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쩨쩨한 ‘비판 목소리 재갈물리기’

지난해 가을 KBS가 프로그램 정기개편을 하기 전까지는 출퇴근할 때 주로 KBS1 라디오를 들었다. 온종일 시사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쁜 일상 중에서도 그날의 주요 쟁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그중에서도 퇴근할 때 시사평론가 정관용 씨가 진행하는 ‘열린 토론’은 다 듣지 못할 경우 인터넷으로 다시 듣기도 했다. 특히 수요일에는 한겨레 성한용 대기자와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이 패널로 나와 초대인물을 두고 진보와 보수의 시각으로 첨예한 설전을 벌였는데, 하도 재미있어 빼놓지 않고 들었다. 그러나 정관용 씨가 물러나고 나서는 KBS1 라디오는 거의 듣지 않는다.

왼쪽부터 신경민 앵커, 가수 윤도현, 탤런트 김민선, MC 김제동, 손석희 교수, 개그우먼 김미화.

왼쪽부터 신경민 앵커, 가수 윤도현, 탤런트 김민선, MC 김제동, 손석희 교수, 개그우먼 김미화.

지난해 4월 MBC 뉴스데스크에서 따끔한 클로징 멘트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신경민 앵커가 잘릴 때도, 정관용 씨가 잘릴 때도 MB 정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쩨쩨한’ 정부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MB 정부, 한나라당 모두 쩨쩨하기 이를 데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미워 벌주고 갈아치우고 싶은 게 권력 일반의 속성인지는 모르나, 이럴 수는 없다.

개그맨 김제동 씨가 ‘스타 골든벨’ 진행을 못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윤도현 씨가 KBS2 TV와 KBS FM에서 잘릴 때 예상하고, 김제동 씨는 몸을 사려야 했다. 나서서 ‘노짱’ 국민장 때 사회를 보는 따위는 안 해야 했다. 그리해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 말까 했을 테다.

개편 때마다 잘리나 마나 눈길을 받는 김미화 씨도 이번에는 살아남았다지만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MBC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를 ‘100분 토론’ 사회자로 계속 쓰지 않으려다 반발을 사고 있다. 방문진 압박에 입지가 좁아진 엄기영 사장의 처지를 보아 손 교수가 자진해서 사퇴해주는 것이 옳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더 솔직한 현실인, 뒤집힌 세상이다.

탤런트 김민선 씨는 지난해 5월 촛불시위 당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털어 넣는 것이 낫겠다”는 글을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지난 8월 한 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3억 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곤욕이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의 ‘돈 주고 상 받기’ 관행이 뿌리 깊은데도, 이를 지적한 MBC 기자는 물론 보도국장까지 상대로 민·형사상 명예훼손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일이 모두 MB 정부 핵심에서 조종했다는 명확한 물증은 없다. 오히려 ‘외압’설에 펄쩍 뛰는 시늉이다. 아무리 손으로 하늘을 가린대도 이미 하늘을 보아버린 국민은 손을 치우라고 삿대질하지 가린 손이 하늘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옳은 소리,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좋아할 이는 없다. 그러나 범부가 아닌, 한 나라를 대표하고 책임지고 통치하는 최고 권력자라면 달라야 한다. 조선시대 숙종이 연못 가에 세 칸짜리 다락을 짓고 이름을 관풍루라 했을 때 부제학 윤강이 상소했다. “적절치 못한 때에 토목공사를 하는 것은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극언을 했다. 이에 숙종은 상을 주겠다고 윤강을 부르고 한편으로는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다. 윤강이 들어오자 숙종은 “네가 보다시피 이 관풍루는 세 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라가 망할 조짐이라니 무슨 말인가? 너희는 산에 정자를 짓고 물가에 누각을 지어 거처하면서 나는 조그만 누대 하나 지을 수 없단 말인가?”라면서 곤장 다섯대를 때리게 했다. 그러면서도 표범의 모피를 주었다. 숙종의 누각이 다른 사대부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하다거나 크지 않았고 윤강의 상소가 과장됨이 있었지만, 숙종은 선비의 잘못된 말에 대해 벌하면서도 직언하는 태도에 상 준 것이다.

옳은 말에 귀 기울일 것으로 MB 정부에 기대한 적도 없지만, 이처럼 쩨쩨하게 군대서야 어디 ‘사내’라고나 할 수 있겠나.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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