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만 STX입주 찬성조직, 왜 집단 탈퇴했을까?

3년 가까이 끌어온 수정만 매립지 STX 공단 관련 갈등이 준공정산 협약만 남겨둔 가운데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해 온 수정주민들의 세력 구도가 무너졌다. 처음부터 STX유치에 찬성을 표하며 발전위-뉴타운추진위에 주도적으로 참가해왔던 김영곤 수정어촌계장을 비롯해 어촌계원들이 뉴타운추진위원회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뉴타운추진위 탈퇴 기자회견을 한 17일, 온라인에서는 ‘찬성 주민들이 반대로 돌아섰다’거나 ‘결국 노린 게 보상금이었다’는 식의 블로그 포스팅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영곤 어촌계장을 20일 만나보았다.

가장 궁금했던 게 ‘왜’였다. 그는 2007년 수정마을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이후 조직이 뉴타운추진위원회로 바뀌고도 공동위원장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공동위원장에서 빠지긴 했지만, STX유치 찬성 흐름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런데 ‘왜’ 조직에서 그것도 집단으로 탈퇴하기로 했는지부터 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묻자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답했다. “어제저녁까지 ‘돈 때문에 탈퇴했다’는 식으로 블로그에 글 올린 사람들에게 항의하고 고쳐달라고 요구하다 보니 목이 쉬었다. 절대 그것은 아니다. 사업으로 피해를 보게 된 주민들에게 보상해주는 것은 사업주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을 하지 않으려거나 시에 떠넘기려는 데도 뉴타운추진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에 나선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김영곤 수정어촌계장이 홍합 양식장과 해안선 사이 거리가 짧아 바지선 운항에 따른 피해가 예측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김영곤 수정어촌계장이 홍합 양식장과 해안선 사이 거리가 짧아 바지선 운항에 따른 피해가 예측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바지선 운항땐 양식장 피해 불가피

“보상이란 결국 돈 문제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상하겠다는데 보상금이 적다고 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 당연히 해야 할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데 그게 돈을 더 받으려는 것하고 같게 취급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 문제가 맞니 아니니 말로 따질 일은 아니다 싶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주도하기도 했던 조직에서 집단으로 탈퇴하는 강수를 둔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뉴타운추진위 안에서 논의하고 대응할 수도 있겠기에 왜 탈퇴했는지를 물었다.

“배신감을 느꼈다. 1월 18일쯤 수정지구 공유수면 매립사업 준공정산 협약(안)(이하 ‘협약안’)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내용은 어떤지를 알아보고 다니던 중 13일 이 내용이 뉴타운측에 전달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고, 26개 약속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인데도 추진위는 이를 회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당연히 의견 수렴도 안 했다. 중요성을 간과했을 것이라고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이 밖에도 탈퇴 결정을 하기까지 겪었던 서운함 내지 배신감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결국, 핵심은 시의회에 계류 중인 ‘협약안’의 내용에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내용으로 옮아갔다.

수정어촌계원은 93명이고, 어업 종사자는 15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뉴타운추진위에 속한 이도 있고, 반대대책위에 속한 이도 있다. 어느 조직에 속해있건 공단이 조성되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이들은 어업권이 소멸한다면 생존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소멸하지 않더라도 철 구조물을 실어나르는 대형 바지선이 운항하다 보면 항로 주변의 양식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310542_235015_4130수정만은 동쪽을 향해 호리병 모양을 하고 있다. 호리병 바닥에 해당하는 부분은 매립됐고, STX 조선기자재공장이 가동될 때, 창원공단과 진해 죽곡산단으로 잦은 바지선 왕래가 예측되는데 그 항로선 상에 어업면허 3건이 있다. 정치망 어장 1곳과 홍합 수하식 양식장 2곳이다. 그런데 ‘협약안’ 이주보상과 관련한 항목에 “수정어촌계 공동어장에 대하여는 부도수로 항로준설과 연계하여 어장 전체를 소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부득이한 경우 정치망어장을 소멸하고 홍합양식어장은 마산시가 소멸된 정치망 어장 아래쪽, 즉 STX중공업의 향후 사업진행에 따른 피해가 없는 지역에 대체어장을 형성토록 하며, 어장 소멸 및 이전보상은 마산시와 STX중이 별도 협의한다”고 돼 있다.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수정만에서 진해 쪽으로 길쭉하게 홍합양식장 6.5㏊가 있고 그 남쪽 만 바깥에 정치망 어장이 있다. 또 만 바깥 북쪽으로 홍합양식장 7.2㏊도 있다. 그밖에 만 해안을 따라 1종 바지락어장도 있다. 그런데도 정치망 어장만 소멸하고 내만에 있는 홍합어장은 보상하지 않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또 정치망 어장 남쪽은 수정어촌계 관리지선이기는 하지만 이미 어업권이 소멸된 지역이어서 대체어장을 지정할 수 없는 곳이다. 또 더 남쪽으로는 옥계어촌계 관리지선인데다 옥계어촌계 한정어업면허 지역이어서 대체어장을 조성할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어장을 소멸하지 않고는 항로가 확보되지 않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다음 지도에서 거리를 재어봤다. 만 입구에 있는 홍합 양식장 끝에서 반대편 해안까지 거리는 100m 남짓했다. 만 안쪽에 있는 방파제에서 맞은편 해안까지 거리도 마찬가지로 100여m. 거리상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 그렇지만, 부표에 줄을 매달아 바닷속으로 늘어뜨려 홍합을 양식하는 어장이라는 게 문제라고 했다. “바지선을 끄는 예인선은 크기에 비해 출력이 높은데다 보통 배보다 스크루가 물 깊숙이 있어 수면으로는 물보라가 크게 일지 않지만, 수심 2~3m 부위에는 스크루로 인한 물 소용돌이가 크게 인다. 줄에 매달린 홍합이 떨어지거나 줄 자체가 끊어지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식을 할 처지가 안된다는 말이다. 또 내만 북측 해안을 따라 바지선을 띄워놓고 홍합 껍데기를 까는 박신장이 늘어서 있는데, 큰 배가 지나가면 박신장 운영도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1종 바지락 어장도 마찬가지. 예인선이 운항하게 되면 해안가 모래밭에 뻘층이 덮이면서 바지락 양식을 못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결국, 생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내만 홍합어장 보상 없어 ‘생업 타격’…STX 26개항 약속 의지도 안보여

또 문제는 있다. 지난해 9월께 STX중공업이 어업권 소멸과 보상에 대해서는 마산시가 맡아달라고 시에 요청하면서 말썽이 인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번 ‘협약안’에 보상 주체를 마산시와 STX중공업이 협의한다고 돼 있어 향후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보인다.

“결국 어업권 소멸과 그에 따른 보상은 사업주체인 STX측에서 당연히 해줘야 할 사안이다. 이부분은 26개항의 약속에 대해서도 본질적으로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한 이행 의지가 안 보이는데도 무조건 STX 들어오라는 식은 안되지 않느냐.”

탈퇴한 배경은 알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뉴타운추진위는 사실상 와해상태고, 반대대책위는 건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찬성 측 대체 조직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에 대해 확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민원조정위원회’에 대해 얘기했다.

“‘협약안’에 따라 민원조정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시, STX, 찬성측, 반대측 이렇게 위원회가 꾸려지는데 반대측에서 볼 때는 찬성 3에 반대 1 비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런 조정위원회를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민원도 조정할 수 없을 것은 분명하다. 찬반을 떠나 정말 마을을 위해서는 마을 대표성을 가진 이들로 민원조정위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구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판도를 크게 뒤흔들어 놓은 그와 수정어촌계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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