12 361,138,000,000
사천 112,904 398.21 435,292,000,000
진주 331,809 712.86 840,974,000,000
685,387 4,467.89 3,090,046,000,000
비율 21.2 42.5  
 

– 진주·사천 통합 논의는 꽤 오래됐지만, 서부 경남 7개 시·군 통합 추진은 의외라는 느낌이 있다.

△ 행정구역 설정 기준 첫 번째는 ‘공동체’이다. 일단은 생활권역이 같아야 하고, 그런 속에서 ‘우리’라는 감정이 형성된다. 이는 정서적 기반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우리 감정’이 있다면 공동체 내부에서 대립요소가 생겨나더라도 극단적인 대립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고 흡수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의 문제다. 영국이 지방자치 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축소했다. 그러고 나서 10년에 한 번씩 자치구역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과정은 정당이 추천한 중립 인사로 위원회를 구성해 맡겨버린다. 영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가장 적정한 인구는 55만 명이라는 공식을 찾아냈다. 이를 적용한다면 우리도 인구 50만~60만 정도일 때 가장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2008년 말 행안부 인구통계를 보면 서부 경남 7개 시·군 인구가 69만여 명이다. 생활권과 규모의 경제를 두고 고민한 결과 적정 인구를 약간 넘어서긴 하지만 서부 경남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통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서부 경남 7개 시·군이 ‘공동체’라고 하는 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 이런 배경이 있다. 생활권역이 같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와 함께 쟁점·현안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서부 경남 7개 시·군은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찬밥신세였고 낙후된 지역이라는 정서가 있다. 물리적 거리가 멀긴 하지만 교통·통신 발달로 시간거리가 현저히 단축됐다. 아울러 (7개 시·군 통합은) 민주성도 충족한다. 진주포럼이 지난 2006년 도민 1000명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경남은 생활권이 4개로 나뉘더라.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 경남권, 마·창권, 김해·양산권, 거제·통영권 등이다. 교통·통신 발달은 대구경제권이었던 거창도 진주권으로 아우를 수 있게 됐다.

–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행정체제개편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자칫 정치권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해보지 않았나.

△ 미리 준비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그린 그림을 앉아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서부 경남 공동이익이 반영된 그림을 주민이 그리고, 이를 정부 그림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남포럼을 중심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내용을 발언하고 반영할 기회가 온 것이다.

정치인에게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개편의 당위성은 오래됐으며, 계층구조 개편은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어차피 행정 개편은 매우 정치적인 현안이고 어려운 일이다. 뻔하게 필요하고 시급하고 중요한데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노력조차 안 한다면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일이다.

국회서 논의되고 있는데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이달곤 행안장관이 졸속·급격히 추진하는 거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다. 그렇지만, 96년 도·농 통합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를테면 청주시와 청원군은 그동안 통합 주민 투표를 여러 번 했지만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 그런 곳이 몇 군데 있다. 그런 데서부터 먼저 풀어나가려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오해가 풀렸다.

–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자율통합을 신청해 성사되면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그런데도 자율통합이 아니라 법이 제정되면 추진하겠다고 한 이유가 있나?

△ 인센티브는 매우 부수적이다. 7개 시·군이 통합된다는 자체가 절실한 과제이다. 2006년부터 준비해왔다. 지방공직자들이 겉으로는 냉담한 체하면서 뒷전으로 방해하는 수준이다 보니 그동안 주춤거렸던 것이다.

어떻게 할래 하다 보면, 영국식으로(정치권 입김 배제하는) 하면 바람직한데, 한나라당이 하겠다고 나서니 그럼 책임지고 한번 잘 해보라 하는 것이다. 굳이 막을 이유는 없다.

– 7개 시·군을 통합하면 면적이 경남의 절반 가까이 된다. 사실상 도가 무력화되는 것 아닌가.

△ 지방자치학자로서의 생각은 도-시·군의 2계층은 전혀 도움 안 되는 비효율적인 낭비의 근원이다. 전국을 60~70개로 묶는다면 도를 없애는 것이다. 행정은 효율성을 위주로 하는 것이다. 부·울·경을 한 행정구역으로 해 지방자치제로 하기 어려운 일, 이를테면 환경이나 교통기획 같은 문제를 전담하는 행정청을 설치해 맡기면 된다. 지금도 노동이니 국세니 환경이니 해서 특별행정기관이 지방마다 설치돼 있다. 중앙정부 업무 중 지방자치단체에 줄 것은 다 주고, 꼭 필요한 국가 사무만 특별행정청을 설치해 행정효율을 추구하면 된다.

– 통합 효과는 어떤 게 있을까.

△ 개발에서 낙후됨으로써 남아있는 자원이 모인다. 이 자원을 잘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통합구역 주민들이 먹고살 밑천이 마련될 것이다. 또 경남도를 거치는 경우나 진주나 사천 거창이 정부 상대로 교섭하는 것보다 훨씬 교섭력이 커진다.

– 출범 기자회견 하던 날 이삼수 사천시의원이 통합에 반대한다는 5분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천지역에는 진주·사천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공무원이나 다른 시·군 주민을 설득하기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

△ 행정체제 개편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이 확산해 있다. 노무현 정부 때도 탄핵 폭풍이 아니었더라면 행정체제 개편이 깊숙이 진행됐을 것이다. 그때도 꽤 연구가 진행됐었다.

중앙시장 좌판 장사하는 할머니에게 행정통합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무관심할 수는 있다고 본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지방자치구역이 2계층으로 돼 있음으로써 일어나는 불합리와 재정 낭비 같은 것을 줄였을 때 구체적으로 무슨 이익이 있는지를 알려나간다면 주민 반대는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공무원 숫자 줄이는 데 대한 걱정은 접어놔도 된다. OECD 국가 중 주민수 대 공무원 비율이 맨 꼴찌 수준이다. 현 수준 유지하면서도 일 잘하게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방의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10년간 또는 2 임기 동안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지 않겠나.

△ 정부가 8·26조치 발표하면서 시장·군수·지방공직자가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없게 됐다는 부수적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아무래도 정치적 장래에 대해 여러 고려를 하지 않겠나. 실제 지난달 29일 출범 기자회견 직후 정영석 진주시장을 만났다. 예전 혁신도시 문제로 그와 크게 한번 부딪힌 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의를 위해 시장이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라고 했지만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정 시장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들이 공직자의 이해로 주민 이익을 덮어버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이다.

– 쉽지 않은 길에 나선 특별한 까닭이 있나.

△옳고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일을 나 편하자고 피할 수는 없었다.

– 행정구역 개편은 필연적으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으로 연결될 것이다. 전국이 60만 전후의 행정구역으로 재편되고 나면 지금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회의원 비율이 1대 3 정도에서 1대 1로 될 가능성이 크다.

△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문제는 행정구역 개편과는 별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피가 터지게 싸워야 할 사안이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1 Response

  1. 크리스탈 댓글:

    7개 통합은 너무 단위가 큰거같은데요..
    단위를 크게 하는게 오히려 도를 없애는거 같은데…
    아웅…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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