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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운영체제 독립운동이라도 벌여야

연합뉴스가 지난 3일 러시아발로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북한이 리눅스 기반의 컴퓨터 운영체제(OS·Operating System) ‘붉은별’을 개발했는데 그 내용이 상세하게 공개됐다는 내용이다.

러시아인 북한 유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내용을 소개했는데, 연합뉴스 보도로 봐서는 꽤 완성도가 높은데다 웬만한 업무처리는 할 수 있게끔 오피스 프로그램까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소스가 공개된 리눅스 기반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시리즈와는 기술적 토대가 전혀 다르지만, 외형상으로는 윈도나 MS 오피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본 OS가 5달러, 응용프로그램이 10달러에 해당한다.

사실, 북한의 IT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세간에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단편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기술력이 뛰어나다거나 인터넷의 국가 도메인이 없으며 중국의 인터넷 회선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거나 하는 등으로 알려졌기는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붉은별’ 보도는 흥미를 끌만 하다.

북한이 개발한 리눅스 기반 ‘붉은별’ 바탕화면. 윈도7과 비슷해보인다. (출처: http://ashen-rus.livejournal.com/4300.html)

북·중국, 자체 OS 개발 박차

그러나 그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OS 독립에 애쓰고 있다는 정황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적성국가 수출금지에 묶여 MS의 윈도나 오피스 등의 프로그램이 정상적인 루트로는 북한에 수출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윈도 OS 점유율이 90%를 넘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면 자체 OS를 개발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리눅스 OS는 프로그램 소스가 공개돼 있고 누구나 수정하거나 재배포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남한에도 리눅스 기반 OS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글과컴퓨터사의 ‘한컴 리눅스’나 ‘수세 리눅스’ 등이 있다. 돈을 내고 사 써야 하는 이런 버전 말고도 공짜로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내려받아 쓸 수 있기에 북한의 ‘붉은별’ 개발 자체가 뭐 기술적으로 대단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독자적인 컴퓨터 OS를 가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OS는 MS 윈도 시리즈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즈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MS 윈도 시리즈 시장 점유율은 92.21%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2월 93.74%보다는 떨어진 것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독점상태는 지속하는 셈이다. 이 조사 결과 다른 데스크톱 OS는 전년대비 비슷한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11월과 12월 리눅스 점유율은 1.00%, 1.02%였고 맥OS X 점유율은 5.12%, 5.11% 등이었다.

북한이 ‘붉은별’을 시판하는 것과 비교해 볼만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유럽 시장 대응이다. MS는 유럽위원회와 웹브라우저 독점에 관해 10년 가까이 법적 분쟁을 벌여왔는데, 결국 이달부터 유럽에서는 MS 인터넷 익스플로러 대신에 파이어폭스, 오페라, 사파리, 크롬 등 대체 웹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에서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점유율은 50% 남짓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조처로 익스플로러 점유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MS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정위와의 분쟁 끝에 자사 메신저인 윈도 라이브메신저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인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대신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정책에 따라 네이트온이나 곰플레이어 같은 국산 프로그램이 각각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MS는 이번 유럽에서의 조처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웹브라우저를 다른 것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기로 했단다.

유럽, MS 독점에 강력 대응

문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으면서 대부분 국내 웹사이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표준화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아이폰 열풍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문제점, 특히 액티브X 기반의 온갖 프로그램으로 말미암은 컴퓨터 성능 저하나 불안정성 증가, 보안 위협 등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개선은 요원한 실정이다. 일례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는 익스플로러 말고 파이어폭스나 크롬, 오페라, 사파리 등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기술 종속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이를 바로잡을 의지도 노력도 없는 대한민국의 반대편에는 90년대 중반부터 OS 독점을 방지하고자 정부 차원에서 리눅스 OS 지원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중국이 있다. 보고 배울 것은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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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크리스탈 댓글:

    네.. 저도 오늘 종이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전 너무 현실만족주의라서 그런지 우리가 기술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풀뿌리 티스토리 링크좀 시켜주세용….

    • 블랙체링 댓글:

      MS의 기술종속이 매우 심각하고 이에대한 개선의지도 없으며 오히려 그 타당성과 합리성을 얘기하며, 더욱이 법적으로도 엑티브엑스를 강제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그저 남의 집 잔치로 밖에 비춰지지 않습니다.
      아이폰의 국내 도입으로 인해 대중들의 의식이 변화함으로, 표준웹의 준수할지 여부가 관심사였지만, 표준웹보다는 아이폰전용 어플을 개발하는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어 역시 낲날이 갑갑합니다….

  2. 블랙체링 댓글:

    MS의 기술종속이 매우 심각하고 이에대한 개선의지도 없으며 오히려 그 타당성과 합리성을 얘기하며, 더욱이 법적으로도 엑티브엑스를 강제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그저 남의 집 잔치로 밖에 비춰지지 않습니다.
    아이폰의 국내 도입으로 인해 대중들의 의식이 변화함으로, 표준웹의 준수할지 여부가 관심사였지만, 표준웹보다는 아이폰전용 어플을 개발하는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어 역시 낲날이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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