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홍수, ‘빅브라더’ 우려는 없나

기자는 매일 아침 6시 전후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컴퓨터 스위치를 켜고 배달된 신문들 가져온다. 그렇지만, 신문을 먼저 보지는 않는다. 아이폰으로 트위터에 접속해 그날의 주요 헤드라인을 죽 검색한다. 새 소식을 재빨리 전해주는 트위터 유저들을 리스트로 관리하고 있기에 그 리스트만 대충 읽으면 그날의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 주요 신문 헤드라인에는 어떤 기사가 올랐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야 고작 10분 안쪽이다.

그 사이에 컴퓨터는 부팅돼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인 시스믹(Seesmin Desktop) 프로그램이 바탕화면에 실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기자 개인 트위터 계정(@jgija), 회사 계정(@gndomin), 그리고 기자가 익명으로 운용하는 계정 1개 등 모두 3개 계정이 연결돼 있다. 가장 먼저 익명 계정으로 들어온 디엠(비밀편지)이나 멘션(쪽지)을 점검하고 개인 계정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회사 계정을 살펴보면 일단 트위터 점검은 끝난다. 물론 답장할 일이 있으면 하고, 널리 알려야 할 일이 있으면 알티도 날린다. 이렇게 아침 시간 20분쯤 보내고 나면 그날 아침 주요 이슈에 대한 파악은 끝난다. 종이신문은 펼쳐 볼 때도 있고 안볼 때도 있다.

그러고 나면 인터넷 신문 편집을 시작한다. 주요 기사나 트위터 유저들의 눈길을 끌 만한 기사가 있으면 그때그때 회사계정 트위터로 트윗을 날리기도 한다.

인터넷 편집이 끝나고 나면 회사로 출근한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아이폰으로 포스퀘어 서비스에 접속해 회사 체크인을 한다. 자신의 위치를 GPS에 기반해 알리는 것으로 가장 많이 특정 위치에서 체크인 한 사람에게 mayor 자격을 부여하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배지를 제공함으로써 오락적 기능까지 추구하는 서비스이다. 물론 트위터와 연동돼 체크인하면 트위터로 특정한 위치에서 체크인했다는 트윗을 자동으로 날려준다.

또 이 트윗은 다른 SNS인 페이스북의 개인 담벼락으로도 자동 전송된다. 트위터가 개인이 점으로 자리하면서 무수한 점과의 연결망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면 페이스북은 ‘담벼락’이라는 내 마당을 기반으로 마당과 마당이 연결되고 교류하는 조금은 폐쇄적이기도 하고 오프라인 인맥을 중심으로 인맥이 확산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서비스이다.

포스퀘어 체크인 다음에는 페이스북으로 간다. 역시 내 담벼락에 남겨진 글을 검토하고 친구들의 담벼락도 방문해 댓글도 달아주고 인사말도 남긴다.

회사 업무시간 중에도 아이폰에는 수시로 실시간 속보가 문자 메시지처럼 뜬다. YTN이나 매경, 주요 신문 등이 아이폰 안에서 속보경쟁을 벌이다 보니 인터넷에 뉴스가 뜨는 거의 실시간으로 속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소식을 트위터로 재전송하기도 한다.

점심 먹으러 가면 그 식당에서 다시 포스퀘어 체크인을 하고 음식상 사진을 찍어 ‘점심 먹는 중’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트위터로 전송한다.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역시 마찬가지로 그리한다.

퇴근해 집에 오면 또다시 트위터 계정을 확인하고 아이폰 메모 앱으로 일기를 쓴다. 이미 포스퀘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많은 기록이 남아 있으므로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는 쉽다. SNS로 시작해서 SNS로 마무리되는 하루인 셈이다.

SNS를 활용하지 않을 때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기자의 본분인 정보 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주요 이슈는 트위터에 들어가면 넘쳐나며, 궁금한 것은 트위터에 질문하면 거의 10분 이내에 전문가 조언을 받아낼 수도 있다. 무척 편리하다.

그러나 편리한 이면에 서서히 불편함이 싹트고 있다. 기자의 트위터 타임라인이나 페이스북 담벼락을 살펴보면 그날 하루 거쳐 간 동선을 대충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어디 있는지도 대강 짐작은 할 수 있다. 개인의 영역이었던 것이 무작위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실제 얼마 전 트위터에서 서로 팔로잉 하는 한 유저가 날린 트윗은 의미심장했다. 요지는 직장 상사가 트위터를 가르쳐 달라는데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랬느냐고, 트위터 확산을 위해서라도 좀 가르쳐주지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직장에서 매여 지내는 것만 해도 지겨운데, 퇴근 후 어디서 놀고 있는지까지 상사가 알게 되면 그건 지옥이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확산에 힘입어 SNS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또, 다양한 편리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이 보급되면서 위치기반 서비스도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위치기반 서비스입니다. 당신의 위치를 전송할까요?”라는 물음을 예사로 접하게 된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예언했던 ‘빅 브라더’는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심지어 생각까지도 컨트롤 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지 지난 지금, ‘국가권력’의 ‘강제’에 의한 국민 감시는 아니지만 ‘자본’과 ‘개인’의 ‘필요’에 의한 위치정보 수집은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를 취합하는 주체는 어쩌면 가장 강력한 권력을 확보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SNS를 통해 쌓인 개인정보(사상, 좋아하는 음식, 자주 가는 곳, 친한 사람 등등)와 위치정보가 결합하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인근에 즐겨 먹는 00가 안주로 나오는 통술집이 있습니다. 더구나 가까운 곳에 친구 XX가 있으니 만나서 맥주 한잔하는 건 어떻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뜰 수도 있다.

이미 거대 자본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주민번호나 계좌정보,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 수집은 낡은 방식이 돼가고 있다. 나를 표현하는 여러 정보는 어쩌면 나의 아바타일 수 있다. 아바타는 바꾸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SNS와 위치정보는 아바타가 아니라 바꿀 수 없는 나 자신이다.

이런 암울한 전망이 가능한데도 SNS나 위치정보 수집은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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