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스]히틀러가 세계정복을 못 한 까닭은?
어제 저녁 먹으면서 아이들하고 한문(자)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뜬금없이 아들 녀석이 “히틀러가 세계 정복을 못 한 까닭은?”이라고 물어보네요. 딸래미가 머리를 짜내려 애쓰지만 잘 모르겠는가 봅니다. 나도 나름 히틀러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책을 보기도 했지만, 아들 녀석이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몰라 가만 지켜보고만 있었지요.
답은 ‘제가(齊家)’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앞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뜻이 무엇이냐고 딸래미가 지 오래비에게 물었고, 아들내미는 가소롭다는 듯이 “능력 있고 집안 좋고 나라 좋으면 세계정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고, 웃기려고 하는 말이거나 아니면 요즘 아이들의 그렇고 그런 비틀어보는 짓거리 중의 하나였겠지요. 이말 끝에 나온 물음이 히틀러가 세계정복을 못 한 까닭이었습니다.
아들내미 말로는 “히틀러는 말도 잘했으며(수신 修身), 독일이라는 나라는 1차대전 패망에도 잠수함과 비행기를 만들고 핵폭탄 연구를 시작할 정도로 나라도 좋았다(치국 治國), 그러나 세계정복(평천하 平天下)은 못했다. 결국, 원인은 집안이 좋(제가 齊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썩 내 맘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 새로운 시각이었고,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에 들어맞는 말이기도 했기에 푸하하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아들내미 말을 두고 ‘어느 정도’라고 표현한 것은 이래서입니다.
권력을장악해 가는 시기의 아돌프 히틀러. 히틀러는 특별한 자기 확신과 예리한 조종의 본능을 결합했다. 히틀러는 역사란 언제나 “연설의 마술 같은 힘”이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리처드 오버리 지음 조행복 옮김|교양인|독재자들 65쪽아돌프 히틀러의 전기는 비교적 잘 정리돼 있는데, 그는 1889년 4월 20일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 암 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히틀러는 넷째 아들이었는데 그의 어머니 클라라는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이었지요. 세 형은 어려서 모두 죽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세관 공무원이었고, 하층 중간 계급에 속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히틀러가 11살이던 1900년에, 그의 어머니는 1907년에 각각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점에서 히틀러의 집안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아들내미는 히틀러의 여러 가지 능력 가운데 말 잘하는 것을 꼽았네요. 이것도 내가 볼 때는 꽤 본질적인 부분을 잘 이해한 것 같습니다. 히틀러는 어릴 적 고향의 학교에 다닐 때는 그런대로 총명했으나 린츠의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는 학업에 흥미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히틀러는 기억력 하나는 타고났다고 하네요. 하여튼 히틀러의 청소년기는 유산으로 빈곤하지는 않았지만 소심하고 예의 발랐으며 사교성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무례할 정도로 고집이 세고 교활했으며 자기중심적이고 친구들의 기분에 개의치 않았다고도 기록돼 있습니다. 청년기 이후 정치범으로 교도소에 갇히기도 했지만 그를 교도소에 보낸 재판장 게오르크 나이트하르트보다도 교도소에서 더 화려한 생활을 했다고도 합니다. 히틀러는 란츠베르크 감옥에 수감돼 있는 동안에도 지지자들로부터 음식과 음료, 꽃 세례를 받았으며 “지도자는 게임에서 패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운동을 하지 않았고 그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저술했다고도 합니다.
그런 히틀러는 연설을 정성들여 준비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나는 독일어는 모릅니다. 하지만, 각국의 언어에는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으며 특징이 있다는 것은 압니다. 히틀러는 자신의 탁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와 억센 오스트리아 악센트의 힘을 알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언제나 말이 글을 능가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 “역사상 최대의 종교적, 정치적 결과를 일으켰던 힘은 언제나 연설의 마술 같은 힘이었다. 정치적 열정은 오로지 군중에게 내던진 말의 횃불만이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라고 기술한 것만 봐도 그의 ‘말’에 대한 신뢰를 알 수 있지요.
히틀러는 ‘말의 힘’을 알아챘고, 우리 집 아들내미는 ‘히틀러의 말’이 갖는 힘을 알아챈 것이지요.
어쨌거나 히틀러는 왜 세계 정복에 실패했을까요?
정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자면, 그의 인종차별적인 세계관은 뛰어난 사람을 그의 주변에서 몰아냈습니다. 유태계의 피가 조금이라도 튄 과학자들은 미국으로 망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지요. 원자탄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립한 독일이지만 미국에서 먼저 만들었지요. 그의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기대 이하로 무능력했습니다. 히틀러가 동부전선-러시아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탈리아 전선에 연합군을 묶어두길 기대했지만, 무솔리니는 어이없게 무너지고 말았지요. 전쟁 초기 독일의 공업력은 영국이나 프랑스를 능가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지구의 공장지대 생산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거나 그런 바탕에서 공군력에서의 열세가 패배를 자초했다는 얘기도 할 수 있겠네요. 히틀러 개인적으로 볼 때도 그의 지나친 자신감에 기인한 전략적 실수도 들 수 있겠고, 그에게 집중된 권력 때문에 그의 참모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점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여튼 히틀러는 인류 역사상 꼽을 수 있는 걸출한 인물이었음에는 분명하지만, 그를 ‘영웅’으로 꼽을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 집 아늘내미가 혹시라도 히틀러 같은 망상에 빠져 세계를 정복하려 들 일은 없겠지요? 능력도 뛰어나지 않고, 집안도 한미하며, 나라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으니 세계정복을 시도할 엄두도 못 내지 않겠습니까. 하하.
히틀러나 세계2차대전, 독일 등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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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전쟁에 진 이유라는 제가의 실패. 재미있는 해석이군요.
하나의 썰.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이게 참 해석하기가 난감한 ‘맹자님 명언’인데 사람이 나갈 길에 대한 ‘순서’인 것도 같고
천하가 편안할려면 수신에서 비롯된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히틀러가 나고 자랐던 시기는 제국주의의 광기가 도
사렸던 때고 히틀러 자신의 불행한 유년시절이 이와 맞물려서 ‘인류 역사상 두 번 다시 나와서는 안될 인물’의 대
명사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은 수신과 제가, 치국, 평천하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
어야 된다고 생각하네요.
두울의 썰.
밀리터리 취미에서 ‘히틀러’는 마르지 않는 우물입니다. 비록 그가 꿈꾸어왔던 천년제국의 건설은 반세기도 채 안
되고 막을 내렸지만 그가 건설을 위해서 만들었던 나치나 제 3 제국의 임팩트는 각계각층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
휘하고 있죠. 2차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제복과 무기는 미국, 유럽에서는 인정받는 안티크입니다. 그 유명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의 제국군도 그 모티브가 2차대전 독일군이었죠. 한 가지 아이러니라 하면, 러시아의 스킨헤드
들이 그토록 찬양하는 나치즘이 2차대전때는 슬라브족인 자신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려 했던 그 ‘나치’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알까요.
세엣의 썰.
2차대전 관계 서적들이 그 나름대로 수준이 있긴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난해한 내용이 많습니다.
아마관계된 책들을 한 200권 정도는 읽어야하진 않을까요. ㅎㅎ
네엣의 썰.
나치의 패망은 이거다..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죠. 독재자의 오판도 있고 정복지에 대한 무개념에 가까운
포용력[짐승으로 여겨진 민족들에 대한 짐승보다 못한 처우등], 전쟁을 수행할 인구와 자원의 부족등등..두 번다시
그런 끔찍한 일은 없어야겠죠?
히틀러가 전쟁에 진 이유라는 제가의 실패. 재미있는 해석이군요.
하나의 썰.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이게 참 해석하기가 난감한 ‘맹자님 명언’인데 사람이 나갈 길에 대한 ‘순서’인 것도 같고
천하가 편안할려면 수신에서 비롯된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히틀러가 나고 자랐던 시기는 제국주의의 광기가 도
사렸던 때고 히틀러 자신의 불행한 유년시절이 이와 맞물려서 ‘인류 역사상 두 번 다시 나와서는 안될 인물’의 대
명사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은 수신과 제가, 치국, 평천하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
어야 된다고 생각하네요.
두울의 썰.
밀리터리 취미에서 ‘히틀러’는 마르지 않는 우물입니다. 비록 그가 꿈꾸어왔던 천년제국의 건설은 반세기도 채 안
되고 막을 내렸지만 그가 건설을 위해서 만들었던 나치나 제 3 제국의 임팩트는 각계각층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
휘하고 있죠. 2차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제복과 무기는 미국, 유럽에서는 인정받는 안티크입니다. 그 유명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의 제국군도 그 모티브가 2차대전 독일군이었죠. 한 가지 아이러니라 하면, 러시아의 스킨헤드
들이 그토록 찬양하는 나치즘이 2차대전때는 슬라브족인 자신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려 했던 그 ‘나치’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알까요.
세엣의 썰.
2차대전 관계 서적들이 그 나름대로 수준이 있긴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난해한 내용이 많습니다.
아마관계된 책들을 한 200권 정도는 읽어야하진 않을까요. ㅎㅎ
네엣의 썰.
나치의 패망은 이거다..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죠. 독재자의 오판도 있고 정복지에 대한 무개념에 가까운
포용력[짐승으로 여겨진 민족들에 대한 짐승보다 못한 처우등], 전쟁을 수행할 인구와 자원의 부족등등..두 번다시
그런 끔찍한 일은 없어야겠죠?
히틀러가 세계정복에 실패한 이유는? 전쟁에 졌기 때문입니다.
히틀러가 살던 시대는 침략으로 땅을 넓히는 것이 허용(?)되던 시대였습니다.
영국도 그랬으며, 프랑스도 그랬고, 미국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일본도 조선과 만주, 중국 일부를 집어삼키고 태평양에서 미국과 땅싸움을 시작했지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전쟁으로 땅뺏기를 하는 게 허용되는 시대인지, 아닌지.
아무튼 제 생각은, 제가보다는 단순히 땅싸움에서 졌기 때문인 거 같네요.
제가에 관해선, 공자나 맹자도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를 가정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집단, 세력을 일구는 것이라고 본다면,
공자는 성공했지요. 제자백가 중 가장 유명한 유가를 일구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나찌당을 성공시킨 히틀러가 제가에 실패했다고 말하긴 조금 그렇지 않나 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입니다. 히틀러도 나름-비록 나찌가 파시즘의 화신이라고 해도- 제가를 이룬 셈이죠.
이상, 파비생각이었습니다.
넌센스라고 했는데도 정색하는 저 센스. 하하
오래된 이야기군요.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저도 넌센스였어요.
전쟁에 졌으니까 세계정복에 실패했다는…
어쨌든 고맙습니다. 이리 오래된 댓글에 답도 달아 주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