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에 쫄았나?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 관련 소식은 이 글에서도 몇차례1 알려드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의 홍반장께서 약간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1일 오전 느닷없이 경남도청 서일준 문화관광체육국장이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사업은 2012년 12월 보궐선거로 당선한 홍반장이 공약한 사업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창원시와 진해오션리조트가 웅동지구에 복합레저단지 개발을 추진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홍 지사가 글로벌 테마파크를 추진하면서 창원시와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홍 지사는 꿋꿋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이때 처음으로 도지사와 기초다치단체장이 가지는 힘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지 싶기도 합니다.

하여튼 20세기FOX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참가했지만 탈락했습니다. 그러면 적당히 물릴 줄도 알아야할 텐데 홍 지사는 강행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는 그동안 글로벌 테마파크가 아파트 개발사업일 뿐 적절한 사업이 아니라는 지적을 여러차례 보도해왔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곧 죽어도 고(go)’를 외치던 홍반장께서 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했을 때는 ‘왜’인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먼저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은 지난 4.13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도정에 반영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가지 몇차례, 총선 이후 홍 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생각을 짚어보면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진행되는 재판입니다. 시기상으로는 개연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8월 이전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바, 지역 여론이 자신에게 적대적이거나 적어도 우호적이지 않다면 재판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해봄직 할 겝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 재판은 경남도지사가 되기 훨씬 전의 일이었고, 도정 수행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느냐를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게 가장 가깝지 싶은게, 현재 진행중인 주민소환 투표를 걱정하는 것 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홍반장은 도지사로 당선된 이래로 주민 여론이나 의견은 깡그리 무시하고, ‘소통’이라는 말은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듯 독불장군 행세를 해왔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쇄가 그랬고, 무상급식 지원 중단이 그랬고, 진해 글로벌테마파크도 그랬고, 안상수 창원시장을 다그쳐 몰아붙인 것도 그랬고(이부분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11일 경남도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경고 조치를 했습니다. 선출직 기초자치단체장을 이처럼 경고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정부와 합의를 하고 진행되는 마산자유무역지역 구조고도화 사업 예산 지원 중단도 그랬고, 도 채무 제로화를 한답시고 각종 복지 예산을 축소한 것도 그랬습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사업을 철회한다?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해왔던 것으로 미뤄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고보면, 이처럼 홍반장이 (작전상) 후퇴를 한 것은 또 있었습니다. 지난해까지 그렇게 철옹성 같았던 홍반장은 갑자기 무상급식 예산을 영남권 평균 수준에서 지원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물론, 그 전에 지원하던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긴 합니다만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화난 ‘앵그리맘’을 달래려는 제스처로 읽히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 ‘앵그리맘’이 이번 총선에서 경남에서는 ‘박근혜 정부 심판’보다는 ‘홍준표 도정 심판’으로 나타났다고 보기도 합니다.

홍준표경남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가 9일 오전 경남도선관위 앞에서 홍 지사 주민소환 서명에 대한 신속한 서명 검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어쨌거나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 투표가 성사된다면, 진짜로 소환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입니다. 그 근거는 조금 있다가 밝히기로 하고, 만약 주민소환으로 지사직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이건 진짜 ‘쪽팔리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이지만, 아직까지 주민소환으로 ‘소환’된 사례는 없습니다. ‘역대 최초 소환당한 도지사’라는 불명예를 대대손손 물려줄 수밖에 없으니 당장 지사직을 유지하고 말고보다도 더 당하기 싫은 일일 겝니다.

그렇다면, 정말 소환될 가능성이 클까요? 나는 그렇게 봅니다.

우선, 정치 지형입니다. 김해와 창원 성산구, 양산을은 야권 국회의원이 당선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소환에 찬성하는 여론을 만들어나가기가 수월합니다. 창원 의창구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당선했습니다. 박 당선인은 홍 지사와 두번이나 도지사 후보직을 놓고 당내 경쟁을 벌였던 사이입니다. 그리고 박 당선인은 여전히 도지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 지사에게 우호적일 리는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진주입니다. 김재경.박대출 의원이 모두 당선했습니다. 이 둘은 홍 지사와는 ‘견원지간’까지는 아닐지라도 사이가 몹시 나쁩니다. ‘홍지사 키드’를 둘의 선거구에 내보내 당내 경선을 치르게 했다는 것은 약과입니다. 대놓고 둘을 비판했는가 하면, 진주지역에서 벌어지는 도단위 행사에 해당지역구 국회의원인 둘을 초청하지 않는 쪼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마산회원구에는 홍의 키드인 윤한홍 전 행정부지사가 당선했습니다만, 예상을 깨고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내서읍 지역에서는 앵그리맘 결집력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경남 전체를 두고 본다면,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인 홍 지사 소환에 찬성하는 의견보다는 반대하는 의견이 충분히 높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소환하려는 쪽 결집력이 더 클 것입니다. 홍 지사를 지키려는 쪽은 아무래도 새누리당 지지자 쪽에 더 많을 터인데, 경남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창원 성산, 김해와 양산에서 소환 찬성 표가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당선한 창원 의창과 진주에서는 홍 지사를 도와주고싶은 마음이 없으므로 방관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놓고 소환 찬성쪽으로 움직이기는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대강 그림이 그려지나요? 아이들 밥그릇 문제가 달린 일인만큼 정당 지지와는 관계없이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바람이라도 분다면 홍반장 지사직 유지는 바람 앞에 등불이겠지요.

홍반장은 여기서 똥줄이 땡기지 않을까요? 웬만큼 대장부일지라도 앞으로 몇백년 몇천년 ‘최초의 주민소환 단체장’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써야한다면 쫄지 않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홍 지사는 앞으로 주민투표가 있을 때까지 이같은 양보와 타협안을 수시로 내보이며 주민 여론을 자신쪽으로 이끌려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주민소환 가능성이 커질수록 홍반장의 양보도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은 변함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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