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 이야기 4 – 뭉치의 친구들(2)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 푸들 초코

뭉치와 누리가 각각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때 우리집에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내가 나가던 동호회원이 동호회 활동 후 막걸리잔을 기울일 때 집에 기르는 푸들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신혼이었던 그이는 지인의 권유로 푸들 수컷 한마리를 입양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나 에너지 넘치고 말썽을 부리는지 그의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라고 했다.

내 생각에도 그 집은 강아지를 기르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일단 내가 데려오기로 했다. 어디 입양 보낼 데가 없으면 우리집에 뭉치하고 같이 기르자는 생각까지 했다.

우리집에 온 초코.

데려와서 보니 대소변 훈련은 전혀 안돼 있었고,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우리 집이 너무나 좁게 느껴졌다. 하기야 100평 아파트라고 해서 에너지 넘치는 강쥐에게 넒기야 할까만…

이런 고충을 아는 수의사에게 의논했더니 중성화 수술이 급하다고 했다. 수컷이었기에 대소변 훈련에 앞서 뒷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게 좋다는 거였다. 아파트에서 뒷다리를 들고 소변 보기 시작하면 대소변 훈련을 제대로 시킨다 하더라도 불감당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처음 데려올 때는 어려서 크기도 작았는데 점점 덩치가 커지면서 안그래도 겁 많은 뭉치는 그야말로 ‘깨갱’ 신세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아랫집에서 층간 소음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최악의 경우 우리가 거둔다’였기에 입양처를 물색하던 중 또다른 지인이 키워보겠다고 나섰다. 그사람은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데, 공장 마당에서 기르겠다는 것이었다. ‘마당’이라는 게 걸리긴 했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해소하기에는 더 좋을 수 있겠다 싶어 그리로 보냈다. 몇 년동안은 잘 지낸다고, 온 공장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고 들었지만 그 이후 소식은 듣지 못했다.

너무나 해맑았던 귀요미 ‘머피’

어느날 퇴근해 들어오니 아내의 표정이 시무룩했다. 아파트 옆동에 사는 후배가 강아지를 못키우게 됐다는 거였다. 신혼부부였는데 임신이 되지 않아 친정과 시댁 양쪽으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불시에 입에 찾아온 시어머니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보고는 ‘그러니까 애가 안생기지. 당장 내다버리지 않으면 이혼시킬거야’라고 불호령을 하고 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집에 온 게 ‘머피’였다. 몇번 우리집에서 임시보호를 맡았던 애라 우리 가족과도 비교적 친했다. 뭉치와 같은 요크셔테리어 잡종이었다. 하지만 뭉치와는 달리 너무나 해맑았다. 제발 뭉치가 머피처럼 해맑게 우리 가족과 어울려줬으면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뭉치는 머피하고도 적응하지 못했다. 머피에게 자리, 사료, 화장실을 공유하길 거부했고 늘 으르렁 거리며 시비를 거는 쪽은 뭉치였다. 결국 머피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뭉치를 우리에게 소개해준 그 집으로 갔다. 아들만 둘 있던 그집에서 머피는 공주마마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덜컥 이집에 다른 잡종 견종이 입양되면서 기가 눌려 허걱대고 있지만 엄마 아빠의 사랑은 변함없이 듬뿍 받고 있다.

머피는 올해 15살 쯤 된다. 얼마 전 유선암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엊그제 추가 검사에서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고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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