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이기지 못한 핑계와 질 수밖에 없는 필연

이긴 경기에는 질 수 없는 이유가 있고, 진 경기에는 이기지 못한 핑계가 남는다.

25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2라운드 경남FC와 충남아산FC 경기에서 경남은 선제골을 넣고도 지켜내지 못한 채 1-2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라운드 부천FC1995와 경기에서 윌리안과 좋은 조합으로 맹활약했던 에르난데스가 급작스런 모친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경남이 처음부터 불리한 변수를 맞았다. 부천전이 끝나고 나서 한 공식인터뷰에서 설기현 감독은 윌리안-에르난데스 투톱이 가지는 강점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설명했으며 앞으로도 잘 활용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이후 첫 경기부터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경남이 진 첫번째 핑계다.

그야말로 핑계다. 에르난데스 모친상이 알려지고 경남과 설기현 감독에게는 닷새라는 시간이 있었다. 에르난데스를 들먹이는 것은 그동안 준비를 못했다는 것을 숨기려는 핑계밖에 안된다.

전반 7분, 경남의 코너킥이 상대 수비수 헤더로 흘러나오자 오른쪽에 있던 채광훈이 슈팅도 아니고 크로스도 아닌 어정쩡하게 찬 공이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행운의 선제골을 가져온 경남은 이후 바짝 공격의 고삐를 죄었다.

전반 34분 문전 바로 앞에서 유강현이 강력한 발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박한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37분에는 후방에서 연결된 킬 패스를 침투하던 백성동이 바로 슈팅으로 처리했지만 이번에는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잇따른 불운이 두번째 핑계다.

골키퍼는 원래 골을 막으라고 세우는 것이다. 상대 선수가 잘해서 골을 못 넣었다는 것 역시 우리가 제대로 된 슈팅과 골을 만들어낼 준비가 안돼있었다는 것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골대 역시 마찬가지다. 선제골도 골대가 조금만 움직였더라면 안들어갔을 것이다.

7월 25일 아산 이순신경기장에서 열린 경남과 아산 경기에서 경남 장혁진이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반 29분 중앙수비수 김명준이 부상으로 빠지고 이광선이 교체투입됐다. 하지만 후반 24분 이광선마저 발목 부상으로 실려나오면서 교체 선수가 없는 경남은 10명으로 뛸 수밖에 없었다. 교체 타이밍을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적 열세에 놓였다는 게 세번째 핑계다.

설기현 감독의 변명일 뿐이다. 처음부터 4-4-2를 들고 나왔으면 일단은 그대로 지켜보고 적절한 대응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성급하게, 이미 팬들로부터 ‘망한 전술’로 평가받는 2-3-5로 전환했던 것 자체가 패착이었고, 핑계일 뿐이다.

이정도 되면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원하는대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렵다.

하지만 정작 경남에는 이기지 못한 필연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다.

경남은 경기내내 공 점유율이 62%였다. 그런데도 슈팅은 10개로 아산의 13개에 미치지 못했다. 유효슈팅은 9개로 아산의 6개보다 많았지만 득점이 적었다. 안정적인 공 점유를 통한 빌드업을 하면서 경남만의 색깔있는 축구를 추구해온 설기현 감독 생각은 이날 경기도 지배했다.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과정이 얼마나 허무한지가 첫번째 필연이다.

경남은 이날 경기에서 코너킥 8번과 프리킥 15번을 모두 허탕치고 말았다. 허탕 정도가 아니라 유효슈팅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K리그가 대체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허망한 수치다. 사전에 훈련하고 약속한 플에이마저 무기력했다는 것은 질수밖에 없는 두번째 필연이다. 페널티킥 실패는 중요하지 않은 변수일 뿐이다.

필연과 핑계 모두가 상대팀이 질 수 없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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