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이을용 감독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경남FC와 FC서울이 K리그1 29라운드를 치르고 난 창원축구센터 인터뷰 룸. 김종부 경남 감독이 먼저 인터뷰를 하고 나갔고, 이어 이을용 서울 감독대행이 단상에 앉았다.

이 감독의 심리적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알지 못했고,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대강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이 가진 100%를 다 발휘해줬다.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후, (내 생각엔) 도발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질문 있습니까?”라고 말한 뒤 질문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도 않고 인터뷰실을 떠나갔다.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굉장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도 이 감독이 그렇게까지 해야했는지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여러 상황은 좋지 않았다. 두달 정도를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박주영이 SNS를 통해 의문의 훅을 날린 게 시작이었다. 올 시즌 단 하루도 부상이나 콘디션 난조로 훈련을 쉰 적이 없다는 요지로 최근 두달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박주영 상태를 전한 언론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박주영의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팀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시점에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서울은 이날 이전 5경기에서 1무 4패, 승점 1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할 처지, 심지어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2부리그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만큼 치욕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물론 6위 강원FC와 승점 1 차이라고는 하지만, 중위권 클럽들의 승점차가 워낙 세밀해 언제 어떤 상황으로 내몰릴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경남을 상대로 승점 3을 챙겨야 상위스플릿 안착을 타진해볼 수 있는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니 이 감독의 속내가 편할 리는 없었을 터이다.

그래서일까. 골닷컴 보도(http://www.goal.com/kr/뉴스/이을용-감독대행-박주영-돕고-있다-선수도-인내해야/685cbbhry9l81ipun43izjp1r)에 따르면 경남과 경기 전 아래와 같은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경남FC와 경기중 벤치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이을용 감독대행.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을용 감독대행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쓸 것이다. 써야 하는 선수다. 하지만 조심스럽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는 “이번에 기용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자칫 부진할 경우 선수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좋은 위치와 상황에서 기회를 주고 싶어 코칭스태프도 면밀히 관찰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선수도, 팬들도 모두 그 시점을 기다려줘야 한다”라며 자기 생각을 밝혔다. 
박주영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이을용 감독대행은 “주영이도 생각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최용수 감독님 때도, 황선홍 감독님 때도 이런 상황이 본인(의 SNS 포스팅)때문에 생겼다. 주영이 본인의 팬들은 지켜주고 좋은 얘기를 해주겠지만, 그 밖의 팬들은 안 좋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전했는데 부진하면 정말 큰 상처를 입는다”고 얘기했다. 
이어서는 “선수도 인내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자기 몸도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주중에 열린 부천FC와의 R리그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을용 감독대행은 “상대 팀의 수준이 높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몸 상태도 체크하고, 경기도 보고 있지만 회의 결과 다른 선수들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은 경남과 경기에서 전반 12분 안델손이 경남 수비수 김현훈을 벗겨내고 환상적인 선취골을 만들어내며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이 골은 VAR 결과 안델손의 핸드볼 파울이 먼저 일어난 것으로 번복되면서 골도 취소됐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안델손이 경고를 받았다.

방송 중계화면을 봤을 때 안델손의 핸드볼 파울은 ‘빼박’이었지만, 그라운드의 선수들로서 거센 항의는 해볼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경고’를 감수할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의 그림자’는 질겼다. 전반 15분. 경남 골문앞으로 돌파를 시도하던 안델손이 경남의 수비에 공을 빼앗겼고, 공을 향해 대시하던 안델손이 경남 미드필더 하성민과 몸싸움에서 밀리자 그대로 팔을 들어 하성민의 목덜미를 가격하는 파울을 범했다. 이게 고의였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굉장시 비신사적인 행위였다는 것은 분명했다. 이 일로 안델손은 다시 경고를 받았고, 한 경기 두 차례 경고는 퇴장이라는 룰에 따라 안델손은 퇴장 판정을 받아야했다.

사실, 이날 서울 선수들은 뭐랄까, 굉장히 격앙된 분위기에서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거칠다’는 표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고, 더티(dirty)한 정도였다. 더구나 심판도 전반 15분 만에 한 선수를 퇴장시킨 데 대한 반작용이었는지 그라운드 곳곳에 침대가 펼쳐지는데도 파울을 불지 않으면서 서울의 더티함에 힘을 보탰다. 후반 고요한의 파울은 경고가 아니라 다이렉트 퇴장을 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도 경고에 그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말컹과 배기종이 후반전 연속골을 만들어내면서 승부를 역전시켰다.

이을용 감독으로서는 ‘하, 내가 삼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악재가 겹쳐서 안 풀리는 거야’라고 충분히 원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렸지 않을까 싶다.

경남 김종부 감독이 다른 의미에서 선수단에 ‘빡쳤다’면 이을용 감독도 이날 선수단뿐만 아니라  축구판에 제대로 빡쳤던 것 같다.

하지만, 안델손이 하성민의 뒷덜미를 가격한 것부터 후반전 그라운드 곳곳에서 침대가 연출되고, 이 감독이 공식 인터뷰에서 “질문있습니까?”라는 도발적 멘트를 날린 뒤 단상을 박차고 인터뷰실을 떠난 장면까지. 어느것 하나 서울이나 이 감독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만 잇따른 9월 22일, 추석 연휴 시작 시점.  팀의 암울함 만큼이나 감독과 선수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의 무게만 더한 하루가 되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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