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아나운서 변신이 기대된다
오늘 ‘혜은이·전현무의 오징어’ 첫 방송을 마지막 30분 남짓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말은 혜은이 씨가 전현무 씨에게 “오버 하지만 마라”는 말이네요. 아니, 전현무 아나운서가 오버하지 않으면, 무슨 맛으로 그의 진행을 들으란 말이옵니까 ㅠㅠ;

KBS 2 라디오 홈페이지의 혜은이 전현무의 오징어 타이틀.
KBS 2 라디오 가을 개편 첫날이 오늘입니다. 어제까지 저녁 8시 ‘전현무의 프리웨이’를 진행하던 전현무 아나운서가 정오~오후2시까지 ‘혜은이·전현무의 오징어’로 옮긴다는 말을 지난 화요일 프리웨이에서 듣고 내심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더랬습니다. 그러면서 <여성동아> 10월호를 우연히 보면서 복사해뒀던 전현무 아나운서 인터뷰 기사와 엮어서 포스팅을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날 했습니다만, 게을러터진 습성 탓에 이제야 포스팅을 하네요.
따지고 보면, ‘전현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된 것이 1년 남짓 돼 가네요. 지난해 가을 KBS 새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입바른 소리 하는 진행자들을 대거 몰아낼 때 KBS 1 라디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열린토론’을 진행하던 정관용 씨가 물러나기까지는 KBS 1 라디오 광팬이었습니다. 항상 바쁘게 살지만, 나름대로 신문을 챙겨 읽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놓치는 핵심 쟁점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종일 시사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KBS 1 라디오는 그런 이슈를 까먹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더구나 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듣는 열린토론은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좌와 우, 보수와 진보의 시각을 고루 들을 수 있어 좋았지요.
그런데 어느날 정관용 씨가 퇴출됐더라구요. 그 일 말고도 KBS 새 사장이 싫어 그때부터는 그냥 아무 채널이나 출·퇴근길 차안에서 라디오를 들었지요. CBS도 들었다가 MBC도 들었다가, MBC FM, KBS FM 등등 오가며 들었는데 그다지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길에 들은 방송에 필이 꽃혔습니다.
되지도 않는, 거의 돼지 멱 따는 수준의 괴성을 지르며 김용옥 흉내를 내더니 “이것 말고도 잘 할 수 있단 말야. 다른 사람 목소리도 흉내낼 수 있도록 대본 써 주셔도 돼요”라고 방송 작가에게 주문하는 목소리를 듣고서였습니다. ‘야 누군데 이처럼 당당한거야’ 싶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전현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답니다. 그러면서도 그냥 갈 곳 잃은 발걸음이 익숙한 주막으로 향하듯 그냥 KBS 2 라디오를 출·퇴근 시간에 들었습니다. 이윤석·윤정수의 오징어도 듣고, 태진아 씨가 진행하는 트롯 가요 프로그램(11:00~12:00), 왕영은 이상우의 ???? 등등을 들었지만 아무래도 프리웨이에 필이 꽃혔더랍니다.

전현무 아나운서. /KBS 홈페이지
점차 전현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나테이너’ 역사를 개척해나가는 그을 알고부터 더 정감이 갔고, ‘젊은 사람이 저렇게 망가져가면서까지 꿈을 좇아 가는데 나는 내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망가져본 적이 있는가, 망가질 각오는 돼 있는가’하는 데로 생각이 이어지면서 그가 망가지는 소리에 중독돼갔습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전현무 아나운서가 프리웨이를 그만둔다는 소리는 ‘청천벽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척 놀라운 소리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정오시간대로 옮겨 다른 프로를 진행한다는데 그 시간대는 내가 출근하는 시간대여서 그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혜은이 씨와 같이 진행한다니 크게 기대를 했습니다.
사실, 혜은이 씨도 그렇고 전현무 씨도 그렇고 한때 내 삶의 깃대 같은 존재였기에 오늘 출발한 그들의 ‘오징어’ 프로그램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혜은이 씨. /KBS 홈페이지
혜은이 씨는 내 어릴 적 아련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존재입니다. 중학교 2~3학년 무렵이었습니다. 그 때 혜은이 씨의 노래 ‘진짜 진짜 좋아해’와 ‘당신만을 사랑해’가 꽤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지요. 나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학생 한 명을 소개팅으로 알게 됐고, 그냥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요란하지는 않았고, 한번 씩 편지나 주고받고 어쩌다 운동장이나 복도에서 마주치기라도 할라치면 겸연쩍은 미소로 서로 아는 체 하는 그런 정도였지요. 그렇지만 그를 알고부터 내 삶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시골 소년에게 무엇인가 이뤄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시험을 치고나면 게시판에 전교 석차를 주~욱 게시할 때였는데 그가 나보다 6등 정도 앞섰더라구요. 내가 32등이었는데 그이는 26등이었습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요. 그래서 공부를 좀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시험에서는 20등인가 했는데 그는 14등을 했구요. 그렇게 6등 차이는 잘 좁혀지지 않았고, 3학년 초 우여곡절 끝에 내가 전교 1등을 하면서 순위는 뒤바뀌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동안 입에 달고 있던 노래가 혜은이 씨의 ‘진짜 진짜 좋아해’였습니다. 대상은 그였고요. 순진한 시골 소년에게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했고 가슴 뛰고 부담스러운 말이었기에 ‘좋아해’라는 노랫말에 이끌렸는지도 모릅니다.
그와의 인연은 내가 진주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그가 부산으로 진학하면서 멀어지는 듯 했지만 다음해에 그가 재수 끝에 진주로 와서 가느다랗게 이어졌고, 진주서 재회한 날 불렀던 노래도 ‘진짜 진짜 좋아해’였습니다. 대학에 그가 진학했을 때, 그의 후배와 셋이서 함께한 기차 여행에서도 ‘당신만을 사랑해’보다는 ‘진짜 진짜 좋아해’가 더 좋았지요.
내 삶의 좌표를 잡아주었던 ‘진짜 진짜 좋아해’와, 거꾸로 뒤집힌 세상에서 한가닥 부여잡은 지푸라기 같은 전현무 아나운서. 그들의 궁합에 기대가 큽니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방송 진행이라는 30여년 꿈을 이루었다는 혜은이 씨의 건투를 빕니다.
저 역시 우연히 ‘혜은이 전현무 오징어’ 듣고 매일매일 열심히 듣는 애청자입니다.
처음에는 혜은이씨가 워낙 대스타고 가수로서 포스가 대단한 분이라 남자 아나와의 조화가 잘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훨신 두 분 호흡이 잘 맞더군요.
전현무씨가 전체적인 리드를 잘 해 나가고
혜은이씨는 나름의 노련함으로 재치있게 어우러져 가더군요~
앞으로도 애청하며 응원하려구요.
전현무?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구만…
전현무. 조선일보 기자, YTN 아나운서를 거쳐 KBS둥지를 튼 어찌보면 언론계 입지전적 인물이더군요.
전현무에 꽂히셨다…. 의외네요.^^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포스팅도 참신하구요.
앞으로 라디오 관련 포스팅 기대해도 될까요?
라디오 리뷰(?) 많이 할 것은 없고 한 두어개 예전부터 생각하던 게 있습니다. 기회 봐서 포스팅 해보죠 ^^
저도 전현무 좋아하고 혜은이씨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더 궁금한건
돼지털님이 좋아했다던 그 여자분과 어찌 되었을까입니다.
그리고 전교 1등도 하셨군요… 와우~~~~
ㅋㅋ. 걍 굼금해만 하세요. 말하자면 길어져요. 그도 내 전번 알고, 나도 그의 전번 아는데도 5년 넘게 서로 통화하지 않고 있습니댜. 그는 울산서 아이 낳고 잘 살고, 나는 김해서 아들 딸 낳고 잘 삽니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만나보라고 극성인데, 나는 울 마눌 무서워 연락 못하고, 그는, 글쎄요 그의 남편 무서워 연락 못하나 아님 내가 별거 아니어서 연락 안하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