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전용 주차장,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
여러 해 만에 경남 진해에 있는 성흥사에 가보았습니다. 뭐 그다지 볼거리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이 엄동설한에 계곡에 놀러갈 일도 없으니 ‘스님 전용 주차장’을 보고자 일부러 찾아간 것이 맞습니다.
스님 전용 주차장 안내판.며칠 전 김훤주 기자가 ‘스님 전용 주차장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글을 포스팅 했는데 그 글을 포스팅하기 전 곁에 있던 내게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뭐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건성으로 대답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실비단안개 님이 ‘김훤주 기자님, 스님께 확인 않으시길 참 잘했습니다’와 천부인권 님이 ‘스님 전용 주차장이 있는 진해 성흥사를 찾아보니’를 포스팅한 것을 보고는 건성으로 하는 대답이 아니라, 생각하고 정색해서 하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아 일부러 가보았습니다.
3~4년 만에 갔는데 소사~녹산간 도로 개설공사 하느라 가는 길도 꼬불꼬불 우회로가 생긴 것이 영 낯설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아이들이 “이곳에 뭐 보러 왔어요? 보기에 쬐끄만게 그다지 볼 것도 없어보이는데”라며 불만입니다. 그래 “저기 저 사진 찍으러 왔다”고 답하고는 문제의 그 ‘스님 전용’ 주차장 안내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는, 진해시청 출입할 당시 이곳에 놀러 왔던 일이며, 나중에 가 볼 ‘김씨 박물관’ 얘기를 해주며 절을 둘러봤습니다만, 왁자한 공사판 탓에 오래 머물고픈 마음이 안 생겼습니다. 더구나 절(寺)에는 절(拜)하러 가는 것으로 아는 우리 집 아들 녀석이 불전함에 넣을 돈까지 챙겨 대웅전에 들어가려 했지만, 마침 그날 천도재라도 올리는지 법당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왔습니다.
공사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클로즈업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이상한 것이 보였습니다. 화살표를 노란색 테이프로 가려놓았다는 것이었지요.
노란색 테이프로 가려놓은 화살표 끝부분.그래서 처음 퍼뜩 생각에 ‘아, 블로그에서 떠들어대니 가려놓았나 보다’ 싶었지요. 그러면서 ‘참 눈 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이게 뭐람’하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앞의 포스트를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더군요.
오는 2월 12일까지 예정으로 요사채와 삼성각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는데, 거기 필요한 자재 같은 것을 원래 스님 전용 주차장에 쌓아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스님 전용 주차장은 화살표 방향이 아니었기에 화살표 끝 부분만 살짝 가려놓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꼼수였던 것이지요.
요사채 보수공사 현장. 요사채 및 삼성각 보수공사 안내판.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통일신라나 고려 때까지는 국난이 있을 때마다 불사를 일으켜 불력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배웠던 일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팔만대장경입니다. 배울 당시에는 예사로이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처럼 허무맹랑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었습니다. 몽고가 쳐들어와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한가하게 불경판이나 다듬고 있었으니, 거기 들어간 막대한 재화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닐 터인데 당시 백성은 참 크게 고통받았겠다 싶더군요.
성흥사 대웅전 안내판.당장 성흥사만 하더라도 왜구의 노략질을 막으려는 염원에서 창건된 절이라고 합니다. 김훤주 기자는 그의 포스트에서 “왜구가 쳐들어왔을 때 백성들 피난처 구실을 했을 것입니다. 또 무기나 군량미를 쌓아두는 병참기지 노릇도 했겠지요. 옛날에는 상비군(常備軍)이 보잘것없었을 테니 피난 온 백성들이 곧바로 군사 노릇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시 백성들에게는 성흥사와 우곡사는 거기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존재였고 거기 스님들 또한 백성들 믿음과 사랑 속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본 성흥사는 좀 아닌 것 같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만, 그러려면 차라리 산성을 쌓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겠지요.
그런 점에서 흔히 ‘호국 불교’라고들 하는데, 가만 따져보니 나라를 지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성을 지켜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라가 경제난으로 몸살이 나도 크게 났다가 아직 몸을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꼭 저렇게 불사를 일으켜야 했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는 그 불사에 기왓장 한 장 보태지 않았습니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에 가보면 곳곳에 불전함이 놓여 있는 것을 예사로 볼 수 있습니다만, 종무소 앞에까지 불전함을 둔 곳은 성흥사에서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스님 전용 주차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색하고 대답할 차례입니다. 스님 전용 주차장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국난을 극복한다느니 어쩌니 그럴듯한 핑계로 불사를 일으키면서 세속의 영리만 좇는 게 더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나는 스님 전용 주차장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김훤주 기자도 ‘주차장’ 자체보다는 ‘아래로 임하지 않는’ 중이 미워 그리 포스팅했을 수도 있겠지요.
시간이 나신다면 왜 고려왕조에서는 그렇게 몽고의 침략 와중에 뻘짓?하면서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스님전용주차장…이건 뭐 그렇다쳐도 팔만대장경 얘기 꺼내면서 그냥 뻘짓이라 매도하는 것보니 과연 기자가 맞는지 그렇다면 아무리 개인의 포스트라도 기자란 신분에 맞춰서 글쓸때에도 좀 자세히 알아보고 써야되지 않나 싶어서 좀 씁쓸하군요.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케 하라는 부처의 뜻을
사람의 마음을 불편케하는 재주가 있는 성흥사 중입니다.
그 화살표는요, 이미 그렇게 있었습니다.
해서 스님께 여쭈었지요.
화살표를 가린듯이 해놨는데, 정확하게 어디를 스님 전용 주차장이라고 하느냐 –
제 질문이 이해가 되지않는 듯, 스님이 성흥사로 오시니, 전용주차장 표지판이 떨어져 있기에
줒어 매달아 두었다고.
보아하니, 표지판이 앞뒤를 바뀌게 달아, 전용주차장은 탑이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천문 벽에도 좋은 글귀가 있어서 사진기로 담아 왔는데,
올릴 값어치를 못느껴 내그림에 그냥 있습니다.
부처님처럼 미소를 짓는다고 모두 부처는 아니지요.
며칠전 대구의 블로거님이 성흥사의 그 전용을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부처님은 미소짓고,
스님은 그 흉내내고,
방문객은 박장대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