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명언] 왜 무엇은 작물이고 무엇은 잡초인가?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작물로 이름 짓고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잡초로 규정한다. 인간은 쇠비름의 땅에 버젓이 벼를 심고, 돼지풀이 사는 땅에 옥수수를 심는다. 이렇게 해서 하나는 ‘작물’이 되고 하나는 ‘잡초’가 된다.

일단 작물로 명명된 식물들에게 인간은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인간은 작물의 경쟁자를 잡초라는 이름으로 솎아 내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등 작물에게 갖은 혜택과 편의를 제공한다.

인간이 '잡초'라고 규정한 쇠비름(사진 왼쪽)과 '작물'로 과잉보호를 받다 보니 장마나 태풍에 쓰러진 벼.

인간이 ‘잡초’라고 규정한 쇠비름(사진 왼쪽)과 ‘작물’로 과잉보호를 받다 보니 장마나 태풍에 쓰러진 벼.

그러나 작물들에게 제공하는 이런 혜택이 오히려 작물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대지의 수호자 잡초> 저자인 조셉 코케이너의 주장이다. 장마나 태풍 때마다 벼가 쓰러지는 것은 뿌리가 튼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인간의 지원이 벼로부터 야생의 힘을 앗아 갔기 때문이다. 반면 야생의 벼는 다른 잡초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더 깊은 곳까지 뿌리내려야 한다. 그 결과 야생의 벼는 뿌리가 길고 튼튼해지는 방향으로 적응해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야생 식물들 대부분은 평생 동안 불리한 조건에서 영양분과 물을 찾아야 하므로 땅 깊은 곳에서 먹이를 찾아 다닐 뿌리를 발달시키지 않으면 생존할 도리가 없었다. 인간에 의해 지나치게 많은 양분을 공급받아 오면서 쉽게 살도록 길들여진 농작물은 그네들의 야생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토양 침투 능력을 상실했다. 농작물의 뿌리 체계는 인간들의 기술에 의지하게 됨으로써 자기 보존을 위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였다.

 

<국어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 읽기>(김보일 지음, 362쪽, 휴머니스트, 1만 5000원)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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