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사 삭제 요청, 어떻게 하나

현실적 피해 우선? 그럼 역사 기록은?

#몇 년 전 의령에서 경정비업체를 운영하던 ㄱ씨. 당시 사업장을 확장하면서 관련 법령을 어긴 일이 있어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했고, 이후 ㄱ씨는 잘못을 바로잡았다. 그러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 경정비 업을 운영하고 있다. ㄱ씨는 최근 경남도민일보에 해당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당시 잘못은 바로잡았고 해당지역에 있지도 않은데 아직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그 업체 이름으로 검색하면 당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경남도민일보 기사가 떠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몇 년 전, 마산시립 어린이집을 수탁 운영하던 이가 곰팡이 빵을 간식으로 주는 등 위생관리가 엉망이어서 사회문제가 됐고 경남도민일보가 이를 보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어린이집 위·수탁 계약이 해지됐고 다른 이가 새로운 운영자가 됐다. 그렇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어린이집 이름으로 검색하면 당시 기사가 노출되고 있어 어린이집에 대한 나쁜 이미지로 남게 돼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한 학원이 수강료와 강의내용 등으로 수강생과 분쟁에 빠졌다. 경남도민일보는 이 사실을 보도했다. 이후 학원과 수강생은 서로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있었음을 이해하고 원만하게 해결했으며 경남도민일보는 이 일도 보도했다. 그러나 포털에서 그 학원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분쟁이 있었다는 기사만 검색돼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몇 년 지나도 포털서 검색돼…선의 피해-기록 가치 딜레마

듣고 보면 하나같이 안타까운 사연이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심하게는 과거에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 때문에 지금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어서 인터넷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삭제해주고 싶기도 하다.

기사 삭제 주장이 사실관계가 잘못된 기사라거나 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거나 언론중재위 같은 공인 기관에서 기사 삭제하라고 조정한 경우라면 판단하기도 쉽다. 어쨌거나 기사 자체에 잘못이 있다는 결론이므로 삭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앞에 예로 든 사례는 기사가 쓰였던 시점에서 기사 자체로 보면 아무런 잘못이 없다. 경정비업체는 위법을 저질렀고 어린이집은 곰팡이 빵을 아이들에게 먹였으며 학원에서는 수강생과 분쟁이 있었다. 보도 당시로 보면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기사였으며 잘못을 바로잡도록 이끄는 기사였기에 기자들에게 권장될 만한 사례이지 써서는 안 되는 기사로 볼 수는 없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기사인데 지워 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난감하다. 현실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들으면 십분 공감한다. 더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으로 내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약한자의 힘’을 모토로 하는 경남도민일보에서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흔히 신문은 기록이라고 한다. 수많은 신문이 매일 중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모은 총화는 그 시대의 역사이고 기록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그러나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이런 기사삭제 요구가 없었다. 이미 인쇄된 종이신문에서, 그것도 몇 년씩 지난 과거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해봐야 삭제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고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10년이 넘은 일도 간단하게 검색해서 볼 수 있게 되면서 과거의 잘못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잦아졌고 강력해졌다. 그냥 현실적인 피해를 고려해 기사를 삭제하면 상황은 끝난다. 그렇지만, 그렇게 기사를 삭제하고 나면 ‘역사 기록’은 어떻게 되나?

쉽게 생각하면 포털 서비스 회사에 경남도민일보 이름으로 해당 기사가 검색되지 않도록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문제는 포털들이 하나같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DB 삭제 요청에 대해 언론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점이다. 해당 언론사가 기사를 삭제하지 않으면 DB에서 삭제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신문사로 기사 삭제 요청하도록 종용하고 있어 불필요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앞으로 이런 분쟁은 더 많아질 것이다. 모두가 국민의 권리에 해당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권리도 있고, 과거의 일로 현재에 부당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도 국민에게 있다. 합리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하겠다.

※경남도민일보 2011년 1월 20일자 미디어면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기록차원에서 포스팅합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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