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충격-기술 지상주의 무너뜨린 모바일 철학

지난해 말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될 즈음, 아이폰이 이처럼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견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석달이 채 되지 않은 지금,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경쟁에서 국산 휴대전화의 자존심이었던 삼성 애니콜이나 LG 휴대전화기기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함도 못 내밀 처지가 됐다. 물론,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이폰이라는 단일 상품으로 스마트폰의 역사를 써나가는 애플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에 열광하는 사용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폰이 보여준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요 철학이었다”고 평가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폰이 보여준 기술은 그다지 새롭다거나 충격적인 것은 없었다. 그보다는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뜨림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탄탄한 하드웨어·직관적 작동

 

아이폰 열풍을 몰고온 스티브 잡스.

아이폰 열풍을 몰고온 스티브 잡스.

아이폰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탈옥’이라거나 ‘해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폰 프로그램 개조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이미 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 돼 있는데도 애플사에서 정책적으로 막아놓은 기능을 복구해서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멀티태스킹 제한을 푸는 식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PC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Windows95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 불과 15년 전이었지만, 사람들은 PC는 당연히 멀티태스킹이 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에 애플은 과감하게 멀티태스킹 기능을 막음으로써 처리 속도를 크게 개선했다.

앱스토어를 통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스마트폰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표현이 허황하게 들리지 않는다. 직관적이고 깔끔한 유저 인터페이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 민감하게 반응하되 오작동이 거의 없는 터치감 등등 아이폰의 매력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뛰어난 터치 감도는 아이폰 유저 사이에서 “꾹꾹 눌러야 반응하는 내비게이션은 터치스크린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는 혹평마저 낳았다.

거추장스런 기능 과감히 삭제

무료에서부터 최고 99.9달러까지 가격이 매겨져 앱스토에서 판매되는 앱(일종의 프로그램)도 따지고 보면 앱 정책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애플 앱은 개발계획과 프로그램 배포를 애플사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만큼 원하는 앱이 제작되더라도 배포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폐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까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지평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인 윈도 시리즈에 실망한데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만의 표준인 액티브X로 인한 속도저하와 보안위협 등을 겪어온 데 비해 아이폰은 액티브엑스를 포기함으로써 처리 속도를 향상시켰고, 온갖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설치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보안이 더 뛰어난 애플에 대한 반응이었다. 또한, 사용자의 요구를 읽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를 예측하고 이끄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에 매료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휴대전화의 자존심이라는 삼성전자는 김연아를 내세우고 태극기를 이용한 애국심 마케팅이나 벌일 정도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계 만드는 기술은 삼성이 최고일지 모르지만, 이용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문제라는 지적을 받는 까닭이기도 하다.

개성 넘치는 활용도에 열광

아울러, 이명박 정부의 정보통신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정권 때까지만 하더라도 IT는 국가 주요 성장동력 산업이었고 정책적인 지원도 잇따랐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정보통신부를 없앴다. 전 정권시절 개발된 와이브로 기술 보급은 사실상 지지부진해졌으며, 정보통신에 대한 정책이라는 게 포털에서의 자유로운 소통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데 집중됐다는 비판까지 들었다.

아이폰 열풍에 맥 못 추는 국산 휴대전화의 책임을 정권에만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와 모바일기기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산업계 모두 ‘IT강국’이라는 착각 속에 보내온 지난 세월을 극복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3 Responses

  1. 실비단안개 댓글:

    정성인 기자님
    사이판 총격 피해자 모임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응원글을 올릴 수 있으니 한번 방문해 주셔요.

    http://cafe.daum.net/saipanning2

    • 돼지털 댓글:

      매번 놀라고 고맙습니다. 어디서 그런 깡과 끈기가 나오는지 부럽기도 하네요. 당근 방문하고 가입도 하겠습니다.

  2. 커피믹스 댓글:

    아이폰의 칭찬은 끝이 없군요
    아 ! 아이폰 사고 싶어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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