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총기난사,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럽다

어제 저녁 MBC 뉴스를 보면서 미국 국민이 처음으로 부러웠습니다. 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습니다. 자국 국민이 사이판에 여행 갔다가 총기 난사로 만신창이 됐는데도 나몰라라 하는 대한민국 정부, 자국 국민의 사생활 영역인 아들 양육권 분쟁에 의회와 국무장관까지 나서고, 무역 분쟁마저 불사하겠다는 미국. 너무 대조적이지 않습니까.

사이판 총격 사건으로 하반신 불구된 남편을 간호하고 있는 아내. ⓒ푸흔희망님

뉴스 내용은 이렇습니다. 브라질 여성이 미국에서 미국 남자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여성은 그 뒤 아들을 데리고 브라질로 갔다가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브라질 남자와 재혼했다네요. 그런데 이 여성이 곧 죽었답니다. 미국인 친부는 아들이 사실상 납치됐다며 양육권을 주장했고, 브라질 의부도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답니다. 이런 경우 헤이그 조약에 따라 어린이가 살던 나라 법원에서 양육권을 결정하게 돼 있는데 브라질 법원이 의부의 손을 들어줬답니다. 그게 5년 전이랍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의 여론은 들끓었고,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가 하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외교적 협상에 나섰답니다. 또 미국 상원은 브라질 제품에 대해 한해 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수입 관세 면제 혜택을 없애는 결의안까지 발의하는 등 브라질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네요.

이런 전방위 공세에 결국 브라질이 손을 들었고,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달 말 아이의 양육권이 미국인 친아버지에게 있다고 판결했답니다.

만약 내가 이런 일로 미국인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을 대 대한민국 정부가 저처럼 해줄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객관적 국력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니 이 일처럼 내가 이길 수 있게까지 해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도와주려고 백방으로 애쓰기나 할까요?

내가 부러웠던 것은 미국인 아버지가 양육권을 되찾을 수 있었던 미국의 국력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의 아픔까지도 같이 아파하고 나서는 미국이라는 ‘국가’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예전 정부하고 비교해서 지금 정부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비교됩니다.

지난 2007년 분당샘물교회 소속으로 선교활동을 하던 우리 국민이 이라크에서 피랍됐을 때 정부는 그들을 구출하려고 많은 애를 썼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꽤 거액의 몸값을 주고 그리했습니다. 나중에 말썽이 되긴 했지만 국정원장이 현지에 가서 진두지휘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지금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 갔다가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중경상을 입었는데도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이지요.

지난 2009년 11월 20일 학원강사 박재형 씨와 그의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사이판으로 여행 갔다가 무장괴한의 총기난사로 한국인 관광객 6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특히 박 씨는 총탄이 척추를 관통해 여러 차례 대수술을 받아도 평생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한답니다.

만약 미국 국민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미국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요?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호소해봐라”라고 했답니다. 심지어 그렇게 정부가 말하더라는 이야기를 언론이나 인터넷에 해도 된다고까지 했다니 더 뭘 기대하겠습니까.

전 정부에서는 “위험지역 여행 자제” 경고를 무시하고 오로지 종교적인 이유로 이라크에 가서 그곳에서 금지된 기독교 선교를 하다가 피랍된 국민을 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현 정부는 아무런 문제 없는 지역으로 여행 갔다가 참사를 당했는데도 자국민 보호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국민이 정책적으로, 세계관이 달라 갈등하고 투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 정부도 전 정부도 나는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기본 중의 기본,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 보호는 정부, 아니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러지 않는 정부에 정신차리고 제대로 대응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그래서 국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미국 국민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그런 정부 그런 국가를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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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6 Responses

  1. ...ㅠㅠ 댓글:

    일본인 관광객이 부산에서 사망했을때와는 엄청 다르네요.

  2. ...ㅠㅠ 댓글:

    일본인 관광객이 부산에서 사망했을때와는 엄청 다르네요.

  3. ㅡㅡ;; 댓글:

    이 이야기 우리학원 선생님에게 들엇습니다….
    선생님의 친구의 남편이 저렇게 됬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이제 3~5살 되는데
    집안의 가장이 총을맞아 하반신마비가오고 국가에서는 아무 대첵도 안하구
    사이판에서도 나몰라라하구
    여행사에서도 나몰라라하는상황이라구 하더군요..

  4. ㅡㅡ;; 댓글:

    이 이야기 우리학원 선생님에게 들엇습니다….
    선생님의 친구의 남편이 저렇게 됬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이제 3~5살 되는데
    집안의 가장이 총을맞아 하반신마비가오고 국가에서는 아무 대첵도 안하구
    사이판에서도 나몰라라하구
    여행사에서도 나몰라라하는상황이라구 하더군요..

  5. Bluepango 댓글:

    한국도 선진국이라며 온갖 매체에서 대서특필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우린 거꾸로 가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6. 실비단안개 댓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국민이란게 더 서럽게 와 닿습니다.
    선진국이 달리 선진국이겠습니까.
    자국의 국민의 아픔을 몰라라 하는 나라는 조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이판 총기산사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이 하루 빨리 국민으로 대접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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