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에 여성대통령 나올까?

2012년 현재 대한민국을 ‘여인천하’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페이스북 친구가 자신의 담벼락에 그렇게 주장하는 글을 써 놓았더군요.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고 있고, 최대 야당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가, 통합진보당은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가 각각 여성으로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그 정도를 가지고 ‘여인천하’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여성들이 이전보다 훨씬 정치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들 중, 또는 다른 여성이 올 연말 치러질 대선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정치는 생물이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영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이처럼 여성이 두각을 드러내는 2012년 벽두에 여성을 다룬 책 두 권이 나란히 출판됐습니다. ‘세계사 속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꽃이 아니다>와 ‘그림·음악·패션·권력을 낳은 연애 스캔들’이라는 부제의 <연애 낭독 살롱>입니다. 남성의 품이나 보호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역사에 영향을 미친 여성, 아니면 남성의 정부(情婦)나 연인으로 남성 나아가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여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는 꽃이 아니다>에는 불꽃같은 삶을 살고 간 27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플라톤이 “그녀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도 지구의 모든 표면은 변했을 것이다”라고 했던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해 권력을 장악하고자 딸과 두 아들을 살해하고 중국 역사상 첫 여성 황제로 등극했던 측천무후, 소크라테스의 악처 크산티페, 독일과 프랑스의 이중 덫에 걸린 스파이 마타 하리, 로댕을 사랑한 카미유 클로델, 섹시스타 마릴린 먼로 등입니다.

세상에 ‘악처’의 대명사로 꼽히는 크산티페는 왜 악처가 됐을까요? 나이 50이 돼서야 결혼한 소크라테스는 아내인 크산티페와 적어도 30년 이상 나이차가 나며 둘 사이에 아들 셋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에게 생활비 한 푼 가져다 준 적 없는 무능력자 소크라테스는 동성연인 알키비아데서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칠 정도였답니다. 고대 그리스 사회가 여성의 지위는 고사하고 교육도 받지 못하게 막을 정도로 가부장적 질서가 확고한 사회였다 할지라도, 이 정도라면 어느 여성인들 악처가 되지 않고 배겨냈을까 싶습니다.

잔 다르크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우리가 아는 신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도 듭니다. 잔 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고 프랑스를 구했지만, 프랑스 국왕은 영국군에게 넘겨진 잔 다르크를 구하지 않고 화형 되도록 내버려 둡니다. 과연 신이 “깃발을 들라” “진군하라”는 계시를 했을까요? 총칼로 적을 죽이는 아비규환 전쟁을 신이 하라고 했다니 믿기지 않지만 그보다 잔 다르크를 구하려 노력도 않은 프랑스 왕이 25년 뒤에야 성녀로 추대한 것은 현실 정치의 냉혹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으로 끝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은 이제 명언 반열에 들어 시중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존 레넌의 아내이자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가 한 말이랍니다. <연애 낭독 살롱>에는 전 세계 음악팬들의 전설이 된 비틀즈의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어떻게 만났고 어떤 사랑을 했으며, 존 레넌이 유명한 음악가에서 마약을 끊고 건전한 세계관을 갖추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저자는 “누군가는 비틀스의 해체와 레넌의 죽음을 두고 여전히 오노 요코를 탓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존 레넌은 오노 요코를 만났기에 유명한 음악가에서 위대한 음악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합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36년간의 종교전쟁은 앙리 4세가 낭트칙령을 내리면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앙리 4세에게 개종을 권유한 가브리엘 데스트레가 있었다고 하는군요. 왕과의 결혼을 앞두고 임신중독으로 숨지면서 끝내 ‘왕의 정부’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운명도 예사롭지는 않습니다.

두 책은 남여간의 애정사에 못지않게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역사적 지식과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시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책읽기의 즐거움을 줍니다.

<나는 꽃이 아니다>에는 르네상스를 낳은 ‘학문과 예술의 후원소’이자 전 유럽의 부를 거머쥔 은행창구였던 메디치 가문과 전쟁보다는 결혼으로 600년에 걸쳐 유럽 전역을 지배하고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는 EU 탄생에 기여한 합스부르크 명문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합니다.

<연애 낭독 살롱>에는 등장인물들과 관련된 다양한 예술작품이 함께 실려 있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나는 꽃이 아니다> 신금자 지음, 347쪽, 멘토, 1만 7000원.

<연애 낭독 살롱>이동연 지음, 320쪽, 인물과사상사,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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