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digilog4u(디지로그포유)

왜 음식물 재활용하면 안되나?

이영돈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이 또 한건 했다. 음식점에서 남겨진 음식을 재활용(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보통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이라고 말하고, 그 때는 퇴비나 돼지 등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뜻하기에 사람에게 다시 내놓는 것을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냈으니 본 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기분 더럽게 나빠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을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진은 내가 한번씩 가는 회사 앞 식당의 상차림이다. 오늘은 2명이 먹었지만, 혼자가도 상차림은 마찬가지다. 반찬 가짓수가 ‘상다리 휠’ 정도는 아니지만 주 메뉴 말고도 밑반찬이 7가지에 된장국까지 따라 나오니 많은 편이다. 양도 많다. 이 집은 맛보다는 양으로 승부 거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밥도 많이 주고 반찬도 많이 준다.

그러다 보니 밥 한그릇 다 먹을 때까지 젓가락 한 번 안 댄 반찬도 많다. 오늘은 버섯나물과 숙주나물, 오징어 일미무침은 손도 안댔다. 메인 음식인 낙지볶음과 돼지주물럭으로 비벼 먹으니 풋고추하고 된장국 말고는 거의 손이 안가더라.

이렇게 남은 것을 버려야 할까? 물론 처음부터 조금씩 먹을 만큼만 내놓았더라면 버리는 음식도 훨씬 줄어들겠지만,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처음부터 깨끗하게 먹고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 점심은 우리 회사 인턴사원하고 같이 했는데, 그가 아르바이트 했던 이야기를 해줬다. 음식점에서 알바를 했는데, 주인이 깨끗하게 먹은 것은 반찬 통에 되담으라고 하더란다. 시키니 그러긴 했지만 기분은 영 아니었다고 했다. 또, 학교 앞 식당 한 곳에서는 반찬에 이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내 놓았다가 결국 불매운동에 식당 문을 닫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재활용한 반찬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 식당에서는 밥 안사먹겠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내는 밥값에는 그렇게 버려지는 음식 값도 포함돼 있다. ‘우리가 언제 그렇게 잘 살았다고’ 어쩌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얘기도 아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될 것을 다시 식탁에 차린다고 단속하려 나설 것 같다. 그렇지만, 현행 법으로는 반찬을 다시 차려낸다고 단속하고 처벌할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억지를 써가며 단속한다면 반발만 살 것이고, 소송 붙으면 정부가 질 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보건복지가족부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담당 직원도 근거가 없다는 말에 동의 하면서, 앞으로 단속하고 처벌할 근거를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여년 전 주문식단제를 시행해봤지만 정착되지 않은 것을 한탄하고, 국민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무원이 ‘국민 의식이 어쩌고’ 하면서 하는 말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만든 적든 음식물 남은 것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게 국민 의식이라면, 나는 그 국민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 다시 차려낸 음식이 찜찜한 이유가 무엇일까?

  1. 앞서 먹은 사람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먹느냐.
  2.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이나 먹어야 할 정도로 내 처지가 궁핍하지는 않다.
  3. 나는 밥값 반찬값 다 냈는데, 식당 주인은 내가 낸 돈만큼 음식을 장만한 것이 아니라 앞 사람이 낸 돈으로 장만한 음식을 내놓았으니 폭리를 취한 것이다.
    기타 등등.

처음은 위생 문제이다. 음식을 먹다 보면 수저에 침이 묻을 수도 있고, 그게 음식에도 묻어있다가 다음 사람이 먹을 때 병균이라도 있었다면 전염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안 그러면 좋겠지만, 결벽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항상 혼자 식당에 가서 혼자 밥 먹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따로 자기만의 음식을 차려 달라고 한다든지…

두번째는 신분 문제이다. 조상들이 얼마나 양반에게, 어른에게 핍박받았으면 아직도 ‘내가 냅네’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남이 남긴 음식 받아 먹는 것이 그렇게 내 자존심을 짓뭉개는 일이던가?

세번째는 본전 생각이다. 지금처럼 몰래 재활용하게 하지 말고, 밑반찬이라고 정하던지 해서 떳떳하게 재활용 하게 해주고 밥 값을 깎는 것이 더 본전을 확실히 챙기는 일이다.

그리고, 식당에서 밥 먹을 때는 깨끗하게 먹는 것도 필요하다. 같이 점심 먹은 인턴사원이 알바때 경험 중 귀에 담기는 얘기는 “음식점 설겆이 할 때 가장 기분 나쁜 것은 밥 그릇에 입 닦은 냅킨 담아두는 사람”이라고 했다. 접시에 담배 끈 사람도 그런 얄미운 사람일게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