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틀을 깨지 않고는 답이 없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눈앞에 닥친 6·2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팽개친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인맥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인 트위터 규제에서 시작해 무상급식·4대 강 사업에 대해 선거법을 들이대면서 정부·여당에 불리한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규제를 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현재의 선관위 구성으로는 그리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관위 구성 방법을 바꾸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MB 정부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의 헌법체계를 갖춘 6공화국(아직까지도 6공화국입니다. 5공화국 이후로는 X공화국이라는 말을 잘 안 쓰는데, 헌법 체계상 아직도 6공화국입니다.)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닥칠 개헌 국면에서 두 눈 부릅뜨고 관철시켜야 할 일에 대해 얘기해보렵니다.

저는 근래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합리한 각종 규제를 하는 데 대한 글을 여러 번 썼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많은 블로거, 트위터 유저들이 선관위의 조처가 부당하다는 블로그 포스터와 트윗을 쏟아냈습니다.

너럭바구의 선관위 관련 포스팅

선관위는 경남공무원교육원을 단속하라 선관위 트위터 규제, 현실화된 국내 서비스 역차별 ‘이현령 비현령’ 선관위, 비난 자초 막나가는 선관위, 이제는 4대 강 반대도 마라? 트위터 중심 확산되는 #도아사수_ 바람 ‘트위터 규제’ 선관위가 놓친것 트위터 리스트 관리 잘못해도 선거법 위반

이러한 수차에 걸친 포스팅에도 선관위는 전혀 바뀔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구성펴.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아시다시피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기관입니다. 그리고 법률에 따라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됩니다. 그렇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 정신, 법률 제정 취지와는 어긋나게 편법으로 운영되다보니 집권여당에 유리한 선거관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 제7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14조는 7개 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①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 ②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③위원의 임기는 6년으로 한다. (생략) ⑦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돼 있습니다.

헌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법은 4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이 경우 위원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선출 또는 지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6조에는 “①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선거관리위원회에 위원장을 보좌하고 그 명을 받아 소속 사무처의 사무를 감독하게 하기 위하여 각 1인의 상임위원을 둔다. ②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관례라는 이유로 ‘호선’하게 돼 있는 중앙선관위원장과 상임위원장은 나눠먹기로 전락했습니다. 대체로 대법원장이 지명한 위원 중에서 위원장이 나오며,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중에서 상임위원이 나옵니다. 제16대 중앙선관위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양승태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대통령이 임명한 강경근 숭실대 교수가 상임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따질 때의 분석입니다. 현재 중앙선관위원 구성은 중립적인 인사로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정부·여당에 유리한 인사로는 대통령이 임명한 3인이 있습니다. 아울러 국회에서 선출한 3인 가운데 2인이 한나라당 몫입니다. 1인은 민주당 추천입니다. 결국, 정부·여당에 유리한 5인, 중립 3인, 야당 1인으로 구성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상임이라 해서 선거와 국민투표를 관장하는 위원들이 허투루 일을 처리하기야 하겠습니까만, 상임 위원의 입김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선관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위원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2010 한·스웨덴 민주시민교육 국제심포지엄에서 강경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 강경근 씨를 살펴볼까요. 그는 국내에서는 꽤 권위있는 헌법학자였습니다. 그러나 선관위원 국회 청문회에서 서울에서 43평형대 아파트를 단돈 2600만 원에 구입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던 사람입니다. 한나라당 윤리강령위원도 지냈고 각종 토론회에 출연해서 보수(가 아니라 수구꼴통)의 입장을 대변하기를 여러번 했습니다.

그런 그가 상임위원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결국 문제는 ‘인적 쇄신’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적 쇄신은 ‘헌법’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현행 헌법으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 인적 구성이 정부·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3권 분립 정신에 따라 선관위를 구성한다면, 국회에서 여당 몫을 없애야 합니다.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선관위원으로 국회에서 선출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은 여당이 국회 다수당일 것이므로, 다수당이 비토하는 인사가 선관위원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도 기본적인 자세는 야당 몫을 챙기려는 생각을 가진 이가 국회 선출 선관위원이 되겠지요.

아울러 위원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가 남는데요. 위원장은 정말 헌법과 법률에 따라 호선을 하되, 상임위원은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맡게 해야합니다. 대통령 임명 인사는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물론 임기가 보장되니 임명되고 나면 대통령 눈치 안봐도 된다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어디 허수아빕니까? 임명되고 나서 뒤통수 칠 사람을 왜 임명한답니까), 국회 선출직도 마찬가지로 제 정치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행 권력 분립 체계 아래서 가장 중립적일 수 있는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최근 일련의 선관위 무리수가 강경근 상임위원과 관련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입김이 중앙선과위에 다양한 경로로 강력하게 미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탄핵할 사유가 안됩니다 (헌법 114조에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할 개헌 국면에서 중앙선관위원 구성 방법을 국회에서 여당 추천 몫을 박탈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상임위원을 중립적인 인사로 위촉할 수 있게끔 싸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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