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명언] 꿈 꾸는 자 잡혀간다

오전에 어떤 벗이 했던 말이 내내 뇌리를 맴돌았다. 그 벗은 낮에 대추리로 들어간다 하면서 열사증언대회를 말하는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열사 정신이 뭔데? 열사가 죽던 그때의 상황이 오늘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추모만 하고 있을 거야?” 맞는 말이었다. 오늘 현재 일어나는 불의와 폭력에 맞서지 않는다면 어떤 과거의 민주주의도 다 허상일 뿐이다. 어떤 386도, 과거의 어떤 인권변호사도, 과거의 어떤 투사도 모두 다 자신의 잇속 밖에 모르는 비겁한 사이비일 뿐이다. 그래서 인간이 되기란 참 힘든 일인가 보다. – 송경동 산문집 <꿈 꾸는 자 잡혀간다>(264쪽, 실천문학사, 1만 2000원) 155~156쪽.

아래는 출판사가 내놓은 보도자료입니다.

“희망버스가 계속 달리자고 하는 한 나는 아마도 이곳에 잡혀 있어야 하나 보다. 그래도 나는 좋다. 희망버스가 첫 마음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무슨 정연한 논리와 정세가 아니라 사람들의 뜨거운 마음으로 연료를 채워 쌍용으로 재능으로 콜트-콜텍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현장 등으로 씽씽 달리면 좋겠다.” – ‘작가의 말을 대신하며’ 중에서

“시인은 가두어도 희망은 구속되지 않는다” 희망을 연대한 시인 송경동의 첫 산문집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학적 응전의 정신과 성과를 높이 평가”받으며 한국 노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제29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송경동의 첫 산문집 < 꿈꾸는 자 잡혀간다>가 출간되었다. 앞선 두 권의 시집 < 꿀잠>과 <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시들이 송경동 시인의 삶과 노동 현실을 축약한 형태라면, 이번에 출간된 < 꿈꾸는 자 잡혀간다>는 이제껏 그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송경동 시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에게 자신들의 감정을 강탈당하고 현실이라는 코뚜레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대신해 울고 있는 송경동 시인을 통해 우리는 삶의 절망을 뛰어넘어 ‘희망’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위해 달리는 시인의 사랑과 노래, 그리고 투쟁

사람들은 흔히 송경동을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던 평택 대추리, 비정규직 투쟁을 위한 기륭전자, 철거민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활동한 용산참사, 기타공장 콜트-콜텍 등 수많은 현장에서 만나는 투쟁가의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 송경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왜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투쟁가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가 지금 왜 구속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시인이 되어야 했는지를. 이 책은 그동안 시에서, 혹은 현장에서 말해지지 않은 ‘인간 송경동’의 진실한 모습을 오롯이 담았다.

지금 송경동 시인은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현재 감옥에 잡혀 있는 몸이다. 단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과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고 살자며 희망버스를 제안했을 뿐인데, 희망버스를 탄 사람들이 모여 희망과 웃음을 나눴을 뿐인데, 이 나라는 그런 희망을 연대한 시인 송경동을 감옥에 가뒀다. 송경동 시인은 앞으로 누구라도 혼자 외로운 고공으로 오르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만인의 연대가 굳건한 세상을 그린다. 시인의 몸은 잡아 가뒀을지언정 시인의 시와 희망은 가두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희망 또한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희망버스는 계속 달릴 것이다.

우리가 처음 만나는 울보 ‘송경동’

한강대교를 넘는데 열린 차창으로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왔다. 64만 원 받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세상은 그렇게 또 평온하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노랫가락 하나가 흘러나왔다.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하는 노래였다. ‘놀던 아이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웬 설움이 복받쳤는지 입술을 꼭 깨물어야 했다. –‘작은 코뮌, 기륭’ 중에서

송경동 시인은 이 ‘이상한 나라’에서, 기륭전자, 동희오토와 같은 수많은 비정규직 투쟁 현장에서, 산재로 희생된 사람들의 추모대회에서, 85호 크레인을 오른 김진숙을 보며, 희망버스와 함께하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도 한때는 시와 노래를, 풋풋한 사랑을 꿈꾸던 푸른 시절이 있었다. 그는 읍내 장터의 진창길, 악다구니를 쓰며 사는 사람들, 장터 둘레로 술 팔고 몸 파는 집들이 즐비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잦은 도박과 가정불화로 집안은 늘 어두웠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미술과 문학을 좋아하던 여선생님의 영향으로 문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 시화전을 앞두고 교감선생에게 불려가 난생처음 검열과 체벌을 받기도 했다. 팬시 공장 지하 창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시절 풋사랑이지만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나는 나를 위악한 아이로 만들었다. 수줍은 아이로 만들었다. 어득어득 고집 센 아이로 만들었다. 모난 돌, 좁고 습한 방, 그늘진 골목, 삐뚤어진 길로 만들었다. (중략) 독종으로 싸움꾼으로 만들었다. 몽둥이로 맞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이 악무는 사람, 제 살갗 위에 자해의 선도 긋는 비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잡범방에 구부리고 앉아 식구통 문을 열고 닫는 사람으로, 유흥업소의 셔터를 열고 닫는 사람으로, 뒷골목을 서성이는 사람으로, 할 줄 아는 것은 노가다뿐인 사람으로, 할 줄 아는 것은 몸 팔아 먹고사는 일뿐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 ‘크리스마스에 사라진 아이들’ 중에서

 

송경동 시인은 청년 시절, 밤낮없이 쉬지 않고 일했지만 결국 돈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 허상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구로노동자문학회와 전국노동자문학연대에서 활동하며 노동문학운동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평택 대추리에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투쟁 현장에서,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공연장에서, 용산 참사 현장에서, 그리고 수많은 투쟁 현장에서 시를 쓰고 낭송해왔다. 추도시를 낭송했다는 이유로 수차례 소환장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개인사뿐 아니라 그의 가족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그와 그의 가족들이 온몸으로 노동 현장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삶이 있기에 송경동 시인의 인생관과 문학관은 하나로 일치하는 것이다.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통해 우리는 송경동 시인이 왜 노동, 투쟁 현장에서 노동문학운동을 하며 살아가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그가 써낼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을 예감할 수 있다.

총 다섯 부로 구성된 이 책은 송경동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와 투쟁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져 있다. 1부 ‘꿈꾸는 청춘’과 2부 ‘가난한 마음들’에서는 어린 송경동에서 청년, 중년을 살아오는 동안 목수 조공으로, 배관공으로, 용접공으로 살며 시인의 꿈을, 노동문학의 꿈을 놓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부 ‘이상한 나라’와 4부 ‘잃어버린 신발’에서는 산재 사망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거대 자본과 권력에 짓밟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으며, 5부 ‘CT85호와 희망버스’에서는 한진중공업 김진숙과 희망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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